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고수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한 양준호
2022 카타 오픈부 연말랭킹 3위한 양준호는 2011년 우연히 친구 따라 테니스 하는 모습을 구경하게 되었다. 참으로 신기한 스포츠라는 생각이 들어 그날 바로 동대문으로 달려가 라켓을 사서 테니스계에 입문했다. 그전에 축구나 농구등 격한 운동을 해 항상 부상의 위험에 빠져 있던 차에 새로운 스포츠 테니스를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또 다른 행복이 시작되었다.
“2014년도에 신인부 연말랭킹 2위를 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과연 더 큰 무대에서도(오픈부) 상위랭커로 올라 갈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런데 열심히 한 결과 오픈부 3위에 다시 설 수 있었다. 스스로 대견 하고 그동안 저를 이끌어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싶다.”
양준호는 3년 전부터 평소 친분이 두텁고 실력과 인성을 갖춘 분들을 초대해 ‘양준호배 초청대회’를 개최해 왔다. 돈과 시간을 쏟아야 하는데 무슨 이유로 대회를 개최하느냐고 질문을 던지니 ‘선후배들을 보고 싶어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현대인들은 모두가 바쁘고 특히 왕중왕 대회가 없어져 고수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기회가 사라져 무작정 기획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양준호의 테니스 인생이 궁금해 몇 가지 질문을 던져 보았다.
*테니스는 인생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라켓을 잡은 순간부터 제게 안성맟춤 인생 스포츠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좋은 분들과 인연을 맺게 되어 삶의 폭이 넓어지고 30~40대 가장 힘든 시기를 굳건하게 견딜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너무 테니스에 올 인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테니스 하면서 건강하게 40~60대를 보내고 싶다.
*건강하게 운동하면서 게임에서 이기기 위한 노력은?
틈틈이 엘보 방지를 위해 팔굽혀펴기와 근육운동을 하고 스트레칭을 잊지 않는다. 게임 중에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마인드 컨트롤 한다. 요즘은 수준들이 상향평준화가 되어 볼 하나 차이가 크다. 누가 더 집중력을 오래 유지하고 자신 있는 플레이를 하는가에 승패가 달려있다.
*대학생들에게 재능기부도 3년 정도 했죠?
비트로 팀원으로 활동하면서 대학생들을 지도해 왔는데 참 많은 것을 깨닫는 기회가 되었다. 저의 달란트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뿌듯했고 앞으로 후배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무한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가이드가 될 것이다.
*러브게임이라는 개인 유튜브도 운영하죠?
처음엔 취미로 경기영상을 찍었는데 대략 200편을 올렸다. 현재 구독자 수도 1400여명이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고비도 있었지만 나름 구독자 분들의 응원에 힘입어 계속 운영하고 있다. 주로 대회나 고수들의 게임영상을 주기적으로 업로드 하고 있으며 이 영상을 통해 구독자들이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게 목표다. 이러한 자료들이 제 나이 80이 되었을 때 멋진 추억으로 되새김 할 수 있게 할 것으로 본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학교에서 근무하다 지금은 인천아시아드 테니스장에서 코치를 하고 있다. 테니스가 좋아 테니스 관련일을 계속 하고 싶다. 더 큰 목표가 있다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코트장을 만들어 주기적으로 대회를 열고 유소년에게 두둑하게 지원하고 싶다.
*동호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테니스는 정직한 스포츠다. 타고난 재능은 노력한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한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듯이 잘 안된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꾸준히 노력하면 전국대회 우승이라는 큰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다. 테니스의 진정한 매력에 빠지면 인생이 달라진다. 절대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 당장 코트로 달려가라.
테니스로 인해 큰 행복을 얻었다는 양준호는 주어진 인생을 완전연소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지금 바라던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믿음이다”라는 데이비드 비스콧의 말처럼 양준호는 자신 안에 숨어 있는 광맥을 발견하고 스스로 바라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훈남이다.
**제3회 양준호배 초청대회
“6년 만에 대회 출전해 선수로 뛰어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모처럼 젊은 선수들과 경기를 해보니 동호인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번 초청경기는 동호인과 선수출신이 함께 경기를 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가장 큰 의미가 있다. 요즘 각 단체의 왕중왕부가 흥행저조로 모두 없어 졌는데 왕중왕부 이상의 페어조건으로 뛸 수 있는 이 대회는 게임마다 미세한 컨디션 차이가 승패를 결정하는 아주 수준 높은 대회였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슈퍼급 왕중왕 선수들에게 마음껏 기량을 펼 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 양준호 대회장님께 감사드린다.”
