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인간(AH)에 희망을 걸다
최 화 웅
아직 멀리 있다고 여긴 미래가 때로는 갑자기 닥친다. 1951년 마흔세 살의 나이에 일찍이 사제직을 벗어던진 이반 일리치(Ivan Illich)가 "미래는 인간의 현실을 잡아먹는 우상이다.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라고 말했다. 세상은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로봇 ‘소피아’의 등장에 이어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과 딥 러닝(Deep Learning) 단계를 넘어 인공인간(AH, Artificial Human) ‘네온’이 나타났다. 21세기는 AI에 이어 AH와 더불어 살아가는 시대다. 앞으로 그 위력은 권위를 잃아 가는 신(神)이 팬데믹에 의해 전서계로 급속하게 번진 코로나19에 의해 롹인 되었다. 인공지능이란 컴퓨터가 인간처럼 사고하고 학습하며 판단하고 행동하는 단계다. 구글의 기술이사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ll)은 “AI가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미래가 2045년에 도래할 것이며 그 때에는 AI가 스스로 AH를 낳게 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구글’의 인공지능(AI) 전문 자회사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AlphaGo)는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4대1로 승리해 파란을 일으켰다. 우리나라 병원에서도 이미 IBM의 인공지능 의사 왓슨(Watson)이 환자를 진료하고 수술을 담당하게 되었다. 나아가서 인공지능은 작가와 영화감독, 의료진을 대체하는 시대다. 전장에 드론과 AI로봇병사, 그리고 다양한 AI 병기가 투입되고 작업장과 훈련장에서는 웨어러벌 GPS가 인간을 감시하며 조종하는 단계다. 인간이 아닌 기계가 사람의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시대가 다가온 것이다. 인류학자 메리 그레이와 컴퓨터공학자 시다스 수리는〈고스트워크(ghost work)를 통해 우리에게 “인공지능 기술의 급속한 진화, 그 끝자락에 과연 인간이 존재하는가? 라고 묻고 있다. 미래는 인공지능과 빅 데이터가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다. 언어능력을 갖춘 인공지능과 인공인간이 신과 인간을 대신할 날이 머지않았다.
중국에서는 2015년 마이크로소프트사가 개발한 대화형 인공지능 ‘샤오빙(Xiaoice)'이 시를 짓고 일본에서는 인공지능이 쓴 소설이 문학상에 응모하여 예심을 통과하였다. 이제 확대되고 있는 인공지능의 윤리문제와 인공인간의 역할과 책임을 생각해야할 때다. 인공지능이 예술가를 대신하는 창작 시대가 열렸다. 2015년 일본 나고야대학에서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호시 신이치(星新一)교수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일본 경제신문이 제정한 ‘제3회 호시이 신이치 문학상’에 모두 1400여 편의 작품이 응모하여 그 중 인공지능이 쓴 두 편의 작품이 예심을 통과했다. 이를 계기로 하코다테 미래대학의 ’AI소설 창작 프로젝트팀‘은 2016년 3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인공지능이 소설을 쓰는 시대다. 작가 대신 IT대기업이 문학 작품을 양산하는 미래를 상상해보라. 앞으로의 문학 작품 창작에서 인간은 이제 초입에 들어선 인공지능 문학시대가 인간과의 협업 시대를 상상한다.
이제 인공지능이 펼칠 문학 활동도 AI와 AH에 달렸다. 인간이든 AH든 누가 쓰더라도 재미있고 흥미로우며 감동을 주는 메시지라면 그 선택권은 독자에게 달린 것이다. 앞으로 독자는 언제 어디서든 작품을 저장하고 있는 중앙컴퓨터에 접속만 하면 원하는 작품을 읽을 수 있게 된다. 문학은 궁극적으로 다른 사람의 생각과 삶을 통해서 스스로의 삶의 길을 잡아나가는 것이리라. ‘대낮에 등불을 들고 신을 찾아 거리로 나섰던’ 디오게네스(Diogenes)로부터 “신을 숭배하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선언한 그리스 에피쿠로스(Epicouros)는 우리에게 ‘저 세상’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의 행복을 살아라.’고 외쳤다. ”신은 죽었다(Gott is tot).“는 선언은 ”절대적인 진리가 없다.“는 새로운 인식의 출발이다. ‘신이 죽었다.’는 말은 곧 인간에 대한 무한한 긍정과 가능성에 근거한 인간해방선언이다. 지금 한창 개발되고 있는 양자컴퓨터가 세상을 더욱 놀랍게 바꿔놓을 것이다.
양자컴퓨터(quantum computer)는 슈퍼컴퓨터보다 최대 1억 배의 성능으로 150년 걸릴 데이터를 단 4분 만에 처리하는 전산능력을 갖추었다고 한다. 종교 또한 새로운 과학기술시대와 더불어 지구가 돌지 않는다는 중세의 교리에 머물며 방관할 수 있을까? AI와 AH와 더불어 양자컴퓨터가 새로운 인간해방시대를 여는 이정표를 제시한다. 그러나 AI와 AH가 멋진 신세계의 꿈을 가능케 하는 판단과 책임을 다 할 수 있을까? AI와 AH가 새로운 신으로 대체될까? 인간형 인공지능 인간, 즉 인공인간(Artificial Human) ‘네온(NEON)의 개발이 이를 뒷받침할 것이 분명하다. 우리나라 인공지능 기업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 산하 연구기관 '스타랩스(STAR Labs)’는 ’국제가전전시회(CES 2020)에 인공인간 프로젝트 '네온(NEON)'을 선보였다. 현재 스타랩스를 이끌고 있는 SRA의 프라나브 미스트리(Pranav Mistry)는 MIT미디어랩을 거쳐 삼성전자에 입사한 '천재과학자'다.
그는 인공인간 네온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우리는 가상에서 만들어낸 것을 진짜라고 믿을 수 있냐?“고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실제 사람처럼 생긴 ‘네온’은 수백만 가지의 표정을 짓고 감정을 표현하며 다양한 외국어를 구사한다.”고 밝혔다. 지금 상황은 19세기 콜레라 바이러스가 인도에서 발생하여 미국에 도착하는데 8년이 걸린 시간에 비하면 이번 코로나19는 고작 2~3개월 만에 인간과 동식물의 동질화·균질화가 세계화의 현상인 ’호모제노젠(homogenocene)'이 우리를 경악스럽게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중국이 WHO에 보고한 코로나19가 3개월 만에 200개국에 감염자 100만 명에 사망자가 5만 명을 육박하고 있다. 지금 지구상의 거의 모든 사람이 동시다발적으로 1개 대륙에 전파되는 에피데믹(Epidemic)을 거쳐 세계적 유행병인 팬데믹(Pandemic)을 겪고 있다. 지금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죽을지 모른다. 인공인간(AH)에 미래의 희망을 걸어야 하나?
첫댓글 바벨 탑이 문득 생각나네요.... 공감합니다.
감사합니다.
부디 겅강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