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수업 시간, 식사를 기다리는 중, 혹은 부모나 친구와 대화할 때마저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이거나 자리를 이탈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주의가 쉽게 분산되고, 체계적으로 끝까지 과제를 다 마치지 못하는 아이들은 공부하려는 노력이 없다, 끈기가 부족하다, 의지가 없다는 식의 부정적인 평가를 자주 받곤 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일부러 노력을 안하는 것이 아닌, ADHD, 즉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에 의해 자기도 모르게 그런 문제 행동을 보이는 것일 수 있습니다.
ADHD가 있는 아이들의 경우, 본인이 재미있어 하는 과목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수업시간을 매우 지루해하고, 옆 학생에게 장난을 걸거나 방해를 하기도 합니다. 또한 물건을 자주 두고 오거나 할 일에 대해 잊어버리고, 문제를 다 읽기도 전에 충동적으로 답안을 작성하는 등 실력에 비해 부진한 성적을 보이기도 하고 무모하고 위험한 행동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행동을 억제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서 차례를 기다리지 못하고, 규칙을 위반하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하며, 이러한 모습 때문에 또래에게 거부당하고 좌절, 분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점차 성장하면서 과잉행동 증상의 경우 감소하지만 주의력 문제와 이로 인한 사회적, 학업적 문제는 여전히 지속됩니다. 그리고 이전부터 받아 온 부정적 피드백이 자존감을 저하시켜 이차적으로 우울증이나 비행, 중독, 불안 등의 문제를 보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한 소아청소년 정신의학회 발표에 따르면, ADHD 문제를 가진 소아는 36만명, 청소년은 20만명에 달합니다. 또다른 국내 연구결과에서도 아동 청소년의 약 5~6%가 ADHD 진단에 부합된다고 보고되었습니다.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편람 5판(DSM-5),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진단기준의 일부
A. 기능 또는 발달을 저해하는 지속적인 부주의 및 과잉행동-충동성이 (1) 그리고/또는 (2)의 특징을 갖는다.
1. 부주의: 다음 9개 증상 가운데 6개 이상이 적어도 6개월 동안 발달 수준에 적합하지 않고 사회적, 학업적/직업적 활동에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로 지속됨
주의점: 이러한 증상은 단지 반항적 행동, 적대감 또는 과제나 지시 이해의 실패로 인한 양상이 아니어야 한다. 후기 청소년이나 성인(17세 이상)의 경우, 적어도 5가지의 증상을 만족해야 한다.
a. 종종 세부적인 면에 대해 면밀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거나, 학업, 작업 또는 다른 활동에서 부주의한 실수를 저지름
b. 종종 과제를 하거나 놀이를 할 때 지속적으로 주의집중을 할 수 없음
…
2. 과잉행동-충동성: 다음 9개 증상 가운데 6개 이상이 적어도 6개월 동안 발달 수준에 적합하지 않고 사회적, 학업적/직업적 활동에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로 지속됨
주의점: 이러한 증상은 단지 반항적 행동, 적대감 또는 과제나 지시 이해의 실패로 인한 양상이 아니어야 한다. 후기 청소년이나 성인(17세 이상)의 경우, 적어도 5가지의 증상을 만족해야 한다.