2월 5일 인천아시아드 경기장 테니스장에서 열린 제3회 양준호배초청대회에서 우승한 이순규(파트너 박상민)의 우승 소감이다. 이순규는 과거 왕중왕부 연말 랭킹을 6년 계속 차지한 레전드이자 동호인들의 롤모델이기도 하다. 총 30팀 출전, 우승 상금 100만원. 슈퍼들끼리 페어를 할 수 있고 지도자와 슈퍼도 페어가 되는 대한민국 최강의 실력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 이 대회는 그야말로 용호상박이었다.
팀당 참가비 6만원에 점심과 음료를 제공했는데 주목 할 것은 참가비를 받아 일부는 유소년을 위해 장학금까지 주고 있다는 것. 3년 전부터 시작된 양준호배는 서울 경기 지역은 물론이고 멀리 충청권에서도 출전해 각자 현란한 기량을 선 보였다.
숨소리만 들어도 무슨 의도인지 알 것 같은 쫀쫀한 파트너 쉽으로 누구라도 상대해 볼 만하다는 자신감으로 출전한 선수들 중에는 이름만 들어도 다 알만한 선수출신들도 많았다. 하지만 2022년 한 해를 최고의 성적으로 빛낸 동호인들을 차례로 만나 인터뷰 했다.
2022 카타 연말랭킹 베테랑 1위를 차지한 조길우씨는 40년 구력에 올해 나이 62세. 아들보다 더 젊은 선수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는 모습이 경이로웠다. 테니스는 어려운 스포츠라 80세까지 배우면서 도전해 볼 만한 종목이라고 한다. 아픈 곳 없이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금연은 물론이고 마음관리를 먼저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구도자 같은 말씀을 전한다.
2022 카토 마스터부 연말랭킹 1위 김동우씨는 고등학교 때까지 선수생활을 한 분이다. 코로나 전후로 아마추어 선수들의 볼이 예전과는 달리 업그레이드되어 상대하기가 쉽지 않단다. 출전자 모두 대등한 실력이다 보니 미리 결과를 예측할 수 없고 끝까지 최선을 다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2022 카타 연말랭킹 신인부 1위와 오픈부 2위를 동시에 차지한 김재원은 이 대회의 디펜딩 참피언이다. 올해 나이 30세인 김재원은 “이런 슈퍼매치 대회를 출전하고 나면 6개월 정도 레슨 받은 것 이상의 효과가 있다”며 “오픈부나 신인부는 바이스에게 집중 공격을 하면서 게임을 풀어 가는데 이렇게 초고수들이 뛰는 경기에서는 자신이 어떤 부분이 부족한 것인지를 깨닫게 해 주기 때문이다”고 했다. 또 “앞으로 이런 슈퍼매치 대회가 많아지면 기량향상은 물론이고 선배들로 부터 예의나 대화의 스킬 등 귀한 것들을 많이 배워 갈 수 있어서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본선에서 탈락한 선수들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예측할 수 없는 각도로 빠져 나가는 프로 선수들의 날카로운 발리에 놀라고 공격적인 투핸드의 깊이에 놀라고 이리저리 눈이 쉴 틈 없이 호강을 했다. 참가 선수가 아닌 순수한 갤러리들도 정말 구경할 만한 역대급 재미를 선물로 받고 있다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대회 진행하랴 동영상 촬영하랴 선수로 뛰랴 일인 다역을 해 낸 양준호 대회장은 “오랫동안 전국 곳곳의 대회 현장을 누비면서 알게 된 존경할 만한 고수들을 초청했다”며 “앞으로도 대한민국을 대표할 만한 선수들을 초청해서 진검승부를 가릴 수 있는 자리를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4강 경기를 할 무렵, 하늘엔 정월 대보름의 보름달이 환하게 비추었다.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말처럼 달빛을 받으며 경기한 모든 선수들의 소원은 꼭 이루어 질 것 같았다. 쟁쟁한 선수들과 포근한 날씨 그리고 둥근 보름달까지 성공적인 대회를 위한 모든 것들이 완벽했다.
결과
우승 이순규 박상민
준우승 김동우 이철권
공동3위 이영조 유석준, 장재혁 강준형
아래는 이 대회 동영상
https://youtu.be/QHyhO6spa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