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아영이의 도농 교류 체험학습을 마치고
최정숙
- 신가초등학교 6학년 모아영 어머니 -
아영이가 회장단이 된 후에 처음으로 맞게 된 어린이 도농 교류 체험의 날이 왔다. 주위 경험자들로부터 익히 들었던 터라 아영이보다 엄마인 내가 더 기대하고 설레었다. 우리 아이가 어디로 갈 것인가, 우리 집에 어떤 친구가 방문할 것인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마치 어릴 때 소풍 전날과 같은 마음이었다.
아영이가 먼저 장성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어린이를 만나러 갔다. 아영이는 김슬비라는 아이 집에 가기로 결정 되었다. 그 곳에 도착했을 때 슬비 어머니와 통화하게 되었는데 다정하고 편안한 목소리에 안심이 되었다. 아이를 떠난 보낸 부모마음이라는 것이 다 이렇듯 조마조마한 것 같다. 도농의 7명의 남녀 친구들이 장성에 가서 미술, 과학, 시 외워 적기 등을 하였다. 1박 2일의 여정 동안 피자도 먹고, MP3를 듣고, 컴퓨터도 하며 광주에서의 생활과 별 다를 게 없는 하루를 보냈다고 한다. 탁 트인 들판과 넓은 집이 광주의 아파트 생활과는 다른 시원함을 주었다고나 할까. 특히 슬비의 자전거를 타고 넓은 시골 길을 달리던 것은 색다른 경험으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했다. 아영이의 첫 도농교류체험학습은 이렇게 슬비와 부모님의 따뜻한 배려로 마치 이웃집에서 자고 온 것처럼 낯설지 않게 이루어졌다.
장성을 다녀 온 후, 얼마 안 있어 슬비가 우리 집에 오게 되었다. 진만 초등학교에서 온 다른 어린이들과 선생님들이 함께 백석골에서 맛있는 식사를 한 후 5·18 광주 기념 공원을 견학하고 패밀리랜드에 가는 것으로 일정을 마쳤다. 집으로 온 슬비의 모습은 단정하고 얌전한 친구로 수줍어했다. 서로의 특기와 가정환경, 학업에 대한 관심 등을 얘기하며 다정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니 정말 흐뭇하였다. 아영이와 슬비의 자신 있고 당당한 모습을 보니 기쁘고, 한편으로는 그러한 환경에 처해있지 못한 친구들을 이해할 수 있는 폭넓은 기회가 되었기를 바랐다.
도농 어린이 교류 체험학습이란 요즘 크게 일고 있는 그린투어리즘의 일환이다. ‘농촌의 자연경관과 전통문화, 생활과 산업을 매개로 도시민과 농촌주민간의 교류형태로 추진되는 체류형 여가활동’을 말한다, 교육인적자원부가 도농간 어린이체험학습도 이러한 크린투어리즘의 일환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은 우리 어린이들에게 우리의 뿌리를 알게 하고 도농간 참여학습으로 도시와 농촌 간의 거리를 좁히고 농촌의 문화를 살펴 볼 수 있으며,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무는 것이 그 목적이랄 수 있겠다.
그래서인지 이번 체험학습을 마치고 학교에서 가정에서 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있었다면 이 목적에 맞게 더욱 유익하고 효율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리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아영이와 슬비가 도시와 농촌 어린이로 서로의 문화를 접촉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아영이나 슬비는 서로 비슷한 모습이었다. 이것은 이웃 간 홈스테이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그만큼 벽촌이 아니고서는 도시와 농촌의 경계가 없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슬비조차도 농촌을 직접적으로 알 수 있는 타작마당이라던가, 감 따기, 새끼 꼬기, 고구마 캐기처럼 농촌의 가을 모습을 실제로 체험한 적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슬비에게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 우리들이 함께 할 수 있는 POP나 풍선아트를 같이 만들어 보았으면 저녁시간을 재밌게 보냈을 거라는 후회가 생긴다. 도농교류체험학습의 목적에 맞도록 우리 어린이들이 농촌 현장을 느낄 수 있고 도시 어린이들의 생활을 알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절실하다는 것을 느꼈다. 두 어린이들이 서로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에 이런 어른들의 노력이 같이 한다면 훨씬 풍요로운 체험이 될 것이다.
아영이와 슬비의 만남이 있은 후 도시의 생활과 농촌의 생활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동화 속에 나오는 서울 쥐와 시골 쥐가 생각난다. 문화적인 차이와 경제적인 차이, 주거문화의 차이 도시 직업의 다양성과 농촌 직업의 단일성 등을 다시 한 번 짚어 보게 되었다. 동화에서처럼 서로의 생활을 이해하고 포용하며, 또한 자기가 처한 상황을 감사하는 깨달음이 동화 속에서 발견한 진리이다. 그러나 현실은 많이 다르다. 요즘 시골과 도시 문화의 차이는 거의 없다. 어린이들이 느끼는 것 또한 비슷하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도농어린이들의 차이점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직접 만나 서로의 집에서 묵으며 나누는 대화로 그동안 서로에 대해 알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고 고정관념을 바꿀수 있다. 이런 실질적인 좋은 만남이 좀 더 구체적이고 계획적으로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이 때문이다.
아영이는 늘 부모가 곁에 있다면 느껴볼 수 없던 경험을 했다. 아쉬울 것 없이 사는 우리 아이들에게 ‘아쉬움’이란 더 큰 기쁨을 느낄 수 있게 한 또 다른 선물이 되었을 것 같다. 집을 떠나고, 도시를 떠나고 그런 경험이 쌓여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주변을 돌아볼 줄 알고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을 배울 수 있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