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은행들에 공문 "법 위반시 엄중히 조치"
금융 당국이 금융시장의 새로운 불안 요인으로 등장한 가계 부채를 줄이기 위해 아파트 집단 대출 관리에 나섰다. 아파트 집단 대출은 시중 금융회사들이 신규 아파트 분양자나 재건축아파트 소유자를 대상으로 개별 심사 없이 단체로 해주는 중도금·잔금 대출을 말한다. 집단 대출의 90% 이상은 가계 대출의 일종인 주택담보대출 형태로 이뤄지는데 현재 집단 대출은 주택담보대출 규제인 DTI(총부채 상환비율)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하지만 최근 시중은행들이 대출 경쟁을 벌이면서 이 집단 대출이 계속 늘어나자 당국이 단속에 나선 것이다.11일 본지가 입수한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집단 대출과 관련해 부당한 영업행위를 중점적으로 점검하겠다는 공문을 지난달 29일 각 시중은행에 통보했다. 각 은행을 검사할 때 지나친 성과경쟁으로 불건전한 영업행위가 발견되면 자세히 조사하고, 법을 위반하는 사례에 대해서는 엄중히 조치하기로 했다.
집단 대출 금리는 다른 대출 금리보다 낮기 때문에 대출자들은 저리(低利)에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그만큼 은행은 손해를 볼 위험이 커지지만 다른 상품을 끼워팔기 하면 추가 수익을 낼 수 있고 은행 자산도 부풀릴 수 있어서 은행 간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금융 당국이 집단 대출에 '옐로카드'를 꺼내든 것은 주택경기 부진과 대출 규제에도 주택담보대출이 꾸준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73조2000억원으로 전달보다 2조5000억원 증가했다. 10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집단 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의 30% 안팎을 차지하는 것으로 은행권은 추정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 입주를 앞둔 아파트 단지에서 집단 대출이 늘면서 주택담보대출도 증가하고 있다.
금감원이 단속에 나섬에 따라 은행들은 앞으로 은행원 성과평가지표(KPI)에서 집단 대출 비중을 지나치게 높이거나 마케팅 비용을 지나치게 배정하기 어렵게 됐다. 또 은행들은 대출 모집자들을 적절히 교육하고 잘 감독해 부당한 영업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대출자에게는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의 처리방법, 금리 부담, 부대 비용을 상세히 알려줘야 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감원 조치가 제재나 강제 사항은 아니지만 사전 경고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집단 대출이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집단 대출을 포함해 가계 대출이 급격히 늘면 경기가 나빠질 때 가계나 금융회사가 부실해질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선제적인 단속을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