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가 초등학교를 졸업했단 소식에 쓸쓸해졌다. 어째서일까. 조카가 초등학교를 입학했을 땐 그저 반갑고 재미난 일이었다. 벌써 그 어린 것이. 학교에 간단 말인가, 웃었던 것 같다. 그 어린이가 청소년이 된다.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다. 나 역시 나이 들어간다는 뜻이며 찾아든 쓸쓸함이다.
며칠 전이다. 한 사내가 서점에 들어섰다. 내 앞에 선 그가 내 얼굴을 물끄러미 들여다봤다. 영문을 모른 채 마주 보다 퍼뜩, 그의 이름과 우리가 함께 보냈던 한 시절을 떠올렸다. 이게 몇 년 만이냐. 벌떡 일어나 두 손을 맞잡았다. 고등학교 동창에 같은 반 짝이었던 친구는 허허- 하고 웃었다. 기억하는 웃음이다. 얼굴도 표정도 그대로구나, 감탄했지만 나는 그에게서 그 시절을 애써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여전하단 사실을 확인하고 안심하고 싶었다. ‘그대로’란 말은 결코 사실이 아닐 텐데도. 우리는 금세 이십여 년 전 그때로 돌아가 시시덕거렸다. 친구와 헤어진 후 한참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머리가 희끗할 뿐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어쩐지 안심이 되었다.
그럼에도 같을 수 없다는 사실을 나는 안다. 아니 같아서는 안 될 것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제 도리 없이 어른이며 어른이란 다음에 올 이에게 자신이 있었던 자리를 물려주어야 할 존재다. 되도록 말끔한 자리를 나의 ‘조카’들에게 내어주고 싶다. 그럼에도 이와 같은 사실은 어찌 이리 쓸쓸하고 또 섭섭한가,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