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의사들이 쓰는 건강리포트]
지난 6월 옥상에 텃밭을 만들어 양귀비를 키우다 마약류관리법률 위반 혐의로 70세 여성이 불구속 입건된 일이 있었다. 양귀비가 관절염에 좋다는 소문 때문에 재배를 하다 졸지에 전과자 신세가 된 것이다. 하지만 양귀비가 관절염을 낫게 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양귀비의 마약 성분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통증이 완화될 뿐이다.
양귀비 외에도 고양이가 특효라는 등 관절염에 관한 여러가지 속설들이 있다. 하지만 잘못된 치료법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우리 몸의 관절은 크게 연골, 활액낭, 점액낭, 근육, 힘줄, 인대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한군데 이상의 부위에 문제가 생겨 통증이 생기는 것을 관절염이라고 한다. 관절염이 발생하는 부위는 무릎, 손가락, 발가락, 어깨,
고관절(엉덩이관절), 척추 등이다. 유발 원인은 노화, 스트레스, 외상, 세균, 바이러스, 면역체계 이상, 유전적 요인 등으로 다양하며, 종류 역시 120여가지가 있다.
◆55세 이상 인구의 80% 가 앓는 관절염 우리나라 55세 이상의 약 80%, 75세 이상 대부분이
퇴행성관절염은 앓고 있다. 노인들에게는 감기만큼이나 흔한 질병이 바로 관절염인 것이다. 관절염에 걸리면 걸을 때마다 쿡쿡 쑤시는 것은 물론 퉁퉁 붓고 아파 밤에 잠을 자지도 못한다. 걷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워 바깥출입을 극도로 자제하게 되며 고통 없이 잠이라도 제대로 잤으면 좋겠다는 절박한 심정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관절염에 대한 수많은 속설들은 끊이지 않는다. '무얼 먹었더니 말끔해졌다', '무얼 했더니 통증이 사라졌다'는 검증되지 않은 카더라 통신이 나돈다. 관절염에 대한 대표적인 몇가지 속설과 그 진실은 다음과 같다.
▶ 고양이를 먹으면 관절염이 낫는다? : 관절염에 대한 수많은 속설 중 가장 고전적인 것 하나가 고양이 이야기다. 고양이 고기를 먹으면 관절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이는 고양이가 담벼락이나 지붕에서도 사뿐하게 뛰어내리는 것을 보고 고양이 관절이 유연하고 좋아서 그럴 것이라는 판단에서 온 것이다. 하지만 이는 근거 없는 속설이다. 고양이 고기를 먹는다면 오히려 쓸데없이 콜레스테롤 수치만 올리게 될뿐더러 또 다른 감염의 우려도 있다.
▶ 곰국은 관절에 좋은 음식이다? : 사골은 관절에 좋은 칼슘과
콜라겐이 풍부한 식품이다. 품질 좋은 사골을 잘 고면 뼈 속의 유기단백질이 우러나와 관절조직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곰국을 잘 못 끓이게 되면 사골에 들어 있는 지방성분이 자칫 고지혈증과 동맥경화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몸에 좋지 않다.
따라서 관절에 좋은 곰국을 끓이려면 몇가지에 주의해야 한다. 먼저 핏물을 깨끗이 뺀 후 펄펄 끓는 물에 넣어 약한 불로 오랫동안 고아야 한다. 그 후에는 기름기를 완전히 걷어내고 먹는 것이 좋다.
▶ 글루코사민을 먹으면 관절염을 치료할 수 있다? : 최근 글루코사민이 함유된 건강보조제가 쏟아져 나오면서 관절염 환자들은 또 다른 고민에 빠졌다. 글루코사민은 관절을 구성하는 주요한 성분으로 분명 관절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글루코사민만을 먹는다고 관절염이 좋아지거나 관절이 재생되지는 않는다. 글루코사민은 어디까지나 보조요법으로 영양제 정도로 생각해야 한다.
더불어 글루코사민을 복용할 때는 어패류 알레르기가 없는지 확인하고 섭취해야 한다. 글루코사민이 조개, 게 껍질의
키틴질에서 추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관절의 물은 주사기로 빼면 통증이 악화된다? : 관절염의 대표적인 속설 중 하나가 관절에 물이 차 있는데 이는 주사기로 빼면 더욱 악화된다는 것이다. 관절의 물은 수돗물 같은 물이 아니고 각종의 단백질, 당질 등이 들어있는 액체로서 활액이라고 한다. 관절에 활액이 차는 것은 관절을 싸고 있는 활액막에 염증이 생겨 관절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절염이 낫지 않는 한 계속 찰 수밖에 없다. 활액을 주사기로 뺀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관절 안에 고인 활액 안에는 염증 및 통증을 일으키는 단백질들이 있어 뽑아내면 이런 물질들이 제거되므로 일시적으로 통증이 완화된다. 활액이 고여 생긴 압력으로 인한 통증도 활액을 뽑아내면 낮아져 통증이 감소된다.
