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축구 선수 쯔엉
나는 주말 심야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종종 본다. 물론 독일의 분데스리가도 포함해서다. 지방에 사는 관계로 이 프로 시청이 가능치 않아 스카이 채널까지 확보한 나다. 이를 보고 누구는 대단한 축구 팬으로 인식할지 모르겠는데 꼭 그렇다고 답할 입장은 아니다. 애초 EPL을 찾은 것이 축구라기보다는 사춘기를 진하게 겪는 둘째 아들과 공동의 장을 만들자는 취지로 늦은 밤 눈 비비며 시청을 한 데서 비롯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바람과는 다르게 녀석은 축구 애호 공동전선은커녕 이제는 게임 중독 반으로 숫제 독립 형이 되어버려 나만 외로이 주말 늦은 밤 시청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어쨌든 녀석 때문 늘그막 취미 하나는 따로 하나 챙긴 셈이다. 어제도 새벽 3시 반 손흥민을 만났다. 운이 좋아 한 꼴 넣는 것도 보았다. 혼자 키득키득 대며 날이 거의 샐 지경이지만 그래도 나는 광팬은 아니다. 아니라는 반증은 아주 간단하다. 맨유와 첼시가 그 시간대 경기를 한다면 나는 당연 보지 않는다. 빅게임을 안 본다는 것은 진정으로 축구를 사랑한다는 측면에서는 부합하지 않는 어긋나는 행위다.
저마다 선호하는 팀들이 있기 마련이지만 나는 지극히 편파적이다. 박지성이 맨유에 있을 때는 무조건 맨유 경기만 보았고 손흥민이 독일에 있을 때는 시간 맞춰 분데스리가를 보았다. 엄밀히 말하여 나는 순수한 축구 열성이 아니라 민족적 자아 충족에 더 가깝다 할 것이다. 만약 EPL에서 활약하는 우리 선수가 없다면 밤잠 설치며 축구를 보지 않았을지 모른다. 한때 조총련계로 북한 대표였던 친구가 유럽에서 활동 할 때 나는 그가 꼴을 많이 넣어주기를 간절히 바랬다. 이를 종합해 볼 때 순수한 스포츠로서 축구를 좋아한다지만 실은 나는 애국적 충정내지 국가우선주의자이며 민족주의에 뿌리 깊게 의존한다고 볼 수 있겠다.
요즘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한 강원FC는 새 외국인 선수로 베트남 출신 쯔엉의 영입을 공식 발표해 화제다. 베트남으로서는 K리그에서의 그는 EPL축구에서의 박지성이나 손흥민 같은 존재다. 그는 지난 시즌 인천으로 임대돼 많은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었다. 베트남에 자동차 공장이 있는 전북 현대도 마케팅 효과를 노리고 쯔엉을 영입하려 했지만, 출전 기회를 주기 힘들다는 판단 하에 영입을 포기했다. 하지만 강원은 베트남 최고 축구스타 중 한 명인 쯔엉에 많은 출전 기회를 보장해 경기력과 함께 상당한 마케팅 효과도 기대한다는 구상이다.
그의 영입은 여러 가지 포석이 있다. 강원은 쯔엉의 영입을 통해 베트남 축구팬의 강원도 방문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이를 통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둔 연고지 강원도의 관광 활성화를 최우선 효과로 제시했다. 쯔엉의 활약, 그리고 이를 보러오는 베트남 축구팬의 증가를 통한 국내 기업의 홍보 효과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베트남과 FTA도 발효된 만큼 두 나라의 무역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며 강원을 홍보창구로 활용할 경우 구단 수익성이 증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를 위해 강원은 경기장 내 LED 광고판을 설치해 스폰서의 광고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강원도 내 외국인주민의 폭발적인 증가세를 주도하는 베트남 출신 주민의 문화적 이질감 해소를 돕는 역할도 쯔엉에 맡겨질 전망이다. 강원도 내 베트남인의 수는 2011년 3258명에서 2015년 6153명까지 크게 늘었다. 이런 효과는 결국 한국과 베트남의 우호 증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강원의 생각이다. 강원은 쯔엉의 이적 후 페이스 북에 베트남 팬의 방문이 크게 늘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런 반응이 베트남 내 강원뿐 아니라 K리그와 한국을 향한 관심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 한국에 와보고 싶어 하는 나라 1순위는 베트남 사람들이고 이어서 태국이 차지를 했다.
