마산서 서울 올라오는 심야 프리미엄 고속버스를 두배 값으로 주고왔다.
집으로 온 지금도 좀 어리둥절하지만, 아무래도 내 인지기능의 현저한 저하 증세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충 정리해 본 그 전말은 이러하다.
26일 마산에 도착해 올라오는 고속버스 표를 샀다. 자동매표기를 통해서다.
시간 검색을 하면서부터 눈에 뭔가 씌인 것 같은데, 자동매표기에 익숙하지 못한 탓도 있을 것이다.
익일 새벽 1시 차를 당일 밤 막차로 본 것이다. 서울행 첫차가 새벽 1시였다.
다음 날인 27일 올라올 것이니까, 익일 그러니까 27일 새벽 1시 첫차 표를
나는 그날 밤 막차 것으로 알고 그걸 끊은 것이다. 49100원.
나는 그 표를 새벽 첫차인데도 27일 밤 막차로 오인한 것이다.
27일 마산서 일을 본 후 그날 밤 버스를 타려 자정을 약간 넘긴 시각에 고속버스터미널로 왔다.
나는 새벽 1시 버스를 타면 될 일이었다. 승차권을 꺼내 확인했다. 27일 01:00 차표였다.
표를 확인한 후 호주머니 넣으려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27일 새벽 1시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지금 시각이 자정을 넘어간 것이라면 28일이다. 그러면 27일 새벽 1시라면 이미 지나간 시각이 아닌가.
아차! 하는 생각에 다시 한번 표를 꺼내 확인했다. 분명 27일 01:00이었다.
26일 표를 끊을 적에 28일 새벽 1시 것을 끊어야하는 것을 그 27일 새벽 1시 차표로 잘못 끊은 것이다.
그러니 27일 새벽 1시 차는 하루 전에 이미 떠나고 없는 차였던 것이다.
나는 마산에 있던 26일에도 몇번 씩 차표를 꺼내 확인했다. 그 때마다 27일 01:00으로 읽었고,
그 날짜 그 시각이 올라오는 차 시간으로 알았고 확인했던 것이다. 그러니 문제 아닌가.
나의 실수라는 생각에 앞서 어째 이런 일이라는 황당한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어다.
그 때가 자정을 넘긴 12:30이었다. 자칫 표가 매진됐다면 올라올 수도 없는 경우였다.
머리가 복잡해졌다. 직원에게 이미 끊은, 그러니까 이미 하루 전에 떠난 표를 보여주며 물었다.
이 표 어떻게 된 겁니까? 돌아오는 대답. 어, 그 표는 어제 떠난 차인데요. 그걸 따질 여유가 없었다.
28일 새벽 1시 표가 있습니까? 직원은 자동매표소 앞에서 검색을 하더니 4표가 남아있다고 했다.
그 중 한 표를 끊었다. 좌석번호 18번.
직원이 표를 두 번 끊은 나의 처지가 딱해 보였는지 이미 떠난 차표가 환불 처리가 되는지 매표기게에 넣었다.
그냥 도로 나왔다. 환불 불가. 환불은 차 떠난 지 6시간 안이어야 합니다. 직원은 그렇게 말하며 나를 쳐다본다.
그 시선에 참 딱하십니다라는 말이 담겨져 있었다.
그렇게 해서 나는 결국 49100원의 두 배인 98200원을 주고 서울로 올라 온 것이다.
첫댓글 비싸게 왔네
비행기 탄 샘 치라
마산서 1박2일 동안 술은 소맥 두 잔, 그리고 막걸리 두 잔이 전부였다. 그러고도 저런 짓을 했으니, 나의 어설픈 짓들이 결코 술 때문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