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보(杜甫)-贈衛八處士(증위팔처사)(위팔처사에게)
人生不相見(인생부상견) 사람들 살아생전 서로 못 만나는 일
動如參與商(동여삼여상) 삼성과 상성 같기 일쑤인 것을
今夕復何夕(금석부하석) 오늘 밤은 도대체 어떤 밤인가
共此燈燭光(공차등촉광) 이렇게 등불 빛을 함께 하다니
少壯能幾時(소장능기시) 젊은 날이 얼마나 되리오
鬢發各已蒼(빈발각이창) 귀밑머리 피차 이미 희어졌네
訪舊半爲鬼(방구반위귀) 옛 친구 절반은 고인됐다니
驚呼熱中腸(경호열중장) 놀라 부르짖는 애달픔이여
焉知二十載(언지이십재) 내 어찌 알았으랴, 스무 해 만에
重上君子堂(중상군자당) 다시 그대의 집에 오게 될 줄을
昔別君未婚(석별군미혼) 옛날 이별할 때는 미혼이었는데
兒女忽成行(아녀홀성항) 어느덧 자식들이 이렇게 많아졌구나
怡然敬父執(이연경부집) 상냥하게 부친의 벗을 공경하여
問我來何方(문아내하방) 나에게 어디서 오셨느냐 묻는다
問答乃未已(문답내미이) 대답도 미처 끝나기 전에
驅兒羅酒漿(구아나주장) 아이들 재촉하여 술상 차릴 제
夜雨剪春韭(야우전춘구) 밤비에 봄 부추 베고
新炊間黃粱(신취간황량) 누른 조 섞어 새 밥을 짓고
主稱會面難(주칭회면난) 주인은 얼굴 보기 어렵다 하며
一擧累十觴(일거누십상) 한번에 열잔을 거듭 권한다
十觴亦不醉(십상역부취) 열 잔을 마시고도 취하지 않음은
感子故意長(감자고의장) 그대의 오랜 우정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明日隔山岳(명일격산악) 내일 산악을 두고 헤어지면
世事兩茫茫(세사량망망) 세상일 두 사람 소식 서로 아득해지리라
*두보[杜甫, 712~770, 자는 자미(子美), 호는 소릉(少陵), 동정호(둥팅호)에서 사망] 시인은 중국의 성당시대(盛唐時代)의 시인인데, 시성(詩聖)이라 불리는 중국 최고의 시인으로 시선(詩仙)이라 불린 이백과 쌍벽을 이루었습니다.
*주로 낭만적이고 호방한 시를 쓴 이백과 달리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두보는 인간의 심리를 자연과 절묘하게 조화시키면서 현실을 반영한 서사시와 서정시를 주로 썼는데, 안녹산의 난 등으로 피폐해진 백성의 삶과 산하를 노래하여 역사적인 현실을 반영하는 시를 많이 쓰기도 하였으며 주요 작품으로는 “북정(北征)”,“추흥(秋興)” 등이 있습니다.
*두보는 비록 과거에는 급제하지 못하였지만 전란이 끝난 후 친구 엄무(嚴武)의 도움으로 사천성(쓰촨성) 성도(청두)에 완화초당을 짓고 농사지으며 전원생활을 하며 오랜만에 여유가 생기는 생활을 즐기기도 하였습니다.
*위 시는 문학비평가이신 김희보님의 “중국의 명시”와 한문학계의 원로이신 손종섭 선생님의 “노래로 읽는 당시”에 실려 있는 것을 옮겨 본 것인데, 작자 48세 되던 해의 봄, 화주의 사공참군으로 있으면서 낙양으로 출장 갔다 돌아오는 길에 옛 친구의 집에 들렀을 때의 작품으로 위팔은 위빈衛賓일 게라는 설이 있으나 미상.
*형식 : 오언고시(五言古詩)
*動(동) : 자칫하면, 걸핏하면
參與商(삼여상) : 參星은 동쪽에, 商星은 서쪽에 있어 같은 시각에 서로 볼 수 없는 천구상의 위치에 있으므로 영원히 서로 만나지 못함의 비유로 쓰인 것
少壯能幾時(소장능기시) : 젊은 날이 얼마나 되리. 漢武帝의 “秋風辭”에 少壯幾時兮奈老何(소장기시혜내로하) (어찌하리오 젊은 날 길지 않고 곧 늙음이 오는 것을)이라는 표현이 있다.
蒼(창) : 검푸른 색, 여기서는 회백색, 반백
訪舊(방구) : 옛 친구들의 안부를 물음
熱中腸(열중장) : 뱃속의 창자가 슬픔으로 뜨거워짐. 가슴이 슬픔 때문에 복받치는 것.
焉知(언지) : 어찌 ~을 알랴? 어찌 알았으랴?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는 뜻.
君子堂(군자당) : 덕 있는 사람이 기거하는 곳
成行(성항) : 줄을 이룸, 형제가 많음을 이름
怡然(이연) : 기뻐하는 모양. 즐거워하는 모양.
父執(부집) : 아비의 친구로 아버지와 나이가 비슷한 어른
羅酒漿(나주장) : 술상을 차리는 것
春韭(춘구) : 봄철의 부추, ‘翦’은 벰 ‘韭’은 부추
新炊間黃粱(신취간황량) : 새로 밥을 지으며 노란 좁쌀을 섞음.
累十觴(누십상) : 열잔을 거듭함, ‘累’는 여러 번 거듭한다는 뜻.
故意(고의) : 오랜 우정
乃未已(내미이) : 아직 끝나지 않음. 아직 미치지 못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