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안갯속 남한산성길 이야기
소리없이 비가 내립니다.
안개가 초록의 숲과 숨바꼭질을 하나 봅니다.
남한산성.
병자호란(1636년)을 피해 인조 임금이 이곳으로 피신했으나
청나라 태종에게 굴욕적인 무릎을 꿇고마는 비극의 현장이였습니다.
영화 남한산성의 장면이 떠오릅니다.
남한산성은 이 보다 더 먼 옛날 백제, 그리고 신라와도 연이 있었답니다.
오늘은 수어장대와 서문 북문 등을 걷지 않고 평소 찾지 않았던 코스를 잡았지요.
9번 버스를 타고 산성 종로거리에서 하차하여 천주교 성당-해공 신익회 동상-
현절사-동장대터-벌봉-고골 코스를 걸었습니다.
소록소록 이슬비와 앞길을 내주지 않는 안개의 기습(?)을 온몸으로 맞으며
산성의 흔적과 성곽, 그리고 초록의 숲길을 다섯명이 걸었습니다.
함께한 사람들
봄화님 산대월리님 깔순이님 어게인님 그리고 이같또로따
현절사에서 동장대터로 가는 숲길입니다.
안개가 스멀스멀 내려 옵니다.아니 우리를 '몽환적분위기'로 감싸줍니다.
손을 높이 드는 건 항복이 절재로 아닙니다. 안개를 환영하는 제스처랍니다.
산성입구역에서 올라와 버스류장으로 가는 길 건너편 건물에 요상한(?) 간판이 보입니다.
이혼카페. 만약 주위 지인이 이 카페를 개업했다면?
"성업을 빈다." 또는 "대박을 빈다."라고 해야 하는지요?
고민하지 마세요. 이혼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가 많다잖아요.
서초동 양재동에서도 이런 변호사 사무실 적잖아요.
아니, 왜 이 사진을 찍었지. ㅠㅠ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던진 분들을 기리는 곳입니다.
이곳 성당은 기와집입니다.
해공 신익희 선생 동상.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으나 급거한 비운의 정치가입니다.
지금의 하남시가 출생지입니다.서예에도 일가견이 있는 분입니다.
삼학사를 기리는 현절사.
조선 시대, 병자호란(丙子胡亂)이 일어났을 때 중국 청나라에게 항복하는 것을 반대하다가 끝내 살해 당한 세 사람의 학사.
홍익한(洪翼漢), 윤집(尹集), 오달제(吳達濟)를 이릅니다.이들의 우국충절과 척화파의 김상헌과 정온(이현이라고 부름)의
절개를 기리는 사당입니다. 혹시 누가 현절사를 절 이름으로 알았다면 지우시기를.
삼학사와 이현 다섯분의 정신고 기개를 잊지 않는다는 뜻으로 선서를 합니다.
걍~ 쉽게 말해 혼탁한 세상, 바르게 살자는 맹세랍니다. 네 분~제 말 맞지요?
나무와 풀이 온통 초록입니다.
길 또한 흙길이어서 걷는 맛이 굿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마치 구도자 처럼 걸음을 옮깁니다.
하여 우리는 같은 길을 가는 도반(道伴)입니다.
때로는 수군수군 이야기도 섞으며 갑니다.
안개는 때로는 길을 막기도 하고 살짝 길을 열어주기도 합니다.
오늘 몽환적이란 말이 닳을 정도였습니다.
마치 꿈속을 거니는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가물가물 옛 생각도 피어올랐겠지요. 그리고 이내 얼굴이 붉어졌을 거구요.
서어나무
서어나무 와불/김정수
함월산 기림사 앞 입적 못한 부처는
비바람 햇볕만을 공양으로 받아먹고
등피에 천 년 내력을 양각새김 하고 있다
근육질 울퉁불퉁 사천왕상 노거수
물소리 얇게 떠서 그늘자리 펴고 앉아
왕매미 철야정진에 독경소리 듣는다
서어서어 목탁 치며 숲 맑히는 딱따구리
할 말 많은 쥐똥나무 흑단주를 돌리며
한 생의 녹록지 않은 쌓인 번뇌 녹여낸다
어느 시인의 시가 떠오릅니다.
울퉁불퉁한 세월을 온몸으로 그리며 때로는 사천왕의 팔목으로,
굴곡진 세파를 견딘 삶을 온몸에 그리며
서어서어 바람소리 따라 서어서어 숨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상처도 값진 훈장이 됨을 숨김없이 보여주는 나무.
마치 참기름을 바른 듯 매끔매끈 윤이 납니다.
남한산성이 그랬습니다.
그 시절 민초들이 또한 그랬습니다.
김훈의 소설 속 대장쟁이도 그랬습니다.
한참을 서어나무와 마주했습니다.
깨진 기왓장들이 모여 있습니다.
웅성웅성 옛 얘기를 하나 봅니다. 왕년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면서 오늘, 아니 내일의 세월을 소근거리는지도 모릅니다.
부서진 이야기를 퍼즐 맞추 듯 풀어보고 싶네요.
