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사정으로 정말 오랜만에 오후에 집에 있다보니 글이라도 하나 더쓰고 싶어졌습니다.
작년 7월말에 들어왔으니 이제 8개월이 되갑니다.
스쿨버스를 타는게 무섭다고 징징대고, 스펠링테스트나 낯선 학교생활에 스트레스 받아
손톱을 물어뜯고 소변을 자주 보는 증세가 생겼던 딸애는 어제 "엄마 갑자기 영어가 잘 들려.
그리고 책을 읽는데 빨리 읽게 돼" 라며 즐겁게 말 합니다.
한국에서는 선생님들께 "딱 평범한 애예요." "맞벌이를 하시고 할머니가 봐주셔서 그런지
산만한 편입니다." 라는 평을 듣던 딸애였죠. 받아쓰기는 두번인가 백점받고 늘 70-80점만 받았습니다.
여기서는 성적표에 수학실력이 뛰어나고 매우 smart하다. spelling test는 매번 백점이라고 선생님이 써주셨더군요.
한국에서 저 또한 딸아이때문에 걱정도 많고 해서 미국오면 학교생활에 많이 참여해줘야 겠다 싶어
모든 부모초청 파티나 conference(부모면담)에 반드시 참여했습니다.
땡스기빙때는 컵케익을 30개나 만들어 갖고가고, 생일때는 친구들에게 초대엽서를 보내서
맥도날드에서 파티도 해주었죠. 발렌타인때는 두아이의 반아이들 초콜렛 준비하느라 한 50개 초콜렛과
카드를 만들었던거 같습니다. 내년부터는 그냥 사서 줄려구요. ^^;
애들과 사소한 다툼이 있고, 학교에서 트러블이 있는 경우에도
매번 선생님을 만나 상담했습니다. 뭐 그렇다고 상황이 바뀐 것은 아니었지만 딸아이는 그저 엄마가
자기편에서 선생님께 얘기해준다고 생각해서인지 자신감을 되찾고 생활하더군요.
물론... 참 번거롭고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나마 full time으로 일하지 않고 남편일 돕는 정도니 가능했죠.
만4살인 아들내미는 pre-school가서 한 일주일동안 문앞에서 울고 불고, 선생님은 붙잡고 하던 쇼를 했는데
이제는 종일반 할때가 더 재미있다고 합니다. 아침에 가면 아들에게 포옹하려고 서있는 친구들이 3명정도나 되고
선생님은 great boy라며 영어를 이렇게 빨리 잘하게 될지 몰랐다고 맨날 smart를 연발합니다.
미국오자마자 갔던 놀이동산에서 미국애들이 넘 많다며 같이 자동차도 타지 않던 낯가림 대왕 아들이
이제 선생님과 친구들을 사랑한다고 말하네요. 아직도 흑인을 보면 왜 목욕안해서 더럽냐고 물어봐서
저를 당황스럽게 합니다. 그나마 한국말로 물어봐서 다행이죠... ㅜㅜ;
올 가을엔 kinder를 가는데 여긴 young five라고 해서 생일이 늦은 아이들을 위해 pre-school과 kinder의 중간단계를
만들어놨더군요. (동네마다 프로그램이 다르니 참고하세요.) 그리고 kinder를 가기전에 Dial 3 test를 보게 해서
부모가 자녀의 상태를 판단할 수 있게 했습니다. 저 또한 dial 3를 보고 판단해서 결정하려 합니다.
미시간은 점점 학생수가 줄어서 많은 학교들이 문을 닫고 교육예산을 줄여서 스쿨버스에 광고를 싣는다거나
스쿨버스 숫자를 줄인다거나 하는 기사를 많이 봅니다.
영어공부를 위해서 도서관이나 community school등을 알아봤는데 없어졌거나 있어도 넘 멀거나 비싸서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문 community란에 영어선생님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고 전화를 해보니
free ESL program을 하더군요.
