雨水라는 말이 그럴듯하다고 생각하면서
무심히 창을 여는데 길 건너편 슬레이트 지붕
아래로 달려들 듯 노을이 흘러가고 가는 바람이 흘러
가고 볼이 붉은 아이가 간다 누가 스위치를 눌렀는지
어두운 창이 밝아지면서 추녀가 높이 솟아오르고
불분명한 시간들이 산허리를 타고
강둑 버드나무숲 쪽으로 휘어져간다
오늘은 늦은 점심을 해먹고 뒷동산에 올랐습니다
춥고 바람은 아렸습니다
새로 생긴 무덤 두 개가 추워 보였습니다
마른 나뭇가지들은 겨울에도 주머니에 손을 넣지 않습니다
산 너머 마을까지 느릿느릿 걸었습니다
다 말라버린 것 같은데, 다 얼어 있는 것만 같은데
이게 무언가, 성질 급한 버들강아지 몇 마리
물기 없는 가지에 머리를 묻고 옹송그리며 저녁잠을 청하고 있네요
오늘내일 비는 당연히 돌아온다는 듯이 내리기라도 하면
버들강아지들은 머리를 털고 줄을 지어 냅다 달려갈 테지요
비가 오네 비야 오려무나
고집불통의 부드러움이여
맥없이 굴러만 가던 시간의 골짜기, 어둠 깊은 곳에서
내 뇌리의 통점만 밟아오는
희망의 악마구리 울음소리
흰 종이 같은 불안한 다리를 건너
마른 나의 땅으로 오는
눈물겨운 손님
오려무나 비
열어주마 이제
네 순은의 날카로운 발톱에
콸콸 피 흘리고 싶은
부드럽고 따뜻한 나의 대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