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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타카> SF, 앤드류 니콜 감독, 미국, 108분, 1997년
앤드류 니콜은 기발한 착상을 가진 감독이다. 1997년이면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가시화되어 사회적으로 조명받던 시기였던 것 같다. 유전자지도의 완성을 통해 각종 유전병을 치유할 수 있는 단초가 열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상황 속에 한국의 황우석박사가 국민의 영웅이 되었다가 시대의 사기꾼으로 전락하기도 하였다. 앤드류 니콜은 유전자 선택과 우주시대를 연결해 미래의 기업 가타카를 만들었다. 영화는 특유의 무게감으로 시종 일관한다. 주인공 빈센트의 내면에 공감하며 관객은 어느새 불완전한 인간에 대한 응원과 연민을 느낀다. 한편으로 너무나 무모할 정도의 꿈인 우주비행에 살짝 반감을 가지면서-나는 아마 이 편이었을 것이다. 결국 영화는 휴머니즘의 깨끗한 결말을 만들지만, 뭐랄까 우성인자를 가진 인간에 도전한 열성인자의 고투에 대해 두손 들고 환영하지 않게 되는 건 뭘까? 감독이 말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불완전함에 대한 사랑과 연민, 그리고 꿈과 노력의 소중함이겠지만, 말해지지 않은 것도 말해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바로 시스템이 지배하는 사회의 도래이다. 우주식민지를 개척하고자 하는 강대국의 우주개발과 자본가의 꿈이 요즘엔 화성 이주 프로젝트를 광고하는 현실을 보면, 이 영화가 그런 꿈을 미화하는 또 하나의 낭만을 유포하는데 협력하는 게 되기도 한다. 과연 인간의 꿈은 무조건 옹호받을 만한가? 우등인자를 극복하기 위한 열성인자들의 고투가 과연 응원받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아니다, 아직 더 따져보아야 할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다른 SF와 구분하는 것은 역시 허황된 스펙타클보다 우리 안에 존재하는 열등과 갈등, 그리고 고투를 다루기 때문일 것이다.
= 시놉시스 = 가타카의 주인공 빈센트는 자연이 섭리에 의해 태어난 인간이다. 반면 그의 동생 안톤은 유전자의 선택으로 태어났다. 빈센트는 약하고 병에 잘 걸리며 유전자적 열성인 근시이다. 빈센트의 꿈은 우주 비행이지만 그러한 약체 때문에 우주탐사팀을 보내는 회사인 가타카에서 청소부로 밖에 취직할 수 없다. 그리하여 제롬의 유전인자로 가타카에 엘리트 사원으로 취직한 빈센트는 거기서 미모의 여성 아일린과 사랑에 빠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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