a. 종종 손발을 만지작거리며 가만두지 못하거나 의자에 앉아서도 몸을 꿈틀거림
b. 종종 앉아 있도록 요구되는 교실이나 다른 상황에서 자리를 떠남
B. 몇 가지의 부주의 또는 과잉행동-충동성 증상이 12세 이전에 나타난다.
C. 몇 가지의 부주의 또는 과잉행동-충동성 증상이 2가지 또는 그 이상의 환경에서 존재한다
… (이하 생략)
ADHD는 아동 초기(7세 이전)에 시작되고, 가정, 학교, 대인관계 상황 중 둘 또는 그 이상의 환경에서 만성적으로 나타나는 정신장애로, 부주의, 과잉행동, 충동성을 그 주요 증상으로 갖습니다. 부주의는 과제에 대한 지속적 주의력이나 각성도에 결함을 갖고 있는 상태로, 재미없고, 지루하고, 반복적인 과제수행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과잉행동은 안절부절, 꼼지락거림, 불필요한 몸 움직임 등이 흔하고 가만히 있지 못하는 상태를 말하며, 충동성은 생각 없이 빠르게 나타나는 반응으로, 이러한 충동성은 부주의한 실수를 초래하고, 잘 다치며, 물건을 망가뜨리거나, 차례를 안 지키는 등의 문제를 일으킵니다.
중요한 사실은 ADHD는 단순히 집중이 약하고 산만한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증상으로 인해 부가적으로 우울, 불안, 반항, 품행장애가 발생할 수 있고 나아가 청소년기나 성인기의 정신질환이나 사회적 문제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만약 ADHD를 치료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학업 성취가 떨어지는 문제가 직장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고, 가족이나 또래관계에서 적절히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고, 충동적인 행동으로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어려움과 좌절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실제로 ADHD의 30% 정도는 품행장애, 반항성장애, 불안장애 등 다른 정신장애와 공존하며, 이후 품행장애나 반항성 장애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으므로ADHD 아동의 인지, 정서, 사회성 측면의 정상적 발달을 돕기 위한 조기 진단과 개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ADHD의 원인, 진단, 그리고 치료.
DSM-5에서는 ADHD를 신경학적 발달장애로 개념화하였습니다. ADHD는 유전, 임신과 출산 에서의 합병증, 환경 속의 납 성분 등에 기인한 뇌의 구조와 기능장애의 영향과 같이 생물학적인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또한 가족요인, 가령 부모의 잘못된 양육기술과 정신병리, 경제적 어려움, 부모의 별거 등과 같은 심리사회적 요인 역시 ADHD와 함께 발생하는 공병, ADHD 증상의 특성, 지속성 및 심각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ADHD가 의심되는 아동에게 일반적으로 시행해 볼 수 있는 것은 간이척도 또는 평가척도입니다. 그러나 평가척도에서 높은 점수가 나왔다고 해서 반드시 진단되는 것은 아니며, 보다 정밀한 검사를 시행할 필요가 있는 아동을 골라내는 선별검사의 역할을 하고 추후 증상의 변화를 파악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하곤 합니다. 대개 본인의 평가는 문제가 없게 나오는 경우가 많으므로 부모나 교사 등 보호자의 평가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ADHD 간이 테스트 < Conners 단축형 평가척도 >
1. 차분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활동적이다.
2. 쉽게 흥분하고 율동적이다.
3. 다른 아이들에게 방해가 된다.
4. 한번 시작한 일을 끝내지 못한다. (주의 집중 시간이 짧다.)
5. 늘 안절부절 한다.
6. 주의력이 없고 쉽게 주의분산 된다.
7. 요구하면 금방 들어주어야 한다.
8. 자주 또 쉽게 운다.
9. 금방 기분이 확 변한다.
