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학년 부모님들 꼼꼼히 꼭 읽어주시면~ ~~ 감사하겠습니다.
무등학교 전체들살이 활동의 대 원칙은 스스로 하기, 서로 돕기, 고생하기, 내 몸 지키기, 자연 느끼기.
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걸 위해서 교사들이 고안한 장치는
- 학년 통합의 밥 해먹기 등 모둠 활동
- 스스로 짐 꾸리고 풀기, 아이들끼리 밥 해먹기(뒷정리, 설거지도 물론 포함이구요)
- 타지에서 무거운 짐, 씻고 먹고 잘 때의 물질의 부족함, 불편함 느껴보기.
- 이동과 생활에서 안전을 위해 줄을 서고, 공간에서 조심할 곳을 알고 지키고, 넘어지고 상처가 나면서 체감하고.
- 자연을 느끼기 위해서는 이 계절에 할 수 있는 물놀이(바다, 계곡), 밤산책, 텐트 생활 등입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님도 좀 아이들과 떨어져 있으면서 아이들의 소중함과 그리움을 느껴보시는 것은 어떨까 싶어서요. ㅋㅋㅋ
- 이 모든 걸 대부분 아이들 스스로 해내기 위해서는 서로 도울 수 밖에 없구요.
이러한 들살이의 준비 활동으로는,
- 언니, 오빠, 형 누나들과 섞인 '들살이 밥 해먹기 모둠' 준비 활동들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학년이 따로 가는 경우는 각 담임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텐트 치기와 밥하기들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학년통합 활동은, 그 조건만 만들어주면 서로 다른 학년의 아이들끼리 절로 주고 받는 배움이 얼마나 큰 지 매 번 감탄합니다. 특히 교육 내용의 특성상 단일 학년 체계로 움직이는 것이 많은 발도르프 학교에서는 꼭 필요한 것이 학년 통합 수업들과 함께 무엇가를 하는 경험입니다.
1학년들은 주로 모둠 속에서 언니오빠들이 정하는 걸 듣는 수준이지만
그렇게 당장 자기 일을 가지고 아이들 스스로 뭔가를 의논하고 결정하고 준비하는 모습을 코앞에서 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큰 배움이 되겠지요.
점심 시간에는 '빨리 밥먹고 1시 반까지 0학년 교실로 와.' 하는 언니오빠들의 한 마디의 힘은 얼마나 큰지요~. 옆에서 보면 아니꼽습니다. 제가 '장난 그만치고 밥먹자~' 목청 높일 때는 살살 웃기만 하던 녀석들이. 가까운 권력자가 누구인지 아시겠지요?
들살이 갈 때마다 하루 저녁 식사는 <대장금>이라는 무등학교 들살이 요리대회를 합니다. 요리에 대한 시상도 하고요. 네? 발돌 학교에서 왠 경쟁과 시상이냐고요? 너를 죽이고 내가 살겠다는 필승의 정신은 아니고요. 각자 애쓴 보람에 맞게 ‘최고의 음식맛’ 상, ‘하하호호 준비상’, ‘아름다운 음식상’ 등 다양한 종류의 상과 상품을 받고 음식을 서로 나누어 먹습니다.
그 사전 준비와 당시의 활동에서 아이들은 그야말로 '흥미. 진지.'^^ 합니다.
자기 모둠이 뭐하는지도 사전에는 비밀인데, 00이와 **이가 그걸 못참고 살랑살랑 제게 정보를 흘립니다.
뭐 어쩔 수 없이 교사들이 심사위원이거든요. "선생님~, 스파게티 좋아해요?" "응" "치즈 좋아해요?" "응" "휴~ 다행이다. 우리 메뉴 뭔지 알겠어요?"
"치즈 스파게티" "그럴 거 같죠. 아니에요~!" 깔깔깔...
'자고로 요리대회란...' 이라는 사회통념이 무등 아이들에게도 사회문화적으로 충분히 전수되어있는 바, 처음 메뉴를 정할 때는 별별 화려한 요리들이 다 등장하였으나... 재료 조달이 어렵고 무엇보다 요리방법을 모르고...
