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서식 가능한 지금의 간빙기가 얼마나 갈진 모르지만
고작 만 년 2만 년 앞에
영원을 떠올리는 허술하고 짠한 인간의 역사를 토닥거리며
허락된 간빙기가 끝나기도 전
서둘러 종말을 앞당기는 인간에 의해
뜨거워지는 지구에서
더럽혀지는 지구에서
네가 온다, 이렇게 봄이
봄의 몸이
고단해져 이제 그만 고스저진다 해도 탓하지 못할 너의 몸이
아기처럼 온다
늙고 낡은 시간을 햇살로 담뿍 채운 채
물오른 앳된 몸으로 오는
이 봄을 처음 같은 순진이라 하겠다
순진보살이라 하겠다
햇살이 오고 보살이 말한다 ;
영혼은 행위란다
몸이 없는 성자들을 믿지 말아라
말씀으로 아름다워진 세상은 없다
오른쪽 가지가 부러지면 왼쪽 가지를 내미는 몸
부르튼 맨발을 닦아주는 풀뿌리들의 몸
마주 보며 서로의 눈 속을 들여다보는 작은 새들
말간 눈물 속에 맺힌 영원을 오늘의 붉은 열매로 가져오는 빛
소소소소, 세상 가장 여릿한 소소한 몸들의
나지막하게 앳된 거기가 영혼의 기원이란다
햇살의 깃털을 흩뿌리며 공중을 지나는 너의 흔적,
이렇게 네가 온다
봄의 영혼은 눈물 많은 이 한 발자국
봄의 영혼은 이 따스한 서러운 껴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