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쇼 소설) 검증
요즘 남편 웃음이 부쩍 늘었다. 그 힘든 밭일을 하면서도, 새꺼를 내다주지 않아 쫄쫄 굶으면서도 뭐가 좋은지 실실 쪼개기만 했다. 춘자는 감이 오는 데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남편에게 여친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은정이었다.
"여우 같은 년!"
당장 쫓아가 머리끄댕이를 잡고 뒹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그러나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은정의 덩치가 덕룡산만했기 때문이었다. 은정의 팔뚝 하나가 자신의 허리보다 굵었다.
그러나 계속 이 꼴을 보며 살고 싶지 않았다.
'그래. 담판을 짓자.'
만덕을 불러 앉혔다. 그리고 물었다.
"나야, 걔야?"
'......'
"내가 좋아, 걔가 좋아?"
'......'
"빨리 대답해! 왜 말을 못 해?"
만덕은 부당한 검증에 응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머릿속 생각까지 지배당하고 싶지 않았다.
춘자의 강요가 점점 더 세어지자 신변의 위험마저 느꼈다.
"내가 왜 그걸 얘기해야 하지? 대답하기 싫어!"
"나도 알아야 할 거 아니야!"
"내 생각을 왜 니가 알아야 해? 대답할 수 없어!"
춘자가 꾀를 냈다.
"좋아. 그럼 이렇게 물을께. 내가 좋으면 지금 그대로 앉아 있어. 그러나 은정이가 좋으면 일어나 서! 셋 셀께. 하나, 두울, 세에..."
만덕이 그 자리에 벌러덩 드러눕더니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 울부짖었다.
"싫어! 대답 못 해! 절대 대답하지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