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의 상징인 십자가
교황
교황 “지금은 순교자의 시대… 아시아 비비는 그리스도인 증거자의 모범”
교황청 시성부 주최로 열린 “성덕의 공동체 차원” 연구 컨퍼런스에 참가한 이들이 11월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다. 교황은 △하나 되게 하는 성덕 △가정의 성덕 △순교하는 성덕 등 성덕의 세 가지 측면을 설명하며, 폴란드의 복자 요제프 울마와 위크토리아 울마 부부, 리비아 해변에서 테러단체에 의해 목숨을 잃은 콥트 정교회 성인 21위 등의 모범을 떠올렸다. 교황은 이들이 “끊임없이 순교하며 살았던 그리스도인의 삶의 사례”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신성모독 혐의로 9년 동안 투옥된 파키스탄 여성도 언급했다.
Salvatore Cernuzio
소화 데레사 성녀의 부모나 나치에 의해 목숨을 잃고 지난 9월 폴란드에서 시복된 폴란드 출신 울마 부부가 가르친 대로, 성덕은 “혼자가 아니라 다른 이들과 나란히 공동체 안에서 함께하는 여정”이라는 의미에서 “가족적”이다. 성덕은 또 우리를 하느님과 형제자매와 “하나 되게” 하며, 오늘날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일치와 평화의 포옹”으로 이어진다. 끝으로 성덕은 초대 교회 순교자들부터 지난 2015년 리비아 해변에서 테러단체에 의해 목숨을 잃은 콥트 정교회 신자들에 이르기까지, 신앙 때문에 목숨을 잃거나 신성모독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고 9년 동안 수감생활을 하다가 마침내 무죄 판결을 받은 파키스탄의 가톨릭 농민 아시아 비비처럼 박해를 받은 증거자들의 오랜 역사에서 볼 수 있듯이 “순교적”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것이 “끊임없이 순교하며 살았던 그리스도인의 삶의 사례”라고 말했다.
“수년 동안 감옥에 갇혀 있던 아시아 비비의 경우, 그녀의 딸이 성체를 모셔왔습니다. 판사들이 그녀에게 무죄라고 판결하는 순간까지 많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약 9년간 그리스도인의 증거를 실천했습니다! 그녀는 지금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여성과 같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신앙과 사랑을 증거하고 있습니다.”
교황은 지난 11월 13-15일 로마 아우구스티노 교부학 대학에서 교황청 시성부가 주최한 “성덕의 공동체 차원” 연구 컨퍼런스 참석자들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이 같이 말했다. 교황은 시성부 장관 마르첼로 세메라로 추기경을 비롯해 부서 관계자 및 협력자들에게 “성덕으로의 보편적 부르심”과 관련해 성덕의 세 가지 “측면”을 설명했다. 곧, 모든 이가 성인이 되라는 부르심이다.
기혼자, 독신자, 축성생활자, 평신도, 가정
교황은 최근 몇 년 동안 “기혼자, 독신자, 사제, 남녀 축성생활자, 평신도, 폴란드의 순교자 같은 가정 등 나이와 출신, 문화를 막론하고 다양한 삶과 다양한 신분에 속하는 이들의 시복과 시성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들을 가리켜 “거룩하고 충실한 하느님 백성”에 속한 형제자매들, “우리 공동체의 일원”으로 “자신의 한계와 결점에도 불구하고 일상의 작은 일에서 큰 사랑을 실천하며 끝까지 예수님을 따랐던” “옆집” 성인들이라고 설명했다.
공동체적 사건
교황은 “하나 되게 하는” 성덕의 첫 번째 측면을 언급하면서, 성덕이 “개인적인 사건일 뿐만 아니라 공동체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느님께서 개인을 부르실 때는 언제나 모든 이의 선익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해 교황은 “성덕은 하나 되게 한다”며,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현대 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 헌장 「기쁨과 희망」(Gaudium et spes)을 인용해 “성인들의 이웃사랑을 통해 우리는 모든 사람과 결합을 이루시고, 온 인류를 자비로 품으시어 우리 모두를 하나 되게 하시는 하느님의 신비를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우리 세상은 그러한 포옹 안에서 일치와 평화를 찾아야 합니다! 우리는 이것이 필요합니다. (...)”
소화 데레사 성녀의 기록
교황은 같은 맥락에서 아기 예수의 데레사 성녀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는 교황 권고 「그것은 신뢰입니다」(C’est la confiance)를 언급했다. 소화 데레사 성녀는 “성경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기록을 통해 “모든 꽃을 끌어안는 ‘예수님의 정원’으로 온 인류를 관상하며, 그러한 사랑의 불에 의해 활활 타올라 모든 형제자매를 차례로 그곳으로 인도해 달라고 청한다”고 말했다.
“그것은 ‘매력에 의한’ 복음화입니다. 그것은 증거이며, 개인적인 사랑에 대한 지고의 신비 체험과 ‘우리가 함께 사는 신비’가 맺는 열매입니다.”
거룩한 부부
이 “우리”는 ‘가정’ 성덕의 차원을 취한다. 교회에는 “많은 거룩한 혼인에서도 각각의 배우자가 상대방 배우자의 성화를 위해 주님께서 사용하시는 도구”가 된 모범이 많다. 교황은 그들 중 △성 루이 마르탱과 성 마리 젤레 마르탱 부부(성녀 소화 데레사의 부모) △복자 루이지와 마리아 벨트라메 콰트로키 부부 △가경자 탄크레디와 줄리아 디 바롤로 부부 △가경자 세르지오와 도메니카 베르나르디니 부부를 떠올렸다. 특히 박해 기간 동안 유다인들을 집에 숨겨줬다는 이유로 나치에 의해 잔인하게 피살된 요제프 울마와 빅토리아 울마 그리고 그들의 일곱 자녀는 지난 9월 폴란드에서 복자품에 올랐다. 교황은 이들이 “빛나는 모범”이라며 “모두 순교자”라고 강조했다.
순교자의 시대
교황은 성덕의 세 번째 측면과 관련해 “순교적” 특징을 제시했다. “순교하는 성덕은 교회의 긴 역사에서, 초대 교회 공동체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세기에 걸쳐 세계 곳곳에서 많은 사례를 찾아볼 수 있는 영향력 있는 모델입니다.”
“순교자가 없었던 시대는 없습니다. 오늘날에도 순교자가 있습니다. 우리 시대에도 순교자가 많다는 사실을 잊지 맙시다!”
교황은 “때때로 순교자들은 복음을 영웅적으로 실천했거나 모든 구성원의 삶을 하느님께 봉헌한 공동체 전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다양한 그리스도교 종파에 속한 순교자들을 떠올리면서 순교의 “교회 일치 차원”을 고려하면 사안은 더욱 확대된다. 우선 교황은 리비아 해변에서 테러단체에 의해 목숨을 잃은 콥트교 순교자 21위를 언급했다. 교황은 지난 5월 타와드로스 2세 이집트 콥트 정교회 총대주교와의 만남에서 이들이 ‘로마 순교록’에 소개됐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들은 가톨릭 교회의 순교자이기도 하다.
“그들은 해변에서 ‘예수님, 예수님, 예수님’을 외치며 죽어갔습니다. (…)”
번역 이정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