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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1-9
하나님의 말씀대로 행하라. / 이수영 목사
가나안 진입의 첫 관문인 크고 견고한 성 여리고를 그저 고함 한 번 지르고 손쉽게 차지했던 이스라엘이 작은 성 아이를 공격했다가 뼈아픈 패배를 맛보았음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아간이라는 한 사람이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하나님께 바쳐진 전리품의 일부를 탐내고 훔친 일로 말미암은 패배였음을 뒤늦게 알게 된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백성은 그 죄를 씻기 위한 조치를 하나님의 뜻을 따라 취하고 하나님의 맹렬한 진노가 그치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아이성 공략에 나섰습니다. 오늘 본문은 그 두 번째 아이성 공략에 관한 기록의 일부입니다.
여호수아는 아무런 작전도 없이 그저 삼천 명의 병력만 보냈던 첫 번째 공략 때와는 달리 치밀한 작전을 세우고 모든 병력을 동원하여 총력전을 폈습니다. 그는 이스라엘 병력의 일부를 아이성에서 너무 멀리 떨어지지 않은 서쪽 뒤에 매복시키고 자기가 공격신호를 보내면 일제히 일어나 아이성을 점령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게 했습니다. 그리고 여호수아 자신은 주력부대를 이끌고 아이성 북쪽에 진을 쳤습니다. 이렇게 병력을 두 진영으로 나눈 것은 주력부대가 전투가 시작되면 져서 도망가는 척하며 유인전술을 써서 아이성의 군사들을 성 밖으로 멀리까지 나오게 하고 배후에 매복했던 병력으로 빈 성을 먼저 점령하게 한 후 협공작전으로 아이의 군사를 궤멸시키려는 계획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이 작전은 적중했습니다. 아이 왕은 자기들 성읍 뒤에 복병이 있는 줄은 알지 못하고 여호수아와 온 이스라엘이 자기들 앞에서 거짓으로 패한 척하여 광야 길로 도망하자(8:14-15) 성읍에 있는 모든 병력을 데리고 성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까지 이스라엘군을 추격해 나왔습니다(8:16). 얼마나 승리를 확신했는지 "성문을 열어 놓고 이스라엘을 추격하였다"(8:17) 했습니다. 아이의 배후에 매복해 있던 병력이 아이성을 점령하고 불을 지르기에 충분한 시간이 확보되는 거리까지 아이의 병력을 유인해온 여호수아는 갑자기 그의 손에 잡고 있던 단창을 높이 들어 성읍을 가리켰습니다(8:18). 그러자 이스라엘의 복병이 매복해있던 자리에서 급히 일어나 성읍으로 달려 들어가 점령하고 곧 성읍에 불을 놓았습니다(8:19). 아이 군사들은 뒤를 돌아보고 자기들의 성읍에서 연기가 솟아오르는 것을 목격했지만 이미 진퇴유곡의 처지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광야로 도망하던 이스라엘 백성이 갑자기 추격하는 자들로 돌변함으로써 앞뒤로 포위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결과는 이스라엘의 완승이고 압승이었습니다.
오늘 본문이 전하는 두 번째 아이성 전투 이야기를 첫 번째 아이성 전투 이야기와 비교해 보는 것은 우리에게 유익할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이스라엘이 처음 아이성을 공격할 때에는 하나님으로부터 아무런 지시나 약속이나 보장의 말씀이 없었습니다. 아간의 범죄로 말미암아 하나님께서 노하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여호수아는 혼자서 아이성을 다음 정복대상으로 삼았고, 정탐꾼을 파견했으며, 그들의 보고에 따라 공격을 명령했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패배였습니다. 객관적으로는 질 수 없는 전투에서 지고 만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벌써 크든 작든 모든 전쟁에서의 승리는 사람에게 달린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달렸음을 깨닫게 됩니다.
두 번째 아이성 전투는 하나님께서 주도권을 잡으시고 친히 작전을 지시하실 뿐 아니라 성공의 약속까지 해주신 전투였음을 볼 수 있습니다.
오늘 본문의 첫 말이 무엇입니까?
"여호와께서 여호수아에게 이르시되"입니다.
이 말은 이 두 번째 아이성 전투가 하나님께서 명령하시고 여호수아와 이스라엘은 그 명령을 받아 그대로 순종한 전투였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말로 들립니다. 그리고 본문의 첫 두 절은 이 두 번째 아이성 전투가 하나님께서 주도하신 전투였음을 보다 자세하면서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시 읽습니다: "여호와께서 여호수아에게 이르시되 두려워하지 말라. 놀라지 말라. 군사를 다 거느리고 일어나 아이로 올라가라. 보라. 내가 아이 왕과 그의 백성과 그의 성읍과 그의 땅을 다 네 손에 넘겨 주었으니 너는 여리고와 그 왕에게 행한 것 같이 아이와 그 왕에게 행하되 오직 거기서 탈취할 물건과 가축은 스스로 가지라. 너는 아이 성 뒤에 복병을 둘지니라 하시니" 했습니다.
여기서 하나님께서 여호수아에게 하신 말씀은 세 가지 종류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위로와 격려의 말씀입니다.
