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適(고적)-한단소년행(邯鄲少年行)(한단 소년의 노래)
邯鄲城南遊俠子(한단성남유협자) 한단 번화가인 성남의 유협들
自矜生長邯鄲裏(자긍생장한단리) 한단에서 자랐음을 자랑스러워한다
千場縱博家仍富(천장종박가잉부) 도박장마다 드나들어도 집이 부자이고
幾處報雔身不死(기처보수신불사) 몇 번의 보복에도 죽지 않는다
宅中歌笑日紛紛(택중가소일분분) 집 안엔 온종일 노래와 웃음소리
門外馬車如雲屯(문외마차여운둔) 문밖에는 거마가 구름처럼 줄 지었으나
未知肝膽向誰是(미지간담향수시) 속마음을 터놓을 사람 없다
令人却憶平原君(영인각억평원군) 착한 사람은 옛날의 평원군을 생각한다
君不見今日交態薄(군불견금일교태박) 그대 보지 못했는가 요즘 사람들의 경박한 사귐을
黃金用盡還疎索(황금용진환소삭) 황금을 다 쓰고 나면 사이가 멀어진다
以玆感歎辭舊遊(이자감탄사구유) 그러니 탄식하며 옛 친구와 헤어지고
更於時事無所求(갱어시사무소구) 더 이상 세상사에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且與少年飮美酒(차여소년음미주) 소년들과 향기로운 술잔이나 기울이고
往來射獵西山頭(왕래사렵서산두) 서산 언저리 오가며 사냥이나 하리라
*고적[高適, 702~765, 자는 달부(達夫), 허베이성(河北省) 출생]은 중국 성당 시인으로 호탕한 성격이어서 어렸을 때는 무절제한 방랑생활을 하며 이백(李白)·두보(杜甫) 등과 사귀었다고 하고, 과거에 급제한 후로는 순조로운 관리 생활을 하여 만년에는 발해후(渤海侯)에 봉해졌고, 50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시를 배우기 시작했으나 곧 일류 시인의 자리를 확보하였다고 하며, 그의 시는 호쾌하면서도 침통한데, 특히 변경에서의 외로움과 전쟁·이별의 비참함을 읊은 변새시(邊塞詩)가 뛰어나다고 합니다.
*위 시는 문학비평가이신 김희보님의 “중국의 명시”에 실려 있는 것을 옮겨본 것인데, 한단의 유협으로 살고 있는 소년의 생태를 말하고, 경박한 세속 풍조에 환멸을 느끼며 은퇴하여 오히려 마음이 순수한 소년들과 유유자적하기를 바라는 시라 합니다.
*邯鄲(한단) : 중국 전국 시대의 조趙나라 서울로 현재의 하북성 한단현 서남쪽에 해당, 노생의 고사 한단지몽(邯鄲之夢)[당나라의 노생(盧生)이 한단(邯鄲)에서 여옹(呂翁)의 베개를 빌려서 잠을 잤는데, 꿈속에서 80년 동안 부귀영화를 다 누렸으나, 깨어 보니 메조로 밥을 짓는 동안이었다는 고사에서, 인생과 영화의 덧없음을 비유한 말. 황량몽(黃粱夢)]으로 유명함
少年行(소년행) : 악부제로서 소년의 노래라는 뜻
城南(성남) : 한단에서 가장 번화한 곳
遊俠(유협) : 대장부다움
自矜(자긍) : 자랑함
千場(천장) : 많은 도박장
縱博(종박) : 도박에 몰두함
仍(잉) : 그런데도
報雔(보수) : 원수 갚음
紛紛(분분) : 성대한 상태
如雲屯(여운둔) : 구름처럼 떼지어 있다
肝膽(간담) 마음속
平原君(평원군) : 전국시대 사공자 중 한사람으로 조趙나라 공자, 이름은 승勝, 인재를 사랑하여 식객 수천명을 양성한 것으로 유명하고, ‘모수자천’, ‘낭중지추’라는 고사는 평원군과 관련된 유명한 고사임
그 옛날의 평원군(平原君)을 생각나게 하네
君不見(군불견) : 君은 특정한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님, 당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구절로, 알지 못하는가, 보지 못했는가, 보았는가 정도의 뜻
交態(교태) : 사귀는 태도
疎索(소삭) : 소원疎遠, 사이가 멀어짐
以玆(이자) : 그러니까
舊遊(구유) : 예로부터의 사귐
時事(시사) : 세상사
且(차) : 우선
西山(서산) : 선단 서쪽에 있는 산
頭(두) : 부근
첫댓글 예나 지금이나 환락과 유흥에 빠지는 세태는 여전하지요...
경박한 세상에 그래도 산을 찾으며 지내야지요..ㅎㅎ
네, 회장님 말씀처럼 경박한 세태는 예로부터 있어 왔나 봅니다.
그래서 증광현문에도 아래와 같은 문구가 생긴 거 같아요,
人情似紙張張薄(인정사지장장박) 세상 인심 종이처럼 장장이 얄팍하고
世事如棋局局新(세사여기국국신) 세상사 바둑처럼 판판이 새롭구나
좋은 댓글에 감사드리고, 오늘도 즐거움이 가득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