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으로 우리의 영혼을 새롭게 하자
-성공회 대전교구 천안사무실 축복식에 즈음하여-
유낙준모세주교(성공회 대전교구장)
+ 도미너스 보비스쿰 Dominus vobiscum 주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소서.
0 엣 쿰 스피리뚜 뚜오 Et cum spiritu tuo 또한 당신의 영혼과 함께 하소서.
이는 초대 교회 감사성찬례식 때 사제와 신자 간에 주고받는 인사입니다. 본래 라틴어에는 신자의 대답에 “영혼과 함께”라는 뜻이 있는데 우리가 사용하는 현재의 감사성찬례식문에는 그 “영혼”이라는 말이 빠져있습니다.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믿는 사람들, 하느님께 소속된 사람들은 자신의 영혼이 주님과 함께 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되새기게 되는 말입니다. 성공회 대전교구에 속한 하느님의 사람들이 영혼으로 하느님과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아멘.
이 땅에 사는 우리는 완벽하지 않은 인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님과 합체되기 위하여 이 땅에서 신앙의 길을 걷는 순례자로 온전한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오래 걸었어도 하느님 앞에서는 항상 초보자일 수밖에 없는 하느님의 사람으로 겸손하게 사는 이가 바로 성공회 성도입니다. 그렇게 겸손하게 하느님의 일이 성공회 대전교구에서 지금까지 이루어졌습니다. 하느님께 찬미를 올립니다. 할렐루야.
1906년에 둔포와 백석포에 성공회를 통하여 복음이 전파되어 천안지역이 성공회 복음화의 기반이 되었고, 1907년 진천에 복음이 전파되어 충북에 기초를 세웠고, 1924년에 정읍에 복음이 전파되어 전라지역 선교에 기반이 되었습니다. 이들을 기반으로 1965년 대전교구가 설립됨에 따라 주교좌 성당이 축성되어 오늘에 이르기까지 선교활동을 해 온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신앙인으로 하느님을 향하여 사는 것은 바로 이러한 선조들의 신앙유산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전통 속에서 2015년 우리는 1906년 이래 우리 지역 선교 110주년 그리고 1965년 이래 대전 교구 설립 50주년을 맞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급진전되는 고령화사회이고 청년들이 희망을 잃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가족과 공동체는 너무 쉽게 해체되고 있고, 인간의 이기심을 자극하는 유혹이 교회 안까지 파고든 상황입니다. 우리교구의 대다수 교회가 농촌에 위치하고 있어, 고령화가 일반 사회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교회에서 청년들을 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또한 현대 문화로서 개인의 자율성이 강조되어 개인적 활동이 늘어나면서 친밀한 관계가 끊어지고, 자신의 영역에서만 전문성을 발휘하고 전체를 보지 못하는 그러한 전문가에 의존하는 문화로 인하여 다른 이들과의 공유하는 삶에 대한 우리의 감각이 무디어져 가고 있습니다. 포용하는 부드러움보다는 날선 비판을 더 선호하는 문화 속에서 하느님보다 자기힘을 과시하는 우상사회가 된지 오래입니다. 정욕과 탐욕, 시기심과 자만심을 부추켜 인간을 조작할 수 있는 대상으로 추락시키는 시대입니다. 이러한 우상사회에 성공회 신앙은 오직 하느님을 향하여 걷고자 합니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는 오래되었지만 매순간 우리에게 새로운 힘을 주는 복음으로 우리 자신의 영혼을 새롭게 하고자 합니다. 새로운 우리의 영혼의 선함이 이 세상에 선한 영향을 줄 것입니다. 시편으로 기도하고, 복음을 듣고 복음으로 생활하여 복음으로 환대의 삶을 사는 성공회 성도가 되면 좋겠습니다. 기도와 말씀으로 무장하여 복음화로 새로운 영혼을 세워가기를 바랍니다.
오늘 대전교구 천안사무실을 여는 이유를 생각해 봅니다. 지난 1970년대의 경제성장시기에 우리 성공회는 복음화에 열중하지 못했던 아픈 경험이 있습니다. 지금 최근의 경제성장의 조류를 타고 우리나라에서 인구가 급성장하는 곳이 바로 천안을 중심으로 한 지역입니다(아산, 당진, 세종, 청원). 여기에서 우리는 농촌의 고령화에 대비해 청년층에 대한 선교를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온양, 탕정, 신창, 도고, 배방지역, 그리고 천안의 신방동, 불당동, 성환지역, 나아가 세종시와 서산시에 성공회 선교를 집중하여 우리교구의 선교 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천안사무실은 충남북부지역에 선교를 강화하여 성공회 기반을 든든히 하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현재 천안지역에는 교구사무실을 운영하는데 젊은 성직자와 오랜 신앙생활의 지도자들과 교우들 등 선교적 자원이 포진되어 있습니다. 이들을 통해 교구사무실이 활발히 운영되어 하느님께 영광 올리기를 원합니다. 이런 힘들을 통해 당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와 어려움들이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지혜롭게 극복되기를 기도합니다. 지난 시간에 많이 좌절 했던 경험을 뒤로하고 이제는 빛이신 주님의 은혜를 받고, 성령이 주시는 우정을 쌓아가고, 하느님의 사랑으로 살아가는 우리 대전교구이기를 주님께 주님의 이름으로 간구합니다..
성공회 대전교구 천안사무실을 하느님께 바치며 우리에게 사람 속의 영혼을 잘 보살피는 새로운 성공회 시대가 펼쳐지기를 주님께 간절히 청합시다.
“전능하신 사랑의 하느님이시여! 우리 성공회 대전교구에게 복을 내려 주시고, 우리들이 진정으로 사람들의 영혼을 잘 보살피도록 성령께서 우리를 이끌어 주시기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나이다. 아멘.”
2015년 9월 5일 오전 10시 반, 성공회 대전교구 천안사무실 축복식을 준비하면서
성공회 대전교구장 유낙준모세 주교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