쌓인 높이 그 이상의 사연이 있겠지요.
나도 모르게 밟았던 기왓장 조각에게 미안함을 전합니다.
멈춰버린 시간를 봅니다.
이 성곽을 지켰던 병사의 얼굴을 그려 봅니다.
검게 그을린 세월 속에 드리운 사연이 그 얼마나 일까요.
성밖 안개가 피어 오릅니다.
안개가 감춘 나무와 산.
희미함이 어쩌면 맑음 보다 더 강한 이미지를 주나 봅니다.
가끔은 눈을 감아야 떠오르고 되려 보이는 게 있듯이 말입니다.
곡선의 미학. 성곽이 그렀습니다.
당시야 미학이 아닌 지형을 이용한 전술적 의미가 전부였겠지요.
성(城)을 지키는 나무인가 봅니다.
우뚝 혼자 서 있습니다.
수령이 백년은 되어 보입니다. 참나무입니다.
잠시 쉬는 시간.
쇠지 않은 쑥과 싸리순을 따는군요.
안개는 물러가고.
숲속은 진녹 물감을 부은 듯 합니다.
여기서 20여분 '알바'를 했습니다.동장대터에서 방향을 잘못 잡았답니다.
내려 갔던 성곽길을 다시 올라와 벌봉으로 향했습니다.
동장대를 지나 은고개 방향으로 가는 길은 허물어진 성곽 그대로입니다.
오히려 지금의 모습 속에서 옛날을 가늠할수 있습니다.
미완의 미(美)란 말이 있지만 복국 안된 채로 두는 것도 자연스럽습니다.
10여 미터 아래에 뿌리를 둔 소나무 한 그루가 이 성곽을 지키나 봅니다.
안개로 시야를 가리지만 바로 앞 멀리 동문이있습니다.
성녀(城女)4. 굳은 듯이 보이지 않는 성밖만 보다가 성을 기대어 섭니다.
크로즈업. 표정을 읽습니다.
옷 컨셉이 4인4색이라 사진발도 더 잘 받나 봅니다.
붓꽃. 남색의 물감으로 허공에 뭔가를 그리려나 봅니다.
아니 이미 완성했는지도 모르지요.
다만 우리가 놓쳤을 뿐인지도요.
꽃말이 기별이라고 하던가요. 뭔가 봄 이야기를 그렸을 거예요.
바로 옆의 병꽃.
병꽃이 여기 있음은 남한산성의 아련한 이야기를 담아 바람에게나
구름에게 전했나 모르겠습니다. 꽃말처럼 병 속 깊이 담은 '전설'을 말입니다.
어느 앳된 시골 병사의 사랑 이야기를
고향의 어머니를 부르던 파수꾼의 쉰 목소리를
아니 전설을 모아 모아 어느 성곽 갈피에 숨겨 두었는지도요.
성곽 위 여장(女墻)은 허물어진지 오래이겠지요.
그 자리에 나무와 풀들이 자리 잡았습니다.
우리가 지나 온길, 갈 길은 철쭉이 많은 서식합니다만
올해는 개화하지 못한 철쭉이 거의입니다.
지난번 축령산도 그랬지만.
내년을 기약해 봅니다.
아쉬움에 눈물(실은 빗방울)맺힌 한송이와 마주합니다.
벌봉 바위로 가는 길입니다.
완전 우리만 전세 낸 길입니다.
오솔길 옆 나무들은 모두 휘어 있습니다.
초록에 물들었습니다.
비온 뒤의 산길은 더욱 호젓했지요.
청나라군이 이곳부터 쳐들어 왔다고 합니다.
여기 벌봉바위의 기가 세다고 하여 세를 꺽기 위해서라고 했답니다.
여기 성곽은 소위 외성(外城)입니다. 본성 밖에 또 성을 구축해 적의 칩입을 저지하기 위해서.
바닥이 미끄러워 조심조심 내려 옵니다.
허물어진 그대로의 모습이 자연스럽고 좋습니다.
더 이상 허물리지 말고 이대로면하는 바람입니다.
Let It Be~~
성루에 앉아 세월을, 역사를 봅니다.
누가 누군지는 몰라도 좋습니다.
이런 시간의 여유도 있어야지요.
암문. 시크릿 게이트라고 말하면 이해가 빠르겠지요.
적군이 모르게 출입하는 문이지요.
객산으로 가는 구간으로 위례둘레길입니다.
무너진 봉분.백년은 넘었겠네요.
고분 자리에 밑둥만 있는고목.
위례둘레길 리번이 걸려 있습니다.
낙엽이 수북히 쌓여 있습니다.
이곳 지명이 바람재랍니다.
뭐 하시나요?
낙엽을 밟는 촉감이 아주 좋습니다.
젖은 낙엽이기에 더욱.
철쭉꽃 앤딩.
이렇게 나마 꽃의 흔적을 볼 수 있는 나무가 별로 없었지요.
철쭉꽃 트레킹 폭망.
