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장에서 나 홀로 통증과 고군분투 하며 삼일 째. 나중에 알았지만 오늘은 추수감사절이라네요.
그저께 보다.어제보다 더욱 나아졌다는 억지안심을 하며
아침마당에 밤사이 쌓인 찬 서리를 기운 없는 눈으로
비질을 하며 일출을 맞았습니다.
저 건넛집 문배기 할매가 깜냥에 나 같은 여자를 일컬어,
"외로운ㅁ 산속에 빤딱빤딱 빛나는 이삔각시가 내 저트로 이사 와서 참말로 존네이이?"
함서나 꺼먼 봉다리를 내게 주였었는데 그것을. 그때 준 .
서리태콩 한 줌을 넣고 솥에 쌀밥을 안치고
마루캉 난간에 옷을 빨아 널고.
지난 이른 가실에 . 청경체.겨자체 케일 상추를 심은 뒤안의 텃밭으로 호미를 들 고가서
송송 나온 잡풀을 짓이기다가 채소에 달라붙어.무얼그리 처먹어 통통하게 살이 쪘는지
앙증맞은 퍼런 실벌레의 양쪽을 잡아 늘여가지고 배를 터뜨려 쥑였습니다.
채소밭에 단 한 번도 약을 치지 않았기에 여기저기 벌래가 뜯어먹어 채소 잎들이 엠보싱이 되었어요.
저는 짬이 날 때마다 뒤안에가서 채소에 달라붙은 벌래들을
손으로 잡아 배지를 늘려쥑였는데도
전혀 징그럽거나 내가 잔인하다거나 해서 죄책감이 들지않았어요.
선창에서 살아 있는 전어나 산새우를 손님들께 구워 드시라고 불판에 올려놓으면
'아뜨거!' 하며 팔딱팔딱 뛸 때마다 내가 뜨거운 것 같아 가심이 아프고 미안하여
얼른 주방으로 뛰어와 .
일단 그들의 명복을 빌곤 했었는데…….
손님들 옆에서 그 지랄을 하면 손님들도 지각 있는 사람인지라. 자기들 먹울거에 미안하여
드시기를 꺼려해 매상이 안오를까봐 타산적으로다가 저어한 마음에
그들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달려와 나만의 의식을 치르곤 했었답니다.
."전어야 새우야 어쩔 수 없이 너들을 화형 시키는 나를 용서해라.
너희들에게 유감이 있거나 원수가 져서 그런것으 아니다만
내가 먹고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단다.
긍게로 머하로 전어나 새우로 생겨나 산체로 태워죽는 팔자로 생겨나래?
다음 생엔 내가 새우나 전어되고 너희들이 나로 바꿔 태어나 나에게 실컷 복수하렴."
이랬었는데요...
그런데 좀 이해스럽지 않은 아이러니는 그토록 수많은 조개 알들을 불에 구워 죽여서
까먹혀놓는다 해도
단 한 번도 조개들한테는 이런 경의를 표하지 않았다는 것.
움직여 눈에 보이는 저항군에게만 마음을 주고 유감표명를 했다는 점에
내가 살면서
나의 못된 점을 바라보고도 묵묵히 참아주고 기다려주는 이가
진짜 조개 말고도 또 조개 같은 존재인 누군가가내 주위에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에게 있어 분명하게 부상되는 존재는 확깨놓고 길똥씨라고
말하는 이가 있겠지만 그건 내비두세요.
내게 병이라는 고통을 주고 고통의 꽃에 물과 양분을 주어
내 삶으로 하여금 치열한 열정을 부여한 이도 그일 테니까요.
산장 아랫채는 고쟁이 아줌마가 사시는데 언젠가 나랑 꼬추잎을 따다가
내게 말했었습니다.
"나가 임자를 콕 찍었응게로 우덜함께 교회 가는거여이?"
당신 고추밭에 있는 꼬ㅓ춧잎을 따도록 허락을 하시는 조건으로 당신이 원하는.
나를 교회로 인도 할랑게 그리 알라는 말로 나는 알아들었었습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조용히 말캉에 앉아 해바라기를 하다 은은하게 산속 에
울려퍼지는 예배당 음악밸 소리에 병든 내 귀가 유쾌하게 찢어지고
푸석한 영혼이 감미로워 졌어요.
삐거덕 거리는 무릎을 간신히 세우고 건넛집 아짐니한테가는 길끄막을 내버려두고 지름길인
고추밭을 가로질러 찾아가 문을 두드렸지요.
"고잼해?고쟁이?고잰해 아짐니?"
인생의 중간쯤 살아옴 즉한 어떤 남자가 문을 열고 말했습니다.
"어머니 교회가셨는데요?누구시죠?"
