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탑재]
따뜻한 국물처럼 흐르는 인정,
'우동 한 그릇'
인간의 온기가 사라져간다고 개탄하는 이들에게 이 짧은 이야기는 한 줄기 빛과 같다. 1989년 일본의 작가 구리 료헤이가 발표한 '우동 한 그릇'은 단순한 서사 속에 깊은 인간애를 담아낸 작품이다.
이야기는 섣달 그믐날 밤, '북해정'이라는 작은 우동 가게에서 시작된다. 허름한 차림의 한 여인이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두 아들과 함께 가게에 들어선다. 쌀쌀한 밤공기에 떨며 우동 한 그릇만을 주문하는 그들을 바라보던 가게 주인은 무언가를 직감한다. 주인은 평소보다 곱절의 양을 담아 우동을 내온다. 세 사람은 그 한 그릇의 우동을 나누어 먹고는 깊은 절을 하고 떠난다.
이듬해 섣달 그믐날, 그들은 다시 찾아온다. 이번에는 우동 두 그릇을 주문한다. 어머니는 아이들에게만 우동을 먹이려 하지만, 가게 주인은 특별히 많은 양을 담아 어머니도 배불리 먹을 수 있게 한다. 또 일 년이 지나 세 그릇을, 그리고 마침내 네 그릇을 주문하게 된다. 아이들은 해가 갈수록 씩씩하게 자라났고, 어머니의 얼굴에도 점차 안정감이 깃들었다.
10년째 되는 섣달 그믐날, 이제는 훤칠하게 자란 두 청년과 단정한 차림의 어머니가 찾아온다. 그들은 네 그릇의 우동을 주문하고, 주인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큰아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이 되었으며, 작은아들도 곧 대학을 졸업한다는 기쁜 소식을 전한다. 어머니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한다. "10년 전 그날, 남편과 사별하고 아이들과 길거리를 헤매던 우리에게 사장님의 우동 한 그릇은 삶의 희망이었습니다."
이 작품이 일본 사회에 미친 영향은 실로 지대하다. 거품경제 붕괴 이후 물질만능주의와 개인주의가 팽배해지던 일본 사회에 인간애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특히 1990년대 들어 심화된 빈부격차와 고령화 문제 속에서 이웃 간의 정을 되살리는 계기가 되었다.
문부과학성은 이 작품을 중학교 교과서에 수록하여 청소년 인성교육의 교재로 활용했다. 또한 전국 각지의 우동 가게들은 이 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따뜻한 한 그릇 운동'을 전개했다. 형편이 어려운 이들에게 무료로 우동을 제공하거나, 더 많은 양을 담아주는 운동이 자발적으로 확산된 것이다.
2005년에는 영화로 제작되어 3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영화는 원작의 메시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개인주의가 심화되는 현대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이를 계기로 지역사회의 유대를 강화하는 다양한 운동이 전개되었다.
홋카이도 출신의 구리 료헤이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안데르센 동화를 번역하며 문학의 길을 걸었다. 그가 이 작품에 담은 것은 단순한 선행의 미담이 아닌, 인간 존재의 근원적 가치에 대한 성찰이다. 한 그릇의 우동에 담긴 온기는 결국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가는 존재임을 일깨운다.
현대 일본 사회에서 이 작품이 끊임없이 회자되는 것은, 그것이 단순한 감동을 넘어 사회적 실천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문학이 지닌 사회 변혁의 힘을 보여주는 동시에, 인간 본연의 선의가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있음을 증명한다.
"情けは人の為ならず" (정은 타인을 위한 것이 아니다)
- 일본 속담 (선행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의미)
첫댓글 따뜻한 작은 온정이
한가정에 희망을 주었네요
안녕하세요.
좋은 감동의 글
잘 보고 갑니다.
강추위에 건강 유의하시고
편안한 저녁 시간 보내세요.
훈훈한 글입니다
그동안 책을 멀리했는데
한번 도서관에 가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추운 겨울에 따끈한 우동국물같은 온정이 우리맘 속에 우러난다면 우동국물처럼 구수하겠죠?
감사히 읽고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