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비준동의안이 민주노동당 의원들과 민주당 일부 의원들의 '육탄저지'에도 불구하고 22일 오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일방적으로 통과됐다. 이로써 지난 19개월 간 극심한 찬반 양론 속에 이념적 문제로 까지 확산됐던 한미FTA 논란은 이날 비준동의안이 상임위를 통과하면서 탄력을 받을 전망이지만, 향후 진보정당들과 한미FTA를 반대해온 시민사회진영의 극심한 반발이 예상된다. ■ 야당 강력 반발에도 표결없이 일방 통과, 박진 "더 이상 질의 없으면.." 국회 외통위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야당 의원들의 극렬한 항의 속에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강행 처리한 뒤, 이를 본회의로 넘겼다. 한나라당 소속 박진 위원장은 오전 11시 47분 쯤 민노당과 민주당 의원들의 강력 반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더 이상 질의할 의원이 없으면 비준안은 정부 원안대로 통과됐음을 선포한다"며 가결을 선언했다.
▲ 한미FTA에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이 비준안 처리를 규탄하며 박진 위원장을 중심으로 극심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CBS노컷뉴스 | | 이에 앞서 민노당 강기갑 대표와 이정희 의원, 민주당 천정배 의원 등은 지난해 말 불법 기습상정과 같은 상황을 우려해 이날 회의 시작 전부터 '원천 무효'임을 주장하며 비준동의안 처리에 거세게 항의했다. 박진 위원장도 회의 시작 30분 전 부터 의장석을 지켰고, 의장석을 중심으로 민주·민노당 의원들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대치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소란이 계속되자 박 위원장은 보좌진과 취재진 등 국회의원을 제외한 방청인들에게 퇴장을 요청했으며, 이과정에서 민주당 김우남 의원 등이 박 위원장의 마이크를 뺏으며 몸싸움을 벌였다. 이에 민주당과 민노당 의원 등으로 구성된 '한미FTA 반대 시국회의'는 외통위 회의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FTA 비준동의안 통과 반대를 주장했으며, 민노당 당직자들은 '한미FTA 비준 반대'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연좌 시위를 벌였다. 특히 이들은 비준안 처리과정에서 △토론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과 △표결 없이 일방적으로 통과된 점을 들어 '원인 무효'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어, 향후 비준동의안 강행처리에 따른 진통이 예상된다. 실제로 민주당은 조만간 '비준안 처리무효 가처분신청'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민노당도 시민사회진영과 함께 강도높은 투쟁 의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 민노 "박진, 제2의 이완용"…진보신당 "정치권 야합에 분노 치민다" 민노당 박승흡 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혼돈의 시대에 미국의 경제위기를 대신 짊어지려는 고통분담을 '친미정권' 한나라당이 앞장섰다"며 "비준동의안의 불법 날치기 처리는 절차상 하자 투성"이라고 성토했다. 특히 박진 위원장을 강도높게 비판, "세 번의 손 방망이 소리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우리나라를 미국의 경제속국으로 전락시키는 망국의 통곡소리였다"며 "역사적 대죄를 지은 박 위원장은 제2의 이완용으로 기록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고 질타했다.
▲ 이날 민노당과 진보신당 등은 한미FTA 원천 무효를 주장하며 향후 강도높은 투쟁 의지를 밝혔으나, 민주당은 '한미FTA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 ©CBS노컷뉴스 | | 이에 앞서 민노당은 이날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의사를 반영하지 않은 비준안 통과 강행 시도는 어떤 정당성도 갖지 못한다"며 "이후 벌어지는 사태는 오직 불법 통과를 자행하는 한나라당 측에 있음을 분명히 밝혀 둔다"고 경고했다. 진보신당 이지안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한나라당 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무기력한 동조'를 강력 비판, "재보선 한복판에서 아무도 모르게, 너무도 조용히,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키려는 정치권 야합에 분노가 치민다"고 개탄했다. ■ '한미FTA저지 범국본', 맹성토…"지금은 쪽수 믿고 '허장성세'하지만" 시민사회진영에서도 한나라당의 비준동의안 일방 처리를 강력 규탄하고 나섰다. 지난해 말 불법 기습 상정에 이어, 이날 표결처리 없이 강행된 점을 맹성토하며 한나라당과 청와대를 향한 '심판'의 메시지를 던진 것.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성명에서 "(비준동의안 처리가) 원천 무효임을 다시금 천명한다"고 밝힌 뒤, 박진 위원장을 향해선 "상습적으로 불법과 반민주적 행태를 반복하면서도 전혀 부끄러움이 없다"며 외통위원장과 국회의원 직 사퇴를 촉구했다. 이와 함께 "시대착오적 한미FTA를 강행하고 있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이 나라 경제를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지금은 쪽수를 믿고 허장성세하지만, 한미FTA의 파괴적 영향은 그들을 결국 국민의 심판대에 세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 민주 "한미FTA에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민주당 역시 절차상의 문제를 들어 '원천 무효'라는 점을 거듭 지적, 한나라당을 향해 강력한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으나, '결국 한미FTA를 추진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에선 진보진영 정당들과 큰 차이를 보였다.
▲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이 국회 외통위 회의실 앞에서 한미FTA비준동의안을 반대하는 플랭카드를 들고 연좌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 CBS노컷뉴스 | | 국회 외통위 소속 민주당 의원 전원은 비준동의안 강행 처리 직후 규탄성명을 내고 "국회의 여야합의 정신과 국민여론을 무시한 거대여당의 오만이 부른 횡포에 불과하다"며 토론절차와 표결없이 통과시킨 점을 들어 "완전한 무효"라고 비판했다. 또 "FTA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할 안건이지, 우리가 정상회담을 위한 선물로서 준비할 사안이 결코 아니다"라며 "오히려 우리 국회의 선비준은 우리의 선택폭을 좁게 만들 뿐, 최악의 경우 한미FTA의 좌초라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그러나 "민주당은 한미FTA에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정부여당이, 직접 피해를 입는 여러 분야에 대해 적극적이고 현실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라며 "국민 동의와 국회 검토가 우선된 후에야 비준안 처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영민 대변인도 별도 브리핑에서 한미FTA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 "미국 의회의 움직임을 보며 전략적 판단을 하자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의 반복된 일방통행식 국회운영이 국회를 대립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