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have]
’Behave!’ 내가 동생들에게 화낼 때마다 자주했던 말이다. 지성아, behave. 지연아, behave. ‘Behave’이라는 동사는 부사 없이도 독보적이고 강력하다. ‘행동 똑바로 해‘, ’처신 좀 잘 해‘라는 무시무시한 속뜻을 담고 있는 고상한 동사 behave. 그러나 이제는 ’지성, 지연아 behave!‘이 아닌 ‘서연아, behave’할 차례다.
‘Behave’는 그냥 무작정 행동하라는 것이 아닌 보다 더 나은 방향을 잘 모색하고 곰곰히 생각해 행동하라는 뜻이다. 사유한 후 행동하라! 무사유의 죄. 생각하지 않는 것도 죄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히만은 생각하지 않고 그저 나라가 하라는 일에 충실했을 뿐인데, 그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비극적인 죽음을 맞게 되었다. 그러니, 서연아, 생각하자. 세밀하게 관찰하고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곰곰히 사유하자.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곰곰히 사유하는 건, 어쩌면 그저 ’프로 불편러‘에 그치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정확하게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그 다음 실행에 옮겨 ’act!‘해야 곰곰히 사유한 것에 대한 결실을 잘 맺을 수 있다. 예를 들어보겠다. 나는 이번주에 수련회에 다녀왔다. 이번 SFC 우리 동네 수련회는 여러모로 미흡한 점이 많았다.(그러나 그만큼 좋은 점도 많았다:) ) 그래서 약간 실망을 하고 있을 때, 어떤 언니가 본인이 관찰한 이번 수련회에 대한 문제점들을 정확히 나열해 나가기 시작했다.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서로 그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까지는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건, 이 문제점들을 다음 겨울 수련회에서는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 사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문제점들의 개선(act)까지 나아가야 수련회의 문제점들에 관한 토의가 결실을 맺을 수 있게 되는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이 토의는 그저 수련회의 분위기를 침체시키는 역할을 한 셈이 되어버린다.(그 언니가 수련회의 문제점들을 나눈 시기는 수련회 도중이었다.)
Behave! 사유한 후 생각하라! 사실 꿈마실을 만나기 전에는 나는 아이히만과 비스무리하게(아이히만 까지는 아니었지만) 무작정 앞에 놓여진 것만 바라보고 남들이 가는 대로 가고 있었다. 그에 대한 큰 문제점을 느끼지 못했다. 뭘 해도 불안하기만 한데 내가 찾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안정은 남들이 하는 대로 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꿈마실 학교를 하며 종희 선생님의 날카로운 질문들에 마음이 동하기 시작했고 ’사유‘하려고 나름대로 노력했다.
Think와 act의 비율을 일대일로 맞추었을 때 비로소 ‘behave’할 수 있는데, 난 지금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문제인 것 같다. 행동하기 싫으니까 자꾸만 생각하고 생각하는데, 생각은 정말 끝이 없다. 일단 뭐라고 해 놓고 봐야 사유한 대로 뭘 하든지 하는데 무수히 많은 가정들로 이루어진 플랜을 짜고 있다. 그 가정을 하나하나 결론으로 이끌어내며 더 성장해 나갔으면 좋겠다.
내 결론이 무엇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명제가 참이면 가정은 결론에 속한다. 결론은 모를지언정, 작아 보이는 가정을 통해 결론이 도출된다. (더 자세한 내용은 ‘집합과 명제’에서!) 우리만의 명제를, 가정과 결론을 세워나가는 과정 속에서 behave! 서연아, behave! Beh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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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지 않은 공부까지 챙겨야, 대학에 가서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슬픈 현실. 또한, 결국 모든 학문은 나름대로의 연결고리가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또 기초체력을 닦아놓으면, 나중에 다른 분야에 관심이 생겼을 때, 더 쉽게 공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간만에 관심있는 분야가 생겼다. 그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서(그 과목을 배울 수 있는 대학이 좀 많이 한정적이기에) 다른 과목도 열심히 챙겨두자. 더군다나 내가 관심있는 분야는 다른 과목과의 연관성이 좀 두드러지는 편이니, 하기 싫은 과목이라고 배제하지 말고, 계속 공부해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