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확인서 안 냈다고 과세…대법 "확인서 제출, 협력의무 불과"
#
대법원이 '영농조합법인 등이 농어업 경영체 등록확인서를 제출하지 않았더라도 조세특례제한법상 세제 혜택 대상에서 제외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 영농조합법인이 이천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한 2심을 깨고 최근 사건을 수원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에 따르면 사료를 제조하는 A 영농조합법인은 2015, 2016년 사업연도 법인세를 신고하면서 법인세 면제를 신청했다.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영농조합법인은 식량작물 재배업 소득에 부과되는 법인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단 농어업 경영체 육성법상 농업경영체로 등록이 돼 있어야 한다.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은 이 과정에서 영농조합법인이 관련 서류를 관할 세무서에 제출해야 한다고 정한다.
이천세무서는 A 영농조합법인의 농업경영체 등록확인서가 제출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2018년 3월 가산세를 포함해 약 3억6천만원의 법인세를 부과했다. A 영농조합법인은 조세 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됐고 취소 소송에서도 1·2심 모두 패소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판단을 달리했다.
조세특례제한법상 면제 요건은 '농어업경영체법에 따른 영농조합법인'으로만 돼 있고, '등록확인서 제출'은 시행령상 규정에 불과하다는 데 주목했다.
대법원은 "시행령 규정은 납세의무자에게 면제 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관할 세무서에 제출하도록 협력의무를 부과한 것"이라며 "등록확인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해서 법인세 면제를 거부할 수는 없다"고 봤다.
이어 "등록확인서 제출을 법인세 면제 요건으로 본다면, 면제 신청 절차만을 위임한 모법(母法)의 위임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행령은 '신청의 절차'만 위임받아 정하는 것일 뿐, 면제 요건에 관한 규정은 법률로 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시행령에 등록확인서 제출 의무가 추가되기 전에도 A 영농조합법인이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법인세 면제를 받아 온 것도 근거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