"두려워하지 말라. 놀라지 말라" 하신 말씀이 그것입니다. 여호수아나 이스라엘은 뜻하지 않은 패배 때문에, 아간의 범죄로 말미암은 하나님의 맹렬한 진노 때문에, 두려운 마음을 갖고 있었을 것입니다. 자신이 없어졌을 것입니다. 또 어떤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질지 몰라 불안해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백성의 마음을 다 아시는 하나님께서 먼저 그들을 안심시키는 말씀을 주신 것입니다:
"두려워하지 말라. 놀라지 말라."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백성이 두려워하거나 놀랄 필요가 없는 것은 두 번째 아이성 전투는 하나님께서 직접 간여하시는 전투였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여호수아에게 하신
두 번째 말씀은 작전을 지시하시는 말씀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군사를 다 거느리고 일어나 아이로 올라가라" 하셨습니다. 아이에 대한 확실한 승리를 위해 총력전을 지시하시는 말씀입니다. 본문에서 더 내려가서 25절에 보면 "그 날에 엎드러진 아이 사람들은 남녀가 모두 만이천 명이라" 했습니다. 남녀가 만 이천 명이라 했으면 아무리 적어도 남자들만 육천 명은 넘을 터인데 삼천 명만 올라가도 될 것이라 했던 정탐꾼들의 보고가 얼마나 부정확하고 위험한 것이었는지를 드러내 보여주는 말씀입니다. 신중하게 전투에 임해야 할 것을 지시하신 말씀입니다.
"군사를 다 거느리고 일어나 아이로 올라가라" 하신 것은 또한 가나안을 정복하는 일이 온 백성의 임무임을 가리키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온 백성이 한 마음으로 단결하여 싸우라는 지시입니다.
작전에 관한 하나님의 또 다른 지시는 2절 끝부분에서 보는 대로 "너는 아이 성 뒤에 복병을 둘지니라" 하신 것이니라. 적군을 유인하고 기습하며 교란시키고 협공하는 작전을 지시하신 것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본문에서 18-19절로 내려가 보면 "여호와께서 여호수아에게 이르시되 네 손에 잡은 단창을 들어 아이를 가리키라. 내가 이 성읍을 네 손에 넘겨 주리라. 여호수아가 그의 손에 잡은 단창을 들어 그 성읍을 가리키니 그의 손을 드는 순간에 복병이 그들의 자리에서 급히 일어나 성읍으로 달려 들어가서 점령하고 곧 성읍에 불을 놓았더라" 했습니다.
여기 보면 하나님께서 여호수아에게 "네 손에 잡은 단창을 들어 아이를 가리키라" 지시하신 것입니다. 이것은 이스라엘군이 져서 도망치는 척하다가 매복한 병력이 일제히 일어나 성을 점령하고, 도망하던 이스라엘 병력이 아이 군대를 향해 갑자기 돌아서 역습을 하게 하는 작전이나 그 신호 방법이나 그 시점 등이 모두 하나님 자신에게서 나온 것임을 분명히 보여주는 사실입니다.
하나님께서 여호수아에게 하신
세 번째 말씀은 전투 후에 있을 일에 관한 말씀입니다.
1절 하반절에서는 "보라 내가 아이 왕과 그의 백성과 그의 성읍과 그의 땅을 다 네 손에 넘겨 주었다" 하셨습니다.
이미 승리는 보장되어 있다는 말씀입니다.
하나님께서 그렇게 작정하셨으므로 그렇게 되리라는 것입니다.
2절에서는 "너는 여리고와 그 왕에게 행한 것 같이 아이와 그 왕에게 행하되 오직 거기서 탈취할 물건과 가축은 스스로 가지라" 하셨습니다.
여리고 전투에서와는 달리 전리품들을 모두 가지라는 말씀입니다. 승리에 얹어주시는 특별선물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여리고 전투 때에 전리품은 모두 하나님께 바쳐진 것이니 손대지 말라 하셨던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무슨 재물에 대한 욕심을 가지시거나 전리품을 필요로 하셨겠습니까? 그것은 오로지 이스라엘 백성의 순종을 원하시고 믿음을 보시고자 하신 것입니다. 전쟁에서 이기고 물질의 복을 누리는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께 달린 일임을 가르치려고 하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다 하실 일을 사람들이 자기 욕심을 따라 스스로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어리석고 위험한 일임을 깨우쳐주시려 하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하나님의 말씀대로 행하면 여리고성에서의 승리 같은 놀라운 복을 누릴 수 있고, 하나님의 말씀대로 행하지 않으면 아이성에서의 패배처럼 전리품은커녕 치욕스런 패배와 온 백성의 고통이 주어질 것임을 경험케 하신 하나님께서 다시 한 번 그 모든 가르침을 한 데 묶어 재확인시키시는 것입니다.
두 번째 아이성 전투 이야기와 첫 번째 아이성 전투 이야기의 비교에서 드러나는 뚜렷한 차이점은 여호수아와 이스라엘의 믿음의 자세입니다. 한 번 아간의 불순종과 그로 인한 백성 전체의 실패를 맛본 이스라엘은 두 번째 전투에서는 철저하게 하나님의 말씀대로 순종했습니다.