해서, 막상 들살이 땐 서민적이고 독창적인 메뉴들로 가득하더라고요.^^
늘 느끼지만 참 신기한 것이 그 와중에 100% 아이들 손끝으로만 한 것인데,
맛도 보기도 아주 좋아서 그 땀과 기술에 칭찬을 안해줄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 올려질 사진 보세요.
- 그리고, 중요한 사전 활동인 <안전교육>을 각 학년 별로, 또 선생님이 전체를 모아놓고 합니다. 오가는 차편에서, 야영지 생활에서, 물놀이에서. 길을 걸으며, 어떤 위험이 있고, 어떻게 하면 나를 스스로 지킬 수 있나. 에 대해.
이전에 경험을 떠올려보면,
오가는 차편에서나, 물놀이에서는 잘 지켜지는데,
야영지 생활에서는 다니는 길목의 지형이 경사지고 또랑이 있고 돌이 박혀 있었는데,
그럼에도 뛰어가거나 조심하지 않아서 아이들 무릎이 잠잠할 새가 없었어요.
또 면앙정을 자주 다닌지라 길을 걸을 때는 흰선 안쪽으로 잘 걷는데, 아직 어린 저학년들은 면앙정 경험이 적기도 하고, 잘 안 들리는 경향이 있는지라. . .
교사들도 그것까지 미리 안내하고 습관화 시키지는 못했네요.
연습할 일들.
- 스스로 짐 꾸리고 풀기.
이 부분은 특히나 부모님들의 협조가 관건입니다. 저학년들은 부모님의 '적절한 도움'이 함께 있어야 겠지요.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최대한 기다리고(이 지점에서 무너지는 분들 많지요?^^), 중심은 아이의 일로 보장해주는 것,
그 후 확인하고 다시 고쳐주는 것.
스스로 필요한 준비물이 뭔지 알고, 챙겨보고, 다녀와서 제 자리에 다시 가져다 놓기까지가 전체입니다.
그 활동 속에 있는 배움과 단련은 아주 중요한 것입니다.
간혹 교육적인 의미보다는 집떠난 들살이에서의 불편함이 없기를, 샘들이 고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앞서서 짐 속에는 촘촘히 물건들이 박혀있는데, 자기도 뭐가 있는지, 어디 있는지 모르고, 너무 많아 다 챙기지도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 아이들은 스스로 할 수 없게 되고, 그럴 때 교사들이 더 고생스럽게 됩니다.
그리고, 아이들 스스로 짐 챙기는 것이 쉽도록 적당히 넉넉한 크기와 방식의 가방을 준비해주시는 것도 중요합니다.
한 번 꺼낸 물건들 다시 들어가기 어렵고 여닫기 어려운 가방들 있어요...^^
저학년 시기에 가방의 불편함을 체험하는 것까지 교육목표에 들어가 버리면 다 감당하기 어렵거든요.
미리 미리 이런 자세한 당부를 부모님들께 하기보다는 함께 겪고 이야기 하는 것이 더 와닿고 생생하겠지요?
먼저 스스로 챙기게 해 달라는 기본 지침은 알려드렸구요.
그렇게 하나하나 교육적 의미들을 체감하고 앞으로 바꾸어가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하야~ 다음 주 각 학년에 맞게 걸쳐 들살이를 다녀오려고요.
무거워도 자기 짐도 잘 들고, 안전하게 이동하고, 차 안에서도 안전벨트 꼭 메고, 멀미 하는 아이 없이 잘 지내고 오겠습니다.
지난 몇 년을 돌이켜보면 아이들끼리 밥해먹기 모둠에서도 밥짓고 음식하는 코펠 주변으로 서로들 동그랗게 둘러앉아 언니오빠들 시키는 대로 앉아 있습니다. 특히 중학년들은 학교에서 하는 밥이 아닌지라 코펠에 밥을 적게 해서 모자랄 때도 설익을 때도 많고 찌개나 국끓이기 귀찮아서 밑반찬만 깔짝거리기 다반사구요.
