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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 남동 5.18기념성당에서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국미사가 봉헌됐다. ⓒ정현진 기자 |
그는 개성공단 폐쇄, 사드 배치, 한일 위안부 협정, 역사교과서 국정화, 백남기 농민의 죽음 등 비선실세에 의해 진행된 4년간의 정책들은 “권력을 통한 부정부패, 금권을 통한 거짓의 바벨탑”이었다고 비판하면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의 거짓 평화를 과감하게 깨트리는 용기를 가져야 하며, 예수의 고난과 십자가 죽음처럼 우리도 부서지고 깨지는 아픔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 현대인들 특히 가난하고 고통받는 모든 사람의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 제자들의 기쁨과 희망이며 슬픔과 고뇌이다. 이런 임무를 완수하고자 모든 시대에 걸쳐 교회는 시대의 징표를 탐구하고 이를 복음의 빛으로 해석해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
이어 광주대교구 정평위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사목헌장 첫 구절로 시작하는 시국선언문을 통해 “오늘 미사와 성명을 통해 이미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며, “그러나 대통령 한 사람이 물러난다고 이 무너진 탑을 다시 세울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의로움이 깃든 새 하늘 새 땅을 위해 새 판을 짤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정평위는 “대통령 사퇴,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특검, 세월호참사 진실과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규명, 현 정부가 시도한 많은 정책 중단과 방향 재설정, 정권의 중심에 있었던 검찰과 국정원, 경찰, 언론, 노동법, 선거제도 등의 수정”등을 촉구하며, “비선이 드러나며 우리는 친일과 독재, 독점기득권 세력을 청산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맘몬의 가치관을 바로잡을 절호의 기회를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 우리의 신앙을 통해 희망으로 거듭나게 할 것”이라고 했다.
▲ 광장에 모여 발언을 이어가는 참가자들 ⓒ정현진 기자 |
이날 시국미사 전에는 120여 명의 수도자들이 행진하며 시민들을 만났으며, 미사 뒤에도 모든 참가자들이 금남로까지 행진하고 발언대를 마련해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참가자들은 “더 이상 대통령의 자진 사퇴나 하야를 요구할 필요가 없다”며, “박근혜 처벌”과 “새누리당 해체”를 외쳤다.
“이때를 놓치지 말고, 우리가 바라는 나라, 국민이 주인 되는 나라, 상식이 통하는 나라, 정의와 평화가 넘치는 나라를 만듭시다.”
행진을 마친 뒤, 광장에 모인 참가자들은 ‘내가 바라는 우리나라’를 주제로 자유 발언을 이어갔다.
임용고시를 앞두고 있지만 소중한 기회를 놓칠 수 없어 시국미사에 참석했다는 한 교대생은, “내가 바라는 나라는 우리 어린이들이 마음껏 꿈꾸고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는 나라”라며, “교사들에게 중립을 지키라고 요구하며, 시국선언에 참여하는 교사들에게 불이익이 주어지고 있지만 이 사태는 명백하게 드러난 잘못이며 가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박현기 씨(안드레아)는 “진정한 자주독립을 이루고 남북이 하나되며, 일하는 만큼 대접받고 상식이 통하는 나라, 청년들이 자기 일터를 찾고 빈부격차가 없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며, “11월 12일 총궐기에 한 마음으로 참여해 새로운 나라, 살기 좋은 나라를 다 같이 만들자”고 호소했다.
▲ 미사가 끝난 뒤 모든 참가자들은 금남로까지 "박근혜 처벌"을 외치며 행진했다. ⓒ정현진 기자 |
한편 안동교구도 목성동 주교좌성당에서 시국미사를 봉헌하고 사회사목협의회와 안동교구 정의구현사제단 이름으로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대통령 사퇴, 현정권 정책의 전면 재검토, 최순실 일파와 그 관련자 등 국정붕괴 방조 세력 척결을 요구하며 “주권자인 국민으로서 국정붕괴 사태를 직시하고 참여와 행동으로 이 터에서 죽어가는 민주주의를 회복하자”고 했다.
또 “이 터에서 하느님나라를 일군다는 희망이 흔들리고 있지만 이 참담함이 끝은 아니”라며, “이 사회의 물신주의 가치관을 바로잡고, 공동체의 대통합과 화합을 이룰 희망이 있다. 세대와 지역, 이념의 분열을 넘어 국가 공동체를 일굴 절호의 기회에 주님과 함께 힘차게 나아가자”고 했다.
“나라의 절망이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미사를 통해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현실이 무엇인지 직시하고 헤아려 새 판을 짜야 합니다. 참으로 캄캄한 밤이지만, 이제는 죽음이 아닌 희망의 밤, 부활을 위한 밤을 만들고 지혜롭게 다시 태어납시다.” (청주교구 총대리 윤병훈 신부)
▲ 청주교구에서도 시국미사가 봉헌됐다. (사진 제공 = 김은순) |
청주교구 성모성심성당에서 봉헌된 시국미사에서 양윤성 신부는 강론을 통해 “이 정권의 국정농단에 적용되는 국가기밀누출, 포괄적 뇌물죄 등 이루 셀 수 없는 죄는 모두 무기징역감이며, 정권은 초기부터 지금까지 두려움과 증오, 거짓, 분열, 생명 경시, 불통, 폭력 등 악의 특성으로 일맥상통하게 유지해 왔다”고 비판하면서, “더 이상 악의 세력이 그 위력을 발휘하도록 만들 수 없으며 하느님의 나라가 지옥이 되는 것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우리는 악이 권세를 잡는 것을 방관한 그리스도인으로서 처절하게 회개하고, 진리에 춤추고 비탄에 가슴 치는 그리스도인의 참 모습을 찾으며, ‘헬조선’을 하느님나라로 바꾸기 위해 악을 과감히 쳐부수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자”고 말했다.
윤 신부는, “계속 두려움과 절망에 악용 당할 것인가, 겨우 이런 삶을 살기 위해 우리가 그리스도인이 되었는가”라고 물으며, “더 이상 악의 장벽에 갇혀 살 수 없다. 우리는 장벽을 뛰어 넘고 평화와 정의의 다리를 놓은 그리스도인,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국미사는 앞으로도 이어진다. 11월 9일 오후 7시 전주교구 중앙성당, 11일 오후 7시 30분 대전교구 대흥동주교좌성당, 14일 오후 7시 30분 부산교구 중앙성당에서 시국미사가 봉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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