강원은 베트남 대사관에서 쯔엉의 입단식을 개최할 정도니 사뭇 기대가 큰 모양이다. 강원이 특정 선수의 입단식을 여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로 강원은 올겨울 정조국, 이근호 등 톱 클래스급 선수들을 싹쓸이했지만, 따로 입단식을 열진 않았었다. 쯔엉은 최근 베트남 축구협회가 주관하는 시상식에서 49.1%의 득표율로 최고 인기 선수상을 받은 선수이니 베트남의 입장에서는 그런 대접은 우리가 박지성이 영국에서 그렇게 대접 받기를 바라듯 많은 자국 적 긍지가 되지 않겠는가 싶기도 하다.
베트남의 르엉 쑤언 쯔엉 축구선수. 그런데 나는 쯔엉이라는 이름으로부터 많은 생각을 하게도 된다. 세상은 달리지고 있으며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영원한 적도 없으며 영원한 우방도 없다는 그런 격 넘치는 제법 황당무계한 의미까지 곁들여 해보는 터다. 축구를 말하다 느닷없이 적과 동지를 들먹이다니.....그러기에 몇 번 이글을 쓸까 말까 망설이기도 했다. 날로 증대되는 따사로운 햇살에 괜한 흠집을 내는 것도 같아서다.
이제는 40년도 넘는 세월, 1975년 4월 30일 남베트남 사이공이 함락되었을 때 한국 대사관 직원 몇몇은 미처 베트남을 빠져 나오지 못했었다. 교민들을 LST에 승선시키다가 뒤 미쳐 버린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이대용 공사다. 그는 지금으로 치면 국정원 출신이라 상황이 심각했었다. 당시 사이공의 마제스틱 호텔은 북한 공작원 3 명이 503호와 504호에 자리를 잡고 상주하는 곳이었는데 북한에 포섭되어 활동하는 사람도 있어서 우려한 상황은 바로 발생되었다. 한국 교민의 동향을 밀고 받은 북한 공작원들은 이 정보를 월남 비밀 경찰인 안닝 노이찡에 넘겼다.
안닝 노이찡의 세 명의 담당들, 광대뼈 키다리 튀기 등의 세 명은 북한 공작원들에게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한국인 교민들을 들볶았다. 말이 들볶은 것이지 당사자들에게는 목숨이 끊길지도 모른다는 공포 분위기가 매일 같이 계속 되었는데 말을 듣지 않으면 즉결 재판과 즉결 처형을 하겠다는 위협은 교민들이 버티기 힘든 정신적 고문이었다. 교민들을 집중 취조했던 공산 월남 요원들은 먼저 안희완, 서병호씨를 체포하였고 뒤이어 면밀한 수사 끝에 1975년 10월 3일 이대용 장군도 마침내 체포하였는데 안희완, 서병호씨 등이 이미 수감되어 있던 치화 형무소로 끌려가서 구금되었다.
치화 형무소에 들어갔었던 그 외 한국인들이 몇 명 있었지만 그들은 얼마 후에 모두 석방되어 한국으로 돌아갔고 이대용 장군 등 한국 외교관들은 베트남에 반대 행위를 했다는 죄목으로 재판도 없이 갇혀버렸다. 형을 선고 한 뒤에도 안닝 노이찡의 광대뼈 일당은 쉬지 않고 이대용 장군을 압박하며 북한 망명 신청서나 협조 동의서에 싸인 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하지만 이대용 공사는 막무가내 협박에 끝까지 저항하여 안닝 노이찡 정보요원들이 고개를 흔들며 포기하게 만들었다. 이대용 장군이 완강한 것을 알게 된 북한 대사관의 요원들은 이 장군을 면담하는 것조차 포기하고 평양에 이를 보고도 했었다. 그런 이대용 장군은 월남 억류 5년간의 세월을 마치고 여러 곡절 끝에 꿈에 그리던 고국에 돌아 왔다.