그 불편과 부족함이 그러려니 하면서 천연덕스럽게 지내는 모습이 참 예쁘고 귀여웠어요.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적응을 확실히 잘 하나 봅니다.
계곡물이 워낙 맑고 시원해서 물놀이도 좋았습니다.
바위 요리조리 밟고 놀다가 남자 선생님들 덕분에 풍덩 던져지기도 하고, 차례로 서서 다이빙 연습도 하고..
저학년들은 물 튀기기 놀이하다 추우면 얕은 물에서 물고기 구경하고 예쁜 돌 줍고 따끈한 돌, 차가운 돌 가게 열고...^^ 물놀이 하다 먹는 수박은 꿀맛이었네요!
그래도 1, 2학년들에겐 부모님 떨어져서 지내는 일은 처음인데다가, 좀 큰 중학년 아이들이라 해도 꼬박 텐트에서 자고 밥해먹으며 지내는 일 역시, 그 자체만으로 큰 과제였지요.
낮에는 언니오빠들 따라다니며 잘 놀다가, 저녁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하면 아이들 짐으로 정리 안 된, 어수선하고 지저분한 텐트 혹은 교실 안에서(큰 학년들은 깔끔합니다.) 혼자 훌쩍이는 아이들이 꼭 있습니다. 친구들도 그걸 무심히 보지 않고, 의식적인 것도 없이 도움을 줍니다.
"ㅇㅇ가 엄마보고 싶다고 울어요~" 하고 알려주고, 옆에서 한 두마디 거들며 같이 있어줍니다. 지 맘이 그 맘이라 그렇겠지요.
엄마보고 싶은 마음이나, 그걸 챙겨주는 마음이나 자연스럽게 겪고 행하면서
사람들 속에 이런 마음들이 이어져가는 건 참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울지 말고 씩씩하게 지내라 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 보고 싶지~" 하고 공감해주거나 그저 토닥여주기만합니다.
그런 순간을 생생하게 느끼는 것, 그 다음 과정으로 이겨내는 것 모두 아이들 스스로 겪어야 양분이 되니까요.
다만, 그럴까봐 들살이를 안 가거나 도중에 집에 일찍 가거나 하는 건 안되는 일이구요.
마지막 날 모닥불 지피고 전체 놀이하고 둘러앉았을 때는 그런 아이들 마음에 교사들이 더 불을 지폈어요.
가끔은 우리 어렸을 때처럼 선생님들이 엄마 마음 생각하게 되었던 어린 시절 얘기 들려주고 엄마 아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면, 참았던 감정들이 엉엉~ 눈물로 쏟아져 나오기도 하지요.
그러고 나서는 금세 잊고 구운 감자나 고구마를 맛있게 까먹고 쿨쿨 마지막 밤들을 잘 자더군요.
물론 한 두 녀석은 마지막 밤까지 중간 중간에 깨서 엄마를 찾거나 화장실을 가는 일 일관성있게 꾸준히 했지만요....ㅜㅜ
인류에게 도대체 엄마란 무엇인가. 라는 화두를 갖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태초의 그리움, 생활의 편리, 영원한 응원군...
그런만큼 엄마에 대한 애착과 분리를 잘 하는 것은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과제일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잊지 맙시다!^^
불편과 결핍 속에서 느낀 당연한 줄 알던 것들에 대한 소중함,
그럴 때 엄마, 아빠와 집이 아니라도 내가 해냈구나 하는 자신감.
서로 의지가 되는 다른 이들이 있구나 하며 느끼는 또 다른 체온.
사전 준비 기간과 1박부터 5박까지의 삶 속에서 아이들과 부모님들에게, 그리고 저에게도 잘 스며들기를 바랍니다.
첫댓글 https://youtube.com/shorts/GwvClSeSU8o?si=zs6s7SnV5HY-JcxZ
법륜스님의 말씀이 생각나서 링크 걸어요.
어릴 적 가정의 울타리 경험이
이후 아이의 자립을 돕는다는 글도
생각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