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봄 날
내 나이 47살 인생의 후렴부를 달리고 있다.
오늘도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서 저녁 6시쯤 마트에 갔다왔다.
아들 셋에 딸 하나. 듬직한 첫째. 똑똑한 두째. 하나뿌니없는 우리 딸. 귀여운 우리 막내
첫째가 군대를 갔다가 제대한다. 그래서 인지 오늘따라 더 내 장바구니가 가득 차 있었다.
아담하고 작은 정원이 있는 예쁜 이층 주택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들어오니 어머님과 첫째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해병대에 지원했던 아들이 얼굴이 까매져서 더욱이 멋있어져있었다.
누구 아들인지 정말.나에게 와서 다녀왔다고 말하는 아들을 보니 눈물이 핑 돌뻔 했다.
그 때, 우리 딸과 막내아들이 "오빠!","형" 하며 달려 들어왔다.
잠시 뒤에 대학교생활에 한창 재미들어서 늦게들어오던 셋째녀석이 지 형 때문인지 벌써 들
어왔다. 그 이어 남편이 들어왔다. 오랜만에 모든 가족들이 다 모였다.
저녁을 하고 모두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었다.
'행복하다'란 말이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어릴 때 20대의 꿈만 꿨었지, 40대의 꿈은 꾼 적이 없었다.
하지만 20대보다도 40대의 지금이 더 매력적인 것 같다.
20년전 대학교를 처음 들어가서 그저 세계를 보고싶다는 생각으로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 1년을
살았었다. 많은 나라를 보고 느낀 것은 아직도 내 방 서랍에 사진들로 남아있다.
돌아와서 스튜어디스 시험을 보고 대항항공에 들어가고 비행을 하며 또 다른 나라를 더 많이 보고, 그 땐 열정으로 살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때 보다 열정도 없고 빛나지도 않지만, 마음은 한결 더 여유롭고 편안하다.
잠시 딴 생각을 하는 날 딸의 말소리가 깨웠다.
함께 시간을 보내고 남편의 팔배게를 받으며 누워있다. 결혼을 하고 한 번도 빠짐없이 팔배게를 해주었다. 어쩌면 이제 이 사람의 팔이 없으면 잠을 못 잘 꺼 같다.
남편은 내가 유럽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중학교 동창회에서 만났다.
한국에 들어온지 한 달이 안되었을 때, 옛날의 추억이 있던 곳, 중학교에서 만나기로 했다는 친구에게서 전화를 받았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소중했던 아이들을 다시 만났다.
그 중에 이 사람도 있었다. 이 사람은 어릴 때 남자친구였다.
그 때는 이 아이 때문에 많이 울고 웃었었다.
지금 말하니 왜 이렇게 쑥스러운지...... 하지만 그 나이때는 심각했었다.아무튼 그 자리에서 그를 다시 만나고 서로에게 편한 친구가 되어주면서 1년이라는 시간이 갔다.
그리고 나는 스튜어디스가 되고 남편은 군인이였다.
친구로써 면회도 가고 편지도 쓰고 그 때까지만 하더라도 우린 소중한 친구일 뿐이엿다.
하지만 딴 친구들보다 더 소중한 그런 사이? 난 그렇게 믿고있다. 그 땐 난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 지금 그 사람에 대해 말하면 옆에 있는 남편이 알아채고 삐질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르고 남편이 제대해서 사업을 하고 조금씩 잘 되가고 있을 때,
난 아마도 호주에 갔다 왔을 때 지 싶다. 25살의 크리스마스이브였다.
밤에 친구녀석이 하는 호프집에 모두 모이게 되었다. 그리고 그 때 남편이 프로포즈를 했었다.
하지만 너무 당황스러웠던 탓에 그를 거절했었다. 그래도 그 후 점점 친구에서 연인이라는 감정이 들기 시작해서 3개월 후 정식으로 사귀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27살 내 생일날 정말 멋있는 남자와 결혼하게 됬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많이 사랑하고 있다. 이 사람은 내 삶에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죽을 때까지 함께 할꺼 같다.
오늘따라 새삼 이런 생각을 하니 옆의 남편이 더 사랑스러워보였다.그렇게 잠이 들었다.
햇살이 비추기 전 나는 일어나서 고등학생인 딸과 막내를 위해서 밥을 한다.
딸은 미술을 하고 있다. 꿈은 디스플레이너 어릴 때 내 꿈을 말해줬더니 그 걸 해보고싶다며 미술을 하고있다.아들은 태권도를 한다. 대회를 나가서 한번씩 다치고 올 때면 마음이 아프지만, 괜찮다고 할만하다고 말하는 아들이 어찌나 멋진지 지 아비 어릴 때를 꼭 빼닮았다.
모두 아침을 먹이고 보내고 나는 옷 입고 엄마를 찾아뵈러 오빠집에 가고 있다.
오빠는 변호사가 되었고 아름다운 아내와 부모님과 함께 살고있다.
가까운 데에 사시기 때문에 자주 찾아뵙고 있다.
매일있고 지극히 평범한 삶이지만, 가장 행복하다. 오늘따라 더욱이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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