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出安山記
우리 종족의 위대한 선지자 메가1세가 태어난 것은 인간들 달력으로 1994년 10월경이었다. 경기도 안산시 고잔벌 붉은섬마을의 유서깊은 조루집안인 조루16세의 9남매중 세째로 태어난 메가1세는 아니, 좀더 정확히 말하면 조루16세의 일생에 걸쳐 태어났던 162마리의 자식중 성인식을 치를 때까지 즉 3개월을 생존했던 52마리 형제중 28번째 서열로 태어난 메가는 임신기간이 3일이나 모자랐다고 한다.
그걸 두고 메가1세를 음해하는 자들은 엄마가 간통을 했다느니 아버지 이름이 조루라서 그렇다느니 험담을 하지만 모두 근거없는 썰임을 나 요안은 보증하는 바이다. 어쨌거나 초산이라서 그랬는지 몰라도(모친은 조루16세의 네 번째 부인이었다) 어찌나 난산이었는지 메가1세는 사산하는 다른 형제와 얽혀서 그것도 거꾸로 자궁을 나오는 바람에 심각한 신체적 결함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 결함이란 다름이 아니라 심각한 목뼈골절인지 디스크인지로 인해 고개를 좌우로 돌릴 수 없는 마비 증세와 더불어 유전인지 팔자인지 모를 심한 사팔뜨기 눈을 가진 장애자로 세상에 나온 것이다. 그러니 자나 깨나 천적을 경계해야 하는 슬픈 숙명의 쥐 종족으로서는 그 장애는 거의 치명적인 결함이라고 아니할 수 없었다.
쉴 새 없이 고개를 돌리며 주변을 경계해야 함에도 그의 목은 요지부동이라 몸을 돌려야만 보고 싶은 곳을 볼 수 있었을 뿐더러 눈마저 사팔뜨기이니 정면에서 오는 적을 피할 재간이 있겠는가 말이다.
어디 그뿐이랴, 흘겨본다는둥 인상이 더럽다는둥 건방지다는둥 어른 쥐로부터 구박을 받기는 또 그 얼마였던가? 심지어 차라리 천적에 식량으로 제공하자는 의견도 있었을 정도니 더 말해 무엇하리오.
인신공양, 아니 서신공양은 비일비재한 일이었다.
치명적인 질병에 걸렸거나 중죄를 지은 쥐들에게 내려지는 형벌인데 그 이유는 천적에게 제공하는 대신 천적이 배가 부를 동안 다른 쥐들은 안전을 보장받는다는 단순논리 외에도 천적의 사냥감각을 둔화시켜서 다음 사냥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지게끔 유도하는 심모원려가 담겨있다.
악독한 천적중 일부는 식량이 제때 공급이 안 될 경우 무서운 살상본능이 살아나서 식량목적 외에 분풀이로 대량학살을 저지르는 경우가 왕왕 있는 것이다. 그러니 서신공양이란 그런 참극을 방지하기 위한 우리 종족의 생존을 위한 처절한 지혜의 소산인 것이다.
어쨌거나 믓 위인들이 그러하듯이 큰 재목이 될 사람은 으레 어릴 때 그런 고난을 겪게 마련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신의 가호와 모친의 결사적인 보호로 인해서 메가1세는 다행히 희생양이 되지는 않았다.
첫 출산이어서 그런지 모르나 그녀는 엄청난 태몽을 공개했는데 쌀가마니가 가득 쌓여있는 곳에서 수염 난 흰쥐(흰쥐는 우리 종족에게 산신령 비슷한 비범한 초서로 인식되고 있다)가 나타나더니 목자가 씀직한 자(尺)를 던져주더라는 것이다(인간들 전설에선 죽은 시체를 흰쥐가 자로 재면 부활한다는 설이 많다).
정말인지 아닌지 메가를 살릴 의도에서 지어낸 거짓말인지 당시로선 설이 분분했지만 후세에 와서 보면 그녀는 진실을 말했던 것이 틀림없다.
비록 유아기에 도태되진 않았다하나 믓 쥐들이 보기엔 너무도 멍청하고 모자라보이는 메가1세라서 제명 껏 살리라고 기대한 쥐는 단 한 마리도 없었다. 제 명껏이 다 무엇인가? 족보에 오르는 성인식 때까지도 살 가능성이 희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믓 쥐들의 예상을 깨고 그는 기적과도 같이 당당히 살아남았다.
물론 소년기를 보내면서 메가에게도 많은 위험이 닥쳐왔었다. 두 형제가 김씨네 야산에 살고 있는 저 가증스런 족제비에게 먹힐 때만 해도 메가도 같이 있었는데 의심 많은 족제비는 메가의 그 기묘한 태도(꼿꼿한 목)와 대담함(사시로 인한)에 쥐 같지 않은 쥐인 메가를 포기했던 것이다. 왜냐하면 쥐 같은 쥐는 주변에 얼마든지 있었으므로..
그리고 안산시 고잔벌을 영토로 하고 있는 송골매의 레이다에도 걸렸던 적도 있었으나 경험 많은 송골매는 메가를 한눈에 농약,혹은 중금속에 오염된 쥐라고 판단하고는 메가 대신 그 옆에 있던 정상적인 쥐(메가의 사촌)를 그날 아침의 식사로 선택했던 것이다.
또 생후 20일깨는 그 동네에 군림하고 있던 마이콜이란 들고양이와 정면으로 마주친 적도 있었다. 고양이와 마주치면 대개의 쥐는 일순간에 최면상태에 빠져 무력해지게 마련이었지만 메가는 아무 거리낌 없이 마이콜앞으로 지나가고 말았던 것인데(실은 사시라서 정면의 고양이를 못 본 것인데도) 마이콜은 너무도 충격을 받아 한동안 자신이 늙었음을 한탄했다던가?
ㅡ 계속 ㅡ
* 위 낙서는 제가 이십수년 전에 쓴 풍자환타지입니다.
(1995년경?)
쓰다가 중단해 끝맺지는 못했지만 심심풀이 소일 하시라고 소개합니다.
다시 쥐해가 오기 전에 완결하기를 기대하지만ㅜ
첫댓글 꼭 완결 하시라고
커피 한잔 올립니다 ㅎ
낮에 누림보님 궁궐에서 커피를
한지게나 뚱쳐 왔기로^^
그간 와인이니 양주니 안동소주를
거덜낸 죄도 아직 못 갚았는디...ㅠ
@무이 잠파노 협찬 받으신걸로 하세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