(참고: http://www.famlit.org/site/c.gtJWJdMQIsE/b.1204561/k.BD7C/Home.htm 싸이트에 가서 오른쪽에 find a program을
선택하면 지역이 나옵니다. 본인이 사는 지역을 입력하면 그곳에 있는 family program, adult education, ESL등을 하는 곳을
알려줍니다. 보통 무료거나 아주 저렴합니다. 아이들 after school program도 저렴하니 참고하세요.)
그래서 저희 가족 모두 매주 화목 세탁소 끝나고 저녁에 공부하러 갑니다. 저녁시간이다보니 세탁소에서 라면도 끓여먹고
빵사다가 쨈발라 먹고 공부하러 가는데 먼훗날 우리가족에게 멋진 추억거리가 될거다 라고 말하곤 합니다.
그리고 부모가 영어못한다고 무시하는 자녀들도 많이 본다고 합니다. 단지 그 이유만은 아니겠지만 말이죠...
하여튼 부모가 공부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좋을 거 같아
자연스레 부부가 같이 집에 있으면 신문보고 영어공부하는 열공분위기가 조성됩니다. ㅋㅋ 감사할 따름이죠.
방두개짜리 아파트 2층에 사는데 저희 애들이 뛰어대서 이웃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손님이 오더라도 좁아서 방3개짜리 rent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집값은 떨어져도 렌트비는 거의 그대로인듯 합니다.
대도시에 비해 무척 싼값인데도 불구하고 지금 $775에 살고 있는데 방3개짜리는 적어도 $1000이상이라
한달비용이 $400 이상 추가로 들어간다는게 부담스러워 고심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공부한다 생각하고 부동산싸이트에 가보고, 집들을 보고 있는 중인데 애 중학교 가기 전에는 집을 사야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애들이 커서 single house 가 아닌 아파트에 사는걸 창피해 할 수 있다고도 하고,
이웃들을 생각지 않을 수 없겠더군요. (싼아파트는 사건사고가 많다. 시끄럽고 이웃들이 예의가 없다 는 등의 설)
제가 지난번에도 과외비 얘기를 썼다 시피 여기 현지애들도 과외를 많이 하는데 운동>예술>공부 순인거 같습니다.
남자애들은 싸커, 하키, 테니스, 여자는 gymnastic(체조?), 발레, 치어리딩, 테니스 가 주인거 같습니다. 특히
부유한 동네에서 테니스와 골프를 많이 한다는 설(!)이 있어 경쟁이 치열해 아이스스케이팅 등으로 비경쟁종목을
일부러 선택하는 애들도 많답니다. 애들이 다니는 학교는 한국학생이 한명도 없고 흑인이 5%, 아시안 3%인 백인위주의
학교인데 한국분들 말로는 한국학생 없는 학교다니는게 훨 낫다고들 하시네요.
애들아빠는 차츰차츰 세탁소 기술도 많이 늘고 직원들하고도 좋은 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주위에 코인런드리가 있는 큰 프랜차이즈 세탁소가 요지마다 포진해 있고, 픽업소가 5개나 있는
대규모 세탁소가 있는 녹녹지 않은 환경이라서 지난주부터 50%세일 쿠폰을 신문에 실었습니다.
프랜차이즈 세탁소는 월마다 품목별로 세일을 해대고 있고, 대규모 세탁소는 요일마다 월요일은
자동차회사 직원, 화요일은 양복류 등을 세일하고 있는 상황이라 가만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가격도 낮추었으니 어느때보다도 세탁 잘해서 손님을 감동시키는 일만 남았습니다.
전 가끔씩 쿠키랑 빵을 구워가서 직원들에게 나눠줍니다.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한국사람은 구경도 못한
직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마늘빵을 했던 날은 너도나도 맛있다고 레서피를
적어달라고 했던 적도 있습니다. 손주들을 봐주는 할머니 직원이 있어 그 애들과 같이 놀고 생일파티에도 초대하고
친해졌더니 저희 부부 바쁘면 애들을 언제든지 봐주겠다고 합니다.
모든게 새롭고 스트레스 받지 않으려 공부하고 배운다는 자세로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습니다.
