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 작가의 단편 5 작품이 담긴 책을 받았다. 인도 여행을 다녀오느라 이제야 읽어 보았다. 표제어가 된 ‘너구리 마을의 이상한 편의점’은 주인 하마가 웃음무게로 물건을 파는 상점이다. 그런데 새끼를 잃고 웃음을 잃어버리자 송곳니가 자라기 시작하여 그걸 감추려고 하마는 마스크를 쓰고 지내다가 동굴로 와서 새 편의점을 여는데 손님들이 몰려오고, 그중 엄마를 잃은 충격으로 웃음을 잃은 새끼 너구리를 만나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새끼를 묻고 슬픔에 잠겨있다가 신문에서 ‘웃음치료법’ 이야기를 보고 웃음을 받고 물건을 주기로 했단다. 그런데 아직 그 많은 웃음 봉지를 매달아만 두고 먹어보지 못했단다. 혼자가 아닌 누구랑 같이 먹을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아기 너구리랑 웃음 점액을 마시고 동굴에서 함께 자고 죽은 새끼 꿈을 꾸고. 새끼 너구리는 하마 품에서 엄마 꿈을 꾸었다는 이야기가 포근하고 따스해서 좋다. 그런데 독자가 너구리 마을에 나타난 하마라 좀 의아스럽게 생각할 것도 같다. 너구리 마을이면 너구리가 주인인 편의점이 자연스럽지 않을까? <토담의 틈> 단편은 어른들이 빈틈없는 상태를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네모난 마음에 바람 길을 티워 놓는다면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그 틈으로 충분한 햇빛이 들어갈 것이라 상처 받은 마음까지 치유받을 수 있는 온기를 나눠주고 싶다고 했다. 좋은 발상이다. 그런데 작가가 말하는 네모난 마음이 이 동화에 나오지 않는다. 어른들의 관념에 갇힌 상태를 비유법으로 표현한 것이겠지? 그리고 ‘우리 집에는 호두나무가 많다.’로 시작되는 동화에서 화자가 준모인줄 알았다. ‘딱딱한 호두를 한 번에 깨뜨려버리는 할아버지처럼 나도 더 단단해 지고 싶다.’까지 읽었을 때도 화자가 준모인줄 알았다. 뒤로 가면서 토담이가 화자인걸 알았다. 이 동화의 시작을 ‘나는 토담이다’ 한 마디로 서두를 시작했더라면 독자들이 헷갈리지 않을 텐데…. ‘꿈버섯 숲에서 진이의 열 번째 생일’ 동화에서도 산모를 돌보러 간 아빠를 위해 케이크를 만들고 싶다고 아빠가 좋아하는 당근까지 갈아 반죽을 휘저었다고 했다. 여기까지 모든 게 좋았다. 그런데 산모를 돌보고 온 아빠가 “케이크를 받은 산모가 활짝 핀 해바라기같이 웃었어.”라고 하니 아이가 만든 케이크가 산모에게 어떻게 전해졌는지가 생략되어 있어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행복을 빌어요”는 아빠가 아닌 산모를 위한 기도였다면 그 앞부분에 설명 한 줄이 덧붙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누구나 비평하기는 쉬워도 창작은 고되고 어렵다. 그래서 아쉬운 이야기를 뒤로 하고 작가의 창작열에 응원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