10. 화를 터뜨리거나 감정이 격하기 쉽고 행동을 예측하기 어렵다
없음 0점 / 약간 그렇다 1점 / 상당히 그렇다 2점 / 아주 심함 3점
총 부모평가 16점, 교사평가 17점 이상이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ADHD는 당사자의 의지나 노력만으로 극복되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전문적으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나이를 먹고 학년이 올라가면서 충동성, 과잉행동은 줄어들겠지만 주의력결핍 증상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이므로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명확하게 진단을 확인하고 치료개입을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현재 ADHD 치료는 약물치료와 심리사회적 치료법을 병행하는 식으로 진행되곤 합니다. 이러한 병행치료법은 약물 복용을 통해 문제 증상을 어느 정도 완화함과 동시에 심리 사회적 치료를 통해 가정, 학교 등 일상생활에서의 적응기능을 향상시키고, 이후에도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낮아진 자존감을 회복하는 등 효과적인 치료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ADHD에 대한 신경심리학적 이론이 발전하면서 부모교육, 사회기술훈련 등의 인지행동치료와 함께 주의력 향상에 초점을 맞춘 인지증진치료 역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자녀에게 줄 수 있는 도움들
아이의 상황 관찰 및 확인
ADHD 증상이 심해 일상에서의 어려움을 자주 경험하는 상황이라면 가정에서의 훈육 또한 중요하나 전문가를 통한 정확한 진단 및 치료를 의뢰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이를 통해 ADHD의 원인을 아는 것도 필요합니다. 특히 뇌 신경전달물질과 관련하여 발생한 ADHD인 경우 부모님의 잔소리는 오히려 아이의 스트레스를 높여 증상을 강화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도 자리에 앉아 있고 싶고 집중하고 싶지만 잘 안 되는 것임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도파민 관리
집중력을 높이는 데 사용되는 뇌 신경전달물질은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도파민입니다. 도파민이 결핍된 경우 주의집중력이 떨어지고 무기력해지며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등의 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도파민을 균형있는 상태로 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단 것에 과도하게 몰두하거나 인터넷 게임에 대다수의 시간을 보내는 등의 상황을 확인해보고 적절히 제한할 수 있도록 규칙을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호흡법 등을 통해 편안한 상태로 이완할 수 있도록 연습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자녀와 함께 규칙 만들기
가정에서 자녀와 함께 하루 일정, 공부시간, 가내 규칙 등을 의논하여 정하고 이를 지킬 수 있도록 연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주의집중하고 정돈하기 어려워하는 아이의 경우 미리 계획을 세워 행동하고 체계적으로 정리정돈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부모님이 알려주고, 그에 맞추어 반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학습의 경우에도 가장 능률이 좋은 시간을 확인하여 공부하는 시간을 정해놓고, 정해진 시간 내에 순서를 정해 학습할 수 있도록 합니다. 30분 이상이 지나면 집중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지므로 중간에 휴식시간을 포함하는 것이 좋습니다.
미디어 노출 관리 및 대체 활동찾기
ADHD 아동들은 TV나 컴퓨터 게임에 과도하게 몰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때 아이들은 주의 전환이 어렵기 때문에 미디어에 노출되는 시간에 대해 적절하게 제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가족과 함께하는 게임 등의 교육적인 프로그램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제한을 통해 비워진 시간을 아이가 관심 없는 학습을 하게 하거나 멍하게 보내지 않도록 대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좋습니다. 한 예로 운동이나 음악, 미술 등의 예술적인 활동을 들 수 있는데 이러한 활동은 자제력과 주의 집중력, 정서적 안정, 시운동협응능력 등을 습득하는데 도움이 되므로 추천 드립니다.
본 센터는 아동과 청소년을 비롯한 모든 연령의 상담을 진행하는 센터로 집단상담, 치료놀이 및 각종 상담방식이 다양한 치료센터입니다. 또한 전문 치료사가 배치되어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정확하고 친절하게 상담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방문하시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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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숙 소장님, 부주의하고 산만한 우리아이 어떻게 키울까?] > 칼럼 보러가기
참고문헌:
이은희. (2021). ADHD 자녀를 둔 가족의 가족탄력성 과정에 대한 질적연구.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21(7), 519-532.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박현진 외, (2010), ADHD 아동-부모 프로그램 개발, 청소년상담연구 153.
MSD Manuals global medical knowledge –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https://www.msdmanuals.com/)
서울대학교병원 – 산만한 우리아이, 어떻게 도와줄까?
(http://naver.me/GC2FYlWY)
한경뉴스 - ADHDㆍ산만한 아이, 집중력 높이는 방법
(https://www.hankyung.com/news/article/201509018332q)
사진출처: pixabay
작성자: 한국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 인턴 김아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