외국계회사에서 경험했던 외국애들의 습성등을 알고 있어, 늘 질문하고(따지고), 어려운 점 말하고,
늘 밝게 웃으며 생활했던게 많은 도움이 된것 같습니다. 그리고 대화수준의 영어실력도 그나마 있었으니
큰 다행이었죠. 남편얘기론 20% 부족한 영어라고 면박을 줍니다. ㅋㅋ
애들에게도 아직은 부모가 자기보다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해서인지 언제쯤 엄마만큼 할 수 있냐고 물어서
속으로 실소를 하게 합니다. 아참 저는 가능하면 이메일이나 해당회사 싸이트의 채팅서비스를 활용해서
서비스를 받았습니다. 기록도 남고, 말하고 듣는 것보단 실수도 적고 시간을 들여 볼 수 있으니 좋더군요.
선생님 만날때도 질문리스트를 간단하게 만들어서 물어보고 적었습니다. 어쩔땐 제 메모에 직접 적어주기도 합니다.
8개월 경과는 이상과 같습니다... 도움 되시길 바랍니다. (경험담은 경험담일뿐 본인의 경우와 다를 수 있습니다.)
첫댓글 쓰신 글마다, 야무진 마음가짐과 간결하면서도 삼빡한 글솜씨에 감탄합니다.외국회사에서 H&R쪽 일을 하신것 같던데,회사에서도 일 잘하셨을것 같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 결과 거두시고,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써주셔서 이민자들에게 용기 주시기 바랍니다
능력은 안따라주고 열의와 욕심만 많았던 직장이었죠. ㅎㅎ 제 글이 참고와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답글 감사합니다.
님의 글은 항상 신선한 충격입니다.
신선한 충격이 "골때린다"는 아니겠죠? 호호... 황금비님의 글에 저또한 많은 삶의 지혜를 얻었습니다. 이렇게 서로 글을 올리다보면 이민준비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겠죠. 글고 제 성격상 좌충우돌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식인데 지금까진 그게 잘 통한거 같습니다. 답글 감사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색깔이 너무 틀린 우리 두아이들 학교적응 문제로 걱정하는데 준엽맘의 글을 읽고 많은 도움이 됩니다. 예방접종은 모두 하고 가야 하는지요? 어느분은 그곳에 가서 다시해야한다는 말도있고해서요...4월5월경에 출국하려고요... 늘 행복과건강이 함께 하시고 화이팅! 하세요...
예방접종은 떠나시기 직전 2주일 시간을 두고 다 맞고, 예방접종확인서(영문)을 반드시 떼어오세요. 학교등록시 원본을 요구하고, 여기서 요구하는 예방접종 종류와 횟수가 있는데 모자르는 경우 미국에서 맞으시면 됩니다. 일부러 나이도 안되었는데 맞힐순 없죠. 무보험인경우 동네 Health department(보건소)에 가면 일반병원의 반값이하로 예방접종 맞힐 수 있습니다.
오랜만입니다.준엽맘님...ㅎㅎㅎ
부산경기는 어떠한가요? 미국계시다 한국가신 경우 그것또한 적응하기 힘들다고 하시던데요...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이승엽도 아니고....2연타석 홈런을 치시네요...어제에 이어서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많은분들이 좋아하실 글입니다.
황금비님과 더불어 대단하신 두분이세요.. 열심히 사시는 모습..많이 올려주시고 저도9살5살애들이 있어서..ㅎ 아이들얘기도 많이 올려주시고요..화이팅!!
멋잇네요 준엽맘님....당당하게 적응해나가는 님의 모습이 너무너무 대견스럽네요....난 도대체 부딪혀볼 용기조차 내지못하는 세살짜리 손주를 둔 할머니로만 지내는데...반성도 하고...나도 부딪혀보자 라는 맘도 생기곤 합니다....
저는 6달 되어가는데..님의 글을 읽으니 많은 부분 동감이 되는 글입니다..글 잘읽고 가며 자주 자주 글 올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