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승리자
십일월을 보내는 마지막 날은 토요일로 목공 교육을 받는 날이다. 이번 달 다섯 차례 주말과 다음 달로 넘어간 한 주 토요일을 더한 여섯 차례에 걸쳐 이루어진다. 창원시 농촌기술센터에서 근교 지역민을 위해 여는 교육인데 시내에 거주자인 나에게도 기회가 주어져 참여했더니 무척 만족하는 시간이다. 작은 집 짓기 목공 교육의 기술 습득은 물론 인문학에서 이해의 폭을 넓힌다.
강사는 항공기 제작회사에서 은퇴 후 2모작 인생이 목공 장인으로 변신해 사회적 협동기업을 창업한 이였다. 학교나 단체로 초빙되어 몇 차례 이론을 겸한 실기 교육으로 실제 집을 짓는 사례도 있기는 한데 우리가 받는 교육은 그러한 단계까지는 아닌 건축 입문 정도다. 강사는 매 수업 시작 전 동기유발과 함께 시행하는 인성교육을 실시하는데 지난주는 ‘시들다’ 어원을 풀었다.
토요일임에도 창원역으로 나가 근교 농촌으로 가는 1번 마을버스를 이른 시각에 타게 되었다. 평일 아침은 근교 회사 일터로 출근하는 이들로 미니버스는 자리를 다 채워져 다수가 서서 가는데 주말은 달랐다. 빈 차이다시피 해 타고 내리는 승객이 적어 운행 시간도 줄어 금세 주남저수지에 이르러 들녘을 지나 산업단지였고 가술에 닿았다. 교육을 실시하는 문화 나눔센터에 들었다.
목공 교육 강좌 수강생 20명인데 다양한 구성원들이다. 내보다 나이가 많은 칠십대 노인들이 네댓 명 되고 할머니도 한 분 있다. 중년 부녀들이나 처자도 있는데 내 말고도 교직에서 은퇴한 이도 한 명 섞여 있었다. 대부분 지역 주민으로 이웃에 사는 친한 관계였고 사학재단 중고등학교에 선후배로 엮어진 사이였다. 나에게는 낯선 이들과 새로운 교분을 쌓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은퇴 후 본인의 집을 산청으로 지어 귀촌해 산다는 강사는 이른 시간 나타나 강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늘 교육 강의 재료를 마련해두고 수업을 도와주는 보조 인력과 함께 테이블을 맞대어 모둠을 만들고 노트북으로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띄웠다. 정한 시각 9시가 되자 한 명 결석이나 지각생이 없이 전원 출석이었다. 오늘 수업은 두 평 모형 집 지붕 완성과 도마 마무리였다.
강사는 역시 수업 시작 전 인성교육으로 ‘감정의 승리자’가 되자고 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빅터 프랭클의 말을 인용했다. ‘우리의 감정은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자극에 대한 나의 반응이고 그 반응에 대한 책임은 내게 있다.’였다. 감정의 승리자가 되는 좋은 방법으로 ‘어두운 감정’의 인출을 줄이고 ‘밝은 감정’의 예입을 늘려가는 사례들을 적적하게 들었다.
뒤이어 귀촌 집을 지을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이나 목조 부재 식별 방법을 알려주면서 앞 시간을 이었다. 지난주 두 평 집 벽체 만들기에 이어 지붕을 만드는 일에 들었다. 모형으로 된 골판지 재료를 접착제를 이용해 지붕 빗변을 반듯하게 조립하는 과정이었다. 동료와 맞잡아주는 협동 수업이 이루어지기도 했는데 나는 접착제가 손가락에 묻어 지워지지 않아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완성된 지붕은 전 시간 사각 벽체에 얹자 한 채 두 평 모형 집이 완성되었는데 다음 시간에 전구로 내부 조명을 설치한다. 이어 앞서 대패질과 사포로 문질러 둔 도마를 꺼내 문양을 그리는 작업을 했다. 강사가 준비해온 여러 가지 그림 가운데 나는 호박을 골라 먹지를 놓고 선을 따라 바탕을 그려 놓았다. 다음 시간에 불두화 인두로 무늬를 새기고 기름칠로 도마가 완성된다.
목공 강좌 오전 3시간이 언제 흘렀는지 모르게 금세 지났다. 교육 중 손에 묻은 접착제는 화장실에서 비누로 씻어도 지워지지 않아 그냥 두었다.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때우고 귀로에 한 곳 들렀다. 근래 주남삼거리 인근 다호리 고분군에 근래 2차 유물 발굴 작업을 하는 중이다. 동판저수지에 가까운 다호리 유적 발굴 현장에는 의미 있는 부장품이나 유물이 나오지 않은 듯했다. 24.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