조붓한 길입니다. 이 길을 가는 동안 누구와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전세(?)낸 우리만의 길. 잠시 쉬며 카메라 앞에 섭니다.
가다가 뒤돌아 온 길을 봅니다.
그리고 걸음을 옮깁니다.
이제 가려던 객산을 접고 고골쪽으로 턴합니다.
3시입니다. 의외로 내리막길이 깁니다.
두어번 쉬었지만 버스타는 곳까지는 40분 정도 걸렸습니다.
중간에 길이 끊키기도 했구요. 끊키기 보다는 어느 집(별장 같음) 앞에 팬스를 둘러 길을 막았습니다.
우회하느라 애를 좀 먹었습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차를 기다립니다. 일욜이라 배차 간격이 더 긴가 봅니다.
우리가 벌봉에서 걸어 온 산 능선입니다.
이 마을까지는 상당히 골이 길고 깊음을 알 수있습니다.
지명 고골이 실감납니다.
100번 버스로 이동해 찜했던 식당을 가니~ 어잉? 일요일 휴무입니다.
비는제법 내립니다.
바로 앞 남원추어탕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하고 서울행 버스를 탔습니다.
궂은 날씨지만 굿 데이로 여기고 함께하신
깔순이님 어게인님 봄화님 그리고 첫도보를 하신 산대월리님~수고 많으셨습니다.
비맞아 고뿔 걸리지 않았나 모르겠습니다.
- 이같또로따-
첫댓글 세상에도 없는듯 아득한 몽환적인...짙푸른 녹음과 향기를 같이한 길벗님들과 오랫동안 깊숙한 추억남길 행복한길 걷게해주신 로따님 감사 감사드립니다~오늘도 즐거움가득 행복한날 되셔요~^♡^
오랜만에 몽환적 분위기를 실감한 산책이었지요.
함께한 시간 즐거웠답니다. 그리고 하산길이 좀 지루하지 않았는지요?
지기님의 후기는 내 마음에
잔잔한 여운을 남기면서 많
은 생각과 추억과 함께 같이
있는듯한 즐거움에 푸~~욱!!
빠져보면서 그시간을 만끽해
보면서 환한미소와 그자리에
공석이였음을 아쉬워하면서...
남한산성영화 봤던 사람만이
느낄수 있는 그 기분 아시죠?~~~^^
남한산성 좋은분들과 오붓하
게 사람냄새나는 향기로운
시간 멋있는 시간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남기고 온 부러운
분들 우리가족도 수어장대에
서 30년전에 찍은 사진도 있
는대......ㅎ
많이 생각나고 가보고 싶은 남한산성입니다.~~ㅋ
비가와서 더 아름답고 멋진
길이였을 남한산성 멋집니다.
담에 앵콜 도보한다면 꼬~옥
가보고 싶은 남한산성!
아기천사님이 같이 하셨으면 감탄사를 연발하셨을거예요.
남한산성길 중 잘 안겄는 코스여서 더욱 호젓하였답니다.
로따님~ 잊지못할 추억을 남겨주셧어요~ 우리들만의 천국이엇죠 생기넘치는 파릇한나무들.그사이로비치는 몽환적안개를보며 우린 걸엇죠 몇번의 탄성이나오며
..비를머금은 쌓인낙엽을밟으며 그낙엽마져도 예쁜길을 만들어주어 사브작 걸엇죠 우리들만 오붓하게여
로따님의 시를읽으며 그날을 회상합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수고만으셧읍니다~~
모두 소녀적 감상이었습니다.특히 깔순이님은 더 그렇게 보이셨어요.순수한 감성 짱이었습니다.
근거리의 남한산성 산행을 일요일이라 함께 하지 못해 아쉬워요.
아름다운 남한산성 숲길
일요일 아닌 앵콜 길 기대합니다.~
함께하셨으면 자동으로 콧노래 부르셨을 겁니다.
가을날 그중에서도 손없는(?) 길일을 잡아 볼까요?
두시간 잠자고 헐레 벌떡 따라 나선길 그야 말로 몽환적 세상도 나두 하지만 나무가지 사이로 후두둑 떨어지는 비를 맞으며걷는 그길은 가봐서 걸어봐야 만 알수있는 길입니다 로따님 건강 하세요 너무 너무 감사 드림니다 이런 길을 제가어떻게 알수가있으며 ᆢ ᆢ 우리길 화이팅 입 니다
와~ 수면이 부족한 상태임에도 티 안내시고 걸으섰군요.
함께한 산성길 저도 보람이 컷답니다. 좋은길에서 종종뵈어요.
저는개인적으로 성곽길과 동네어귀돌담길 무척 좋아합니다 남한산성 가루비와자욱한 안개 로따님에 짠한 후기 글은 저도 모르게 남한산성을 생각으로 걸음해보았습니다 기회가된다면 꼭 가고싶습니다 넘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안개가 분위기를 더욱 돋아준 걷기였지요.더욱 완죤 전세를 낸 길이구요.
다음에 호수님께서 날잡으시어 함 깃발드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