8절에서 보듯 여호수아가 이스라엘백성에게 "여호와의 말씀대로 행하라"고 독려하는 모습이나, 27절에서 읽듯이 "여호와께서 여호수아에게 명령하신 대로" 이스라엘이 행했다는 기록은 그 사실을 잘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 본문이 전하는 이야기 속에서도 자신의 약속에 신실하신 하나님의 모습을 접하게 됩니다.
본문 1절에서 보듯 "내가 아이 왕과 그의 백성과 그의 성읍과 그의 땅을 다 네 손에 넘겨 주었다" 하신 하나님께서는 그 약속을 지키셨습니다. 또 전에 이미 여호수아에게 하신 약속을 지키셔서 그와 함께하시고 그를 능히 이길 자가 없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내가 모세와 함께 있었던 것 같이 너와 함께 있는 것을 그들이 알게 하리라" 하신 약속도 지키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여호수아가 이끄는 주력부대가 아이군대를 이기지 못하는 듯이 도망하고 있을 때 아이군사들이 자기들 성에서 멀리 떨어져 나왔고 아이 서쪽 가까이 매복해 있던 이스라엘병력이 아이성을 점령하기에 충분한 때라고 여겨지자 돌연히 역공을 취하라는 작전지시의 신호로서 여호수아에게 "네 손에 잡은 단창을 들어 아이를 가리키라"고 명하셨습니다.
여호수아의 단창을 든 손은 작전을 위해서 미리 약속된 신호였습니다. 모든 이스라엘 군사는 이 신호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고 이 수신호는 두 번째 아이성 전투의 전세를 역전시키고 전투를 종료시키는 분기점이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신호는 전술적 의미보다 훨씬 깊은 신앙적 의미를 갖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친히 이스라엘과 함께 계시며 전투를 지휘하신다는 증표였던 것입니다.
본문에서 26절로 내려가 보면 이런 기록이 있습니다:
"아이 주민들을 진멸하여 바치기까지 여호수아가 단창을 잡아 든 손을 거두지 아니하였다"는 것입니다.
즉 아이성전투에서 이스라엘이 하나님께서 명령하신 바를 다 수행할 때까지 여호수아가 단창을 잡고 들어 올린 손을 내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여호수아가 단창을 든 손을 계속 높이 들고 있었다는 것은 그는 직접 전투를 하지 않았음을 암시합니다. 아마도 모든 이스라엘의 병사들이 볼 수 있는 높은 자리에 올라서서 단창을 손에 들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은 여호수아만 거기 서있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와 함께하신다는 표시였습니다. 그의 그 모습을 볼 수 있는 한 이스라엘 병사들은 두려움이 없이 용감하게 싸웠을 것이라 보는 것입니다.
이 모습은 무엇을 상기시키는 모습입니까?
40년 전 이집트에서 해방되어 나온 이스라엘이 아무 준비 없이 싸움에 능한 아말렉군과 첫 전쟁을 해야 했을 때 모세가 하나님의 지팡이를 손에 잡고 산꼭대기에 서서 아론과 훌의 도움을 받아 해가 지도록 지팡이를 잡은 모세의 손이 내려오지 않게 함으로써 아말렉을 이겼던 역사를 생각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 때 승전한 모세는 그가 서있던 그 자리에 제단을 쌓고 그 이름을 "여호와 닛시" 즉 하나님의 깃발이라고 불렀음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의미를 출17:15-16에서는 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모세가 제단을 쌓고 그 이름을 여호와 닛시라 하고 이르되 여호와께서 맹세하시기를 여호와가 아말렉과 더불어 대대로 싸우리라 하셨다."
하나님께서는 여호수아에게 "네 손에 잡은 단창을 들어 아이를 가리키라. 내가 이 성읍을 네 손에 넘겨주리라" 하심으로써 아이와의 싸움에서 함께하실 것이고 이기게 하실 것이며 그 성을 차지하게 하시리라 하신 약속을 지키셨을 뿐 아니라, 모세와 함께 하셨던 것처럼 여호수아와 함께하셔서 그를 능히 대적할 자가 없게 하시리라 하신 약속을 지키신 것입니다. 모세가 지팡이를 손에 잡고 높이 서있었듯이 여호수아로 하여금 단창을 손에 잡아들고 높이 서있게 하심으로써 온 이스라엘의 목전에서 여호수아를 크게 하시리라 하신 약속을 온전히 이루신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습니까?
하나님께서 행하시는 전쟁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이 개인적으로 하는 것이든 교회가 공동체의 이름으로 행하는 것이든 모든 전쟁, 투쟁, 영적 싸움은 하나님께서 행하시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는 사람들이 인간적으로 행하는 싸움, 하나님께서 관여하기를 원치 않으시는 싸움, 하나님으로부터 아무런 지시도 약속도 보장도 받지 못할 싸움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수행해야 할 이 세상에서의 싸움을 싸울 때 우리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믿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믿고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직 하나님의 말씀대로 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대로 행하는 모든 일 위에 승리와 성공뿐 아니라 모든 복과 은혜를 베풀어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