"저는 저 윗집 여자인데 당신네 고잼해 엄니께서 제게 교회가자고 하졌었는데."
그러자 그 남자는 똑똑한 발음으로.
"저희 어머니는 고잼해가 아니고 '고. 정. 희'이십니다."
"아 그러세요? 저는 여전히 윗집여자 입니다만 고정희 엄니가 제게 함께 가자고 부탁한? 에비당을
가고 싶은데
시간 없으면 나를 거그까지 데리다 주실 테요?
아마 당신.고잼희 엄니께서 나를 교회로 데려다 놓면 무척 효자라고 기뻐하실 텐데."
"아그러세요?잠깐 만 기달려요 차 키 가져올게."
이렇게 해서 생전처음? 예비당에 갔습니다.
역시 나를 데려온 그 아들은 그 어머니한테 잘했다 칭찬 들었습니다.
더구나 오늘은 추수감사절 예배랍니다.
기도할 때는 눈에힘빡주고 대처 누가 어떻게 생긴 사람들이
기도는 어떻게 하나 고개를 두리번거렸고.
설교시간에는 푹푹 졸았습니다.
예배시간내내 썩은 다리를 구부리고 앉아
고정된 자세를 고수하느라 고문 같은 진통에 몸부림을 쳤지요.
예배가 끝나고 고쟁이 엄니는 나를 데리고 교회에서 펴놓은 가든파티에 가서
푸짐하게 차려진 음식상에 배불리 먹이고 목사님과 여러 지인들이
나에게 모여와 누구며 어떻게 왔냐고 외국여자같다고..
쏟아지는 햇살보다 버거운 시선들이 집중해.
패션도 끝내준다는 말에 내꼬라지를 보니 맙소사~
흐트러진 머리끄댕이에 아슬아슬하게 내리뜨린 체크무늬 두건에.
겹겹이 껴입은 셔츠 밑으로 이중삼중으로 늘어진 빨간 내의.
길에 내려입은 누비바지위에 입은 홀랑치 마.
추수감사절 예배당에 온 풍신이. 또 맑은 대낮에 빨간 고무장화를 신었네요.
오늘은 한주일의 시작인 월요일 입니다.
내일은 애리수산대박 날 입니다.
그동안 제글을 관심 있게 보아준 아들은 애리수산 대박 날의 의미를 아실꺼예요.
저는 내일있을 애리수산 대박을 준비를 위하여 하산하였어요.
아직은 삭신이 맑진 않지만 조심스럽게 움직여 일상에 복귀 합니다.
일을 하다보면 일에 중독되어 아픈 것에 무감각해집니다.
그렇게 살아온 세월에 내 몸은 내공이 되어 내가 병신이다 는 사실을 잊고 사는 이유는?
선창. 춤추는 조개가 나를 어서오라.부르쟎아요.
첫댓글 언제가 외국 TV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낙지를 젖가락으로 말아서 꿀꺽 삼키는 것을 세계적인 엽기 음식으로 소개된 적이 있다고 그래요....뜨거운 냄비에 살려고 몸부림치는 낙지를 볼 때 마다 속으로 짠해지는 것을 느끼곤 했습니다...살려고 발을 밖으로 내밀면 여지없이 다시 뜨거운 냄시속으로 몰아 넣고....
"내게 병이라는 고통을 주고 고통의 꽃에 물과 양분을 주어 내 삶으로 하여금 치열한 열정을 부여한" 이 문장 한줄로 마뇨님이 얼마나 긍정의 힘을 가진 분인지 직감 합니다. 그 긍정의 힘으로, 열정으로 누구보다 자신의 색깔을 가지고 멋지게 살고 있는지...그래서 다른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희망을 주는지 ..." bravo seon shang ma nyeo!!"
어제는 집에 계시더만 오늘은 그래도 선창에 나간다니 조금은 안심이네요....그래도 조금은 견딜만 한가보다하는....안도감....언니 그래도 약 먹으라고 챙기는 길동씨가 계시는 곳에 있는게 낫지 않을까 하고 말하면, 안될라나요?......
반드시 이길줄 알고 내린 고통일 터~ 마녀님 힘내시고 만나면 재밋게 웃겨 줄게여.....오늘도 홧팅...^*^
그나저나 순창마녀님 건강이나 빨리 좋아졌으면 좋겠어요.. 다른건 다 둘째 치고... 마녀님 홧팅...
몸과 마음이 편안하셨으면 하고 바래봅니다~~~곰삭히는 마음이 보여 너무 가슴 아파서요~~~힘내시구요~~빠른 쾌유 빌어드리께요~~선창 마녀님
고맙습니다.위로를 받으면 좀 나아질까 한껏 엄살을 부렸더니 역시 다들 속아주시는군요! 채고마당 님들은 순진하시고 인정이 많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