▶ 관절염 환자는 관절에 나쁜 피가 고여 있으므로 이를 빼야 한다? : 관절염 환자의 경우 관절에 나쁜 피가 고여 있기 때문에 이를 빼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때문에 부황 기구를 관절 주위에 놓고 피를 빼기도 한다. 이때 까만 피가 나오면 나쁜 피가 나왔다고 좋아하기도 한다.
그러나 피는 혈관을 따라 우리 몸 안을 항상 돌아다니는 것이지, 한곳에 고여 있지 않다. 관절염 환자들이 뺀 검은 피는 기구가 빨아들이는 압력으로 인해 피부 근처 정맥혈이 빠져 나온 것이다. 피는 폐에서 산소를 가져다가 조직에 나누어주는 역할을 하는데 동맥피는 산소를 포함하기 때문에 밝은 빨간 색을 띄고 정맥피는 산소가 빠져나간 피여서 검붉은 색을 띠기 때문이다. 피를 빼야 하는 경우는 외상이나 내부 출혈에 의해 피가 고여 있는 경우다.
▶ 통증을 줄여주는 진통제는 내성이 생긴다? : 관절염은 그 어떤 질병보다도 통증이 심한 병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환자들은 오랜 기간 진통제를 복용하게 된다. 그러나 '진통제를 복용하면서 약의 내성이 생긴다'라든가 '약을 오래 쓰면 얼굴이 붓고 뼈가 약해진다'는 속설이 떠돌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관절염에 쓰이는 비스테로이드계열의 소염제는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 단지 관절염이 진행되면서 약의 효과가 떨어지는 것이지 내성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물론 한번 약을 사용하면 영원히 끊을 수 없을 거라는 걱정도 잘못된 것이다. 이런 진통제와 항염제는 약 자체에 의존성 있는 것이 아니라 통증이 워낙 심하기 때문에 계속 복용하게 되는 것을 의존성으로 착각하는 것뿐이다.
▶ 임신하면 류마티스 관절염이 좋아진다? : 임신 중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약 2/3가 증상이 좋아진다. 그래서 많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임신하면 류마티스 관절염을 고칠 수 있다는 속설이 돌 정도다. 그러나 임신기간 중 일시적으로 관절염 증상이 호전될 수는 있으나 출산 후 3~4개월이 지나면 대부분 관절염 증상이 재발하며 출산 후에는 관절염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다. 임신 중 관절염 증상이 호전되는 이유는 염증관여 물질이라고 할 수 있는 혈중
사이토카인이 염증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또 태아와 모체를 연결시키는 태반이 염증 억제 기능을 하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있다.
▶ 골다공증이 있으면 퇴행성관절염이 빨리 온다? : 퇴행성관절염은 관절 면을 싸고 있는 관절 연골이 얇아지면서 점차 관절이 파괴되는 병이다. 연골조직이 얇아져서 뼈가 서로 부딪히는 것을 막아주지 못하기 때문에 움직일 때마다 통증을 느끼게 된다. 주로 관절의 노화 및 관절부위의 외상, 관절의 과다 사용 또는 과체중으로 관절과 연골에 과도한 부담이 있을 때 잘 생긴다.
골다공증은 단백질과 칼슘이 감소해 전체적인 뼈의 양이 감소해 뼈의 강도가 감소하게 되고 부러지기 쉬운 상태가 되는 것이다. 아주 쉽게 설명하면 뼈에 구멍이 나고 약해져서 사소한 충격에도 뼈가 쉽게 부러지는 병이다. 두 질환은 엄연히 다르다.
▶ 관절염은 유전된다? : 관절염이 유전된다는 생각에 우리 부모님이 아팠으니 나도 아플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관절염에 유전적 요인이나 가족성향이 있기는 하지만 부모가 관절염이 있다고 해서 자식들에게 모두 유전되는 것은 아니다. 관절염은 연령, 비만, 외상, 염증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물론 유전적인 성향도 있긴 하지만 반드시 모두 유전되는 것은 아니므로 발병 전부터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박승규 현대유비스병원 진료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