그리고 세월이 더 흘러 2002년에 놀랄 일이 발생했다. 광대뼈, 키다리와 함께 3인조 월남 비밀경찰의 한명으로 이대용 장군과 교민들을 괴롭혔던 한국어의 달인 튀기 쯔엉이 주한 대사가 되어 한국에 온 것이다. 참 이런 기구한 운명의 장난이 있을까. 어제의 적이 오늘은 친선외교의 주역이 되어 한국을 찾아 온 것이다. 그런 쯔엉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원래 베트남 성씨는 특별나기는 한데 그래서 쯔엉도 그럴 테지만 지금 베트남 하노이 주석궁을 지키는 국가주석은 ‘쯔엉 떤 상’ 이란 분인데 우리의 경제인들과 자주 만나고 경제협력은 나날이 증대되고 있으며 한류 열풍 또한 가히 폭발적이라고 할 것이다.
2017년을 관통하는 현재, 중국의 경제성장이 어느 단계에 도달하고 세계 최대 외환보유고를 자랑하는 등 국력 수준이 커지면서 중국은 이제는 미국과 맞장 뜰려고 하고 있다. 일대일로 등 중국을 중심으로하는 경제동맹, 기축통화 가입 등의 정책을 통해 이제는 패권 국가로의 야심을 숨기고 있지 않다. 다른 한편으로는 남중국해 영토 분쟁 등 제국주의적 침략 본성도 이제 서서이 드러내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미국은 본격적으로 중국 견제에 들어가기 시작한다. 일본 한국 필리핀 베트남을 엮어 중국을 견제하는 벨트를 만들고 있다.
중국 경제권에 대응하는 경제 동맹체를 만들게 위해 TPP 창설을 주도하고 있다. 어제의 적인 미국과 베트남이 손잡고 중국을 집중적으로 견제하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미국은 중국의 공장을 베트남과 동남아로 이전하고 마지막 남은 미국의 기업 마저 트럼프 정부의 대폭적인 미국 내 공장 유치 정책에 맞추어 발을 떼려 하고 있다. 만약 현재 추진중인 TPP( 환 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협정이 발효되면 중국 섬유산업이 베트남으로부터 입게될 손실은 실로 엄청 나다. 특히 미국과 베트남간의 관세 및 일반 세율에 대한 협상이 타결되면 파죽지세로 중국은 쌍코피가 터질 상황이다. 미국의 '포위전략'과 중국의 '진주목걸이 전략' 어느 것이 더 승산이 있을까.
미국의 우방으로서 월남을 향했던 우리, 그 바람에 돈도 벌고 경제 개발도 가능했던 우리다. 쯔엉의 변천사가 마치 한국과 베트남 관계인 것 같이만 느껴진다. 베트남이 쯔엉의 의식으로 살고 우리가 또 이를 달게 받아들이고 있다. 나는 그런 베트남의 의식을 존중한다. 요즘 한국의 위치가 참 교묘하고 애매하며 좌불안석으로 앞으로의 향방이 사뭇 걱정된다. 지금의 한국을 사람들은 명과 청 조선의 관계로 대비하여 보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소현세자나 광해군을 그런 점에서 달리 생각하고도 있다.
어찌 선택을 할지 쉽지 않겠지만 내가 축구를 민족주의적 관점으로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듯 우리의 길도 이를 우선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올 한해처럼 힘든 결정을 할 때가 내 생전 있었던가 싶다. 모두들 현명한 선택을 하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아무튼 축구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베트남의 박지성!! 쯔엉선수 파이팅!!! 강원FC도 파이팅이다. 그리고 어제를 잊고 오늘을 즐겁게 맞는 베트남도 화이팅이다. 그들 덕분에 우리 농촌에서도 나날이 즐거움이 늘고 있다. (2017 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