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자원' 화재 복구중 방송 논란
국가 행정 시스템 마비 사태를 일으킨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초기 대응 때 이재명 부부가 예능 프로그램을 녹화한 것을 두고 여야가 추석 연휴 내내 치고받았다.
국민의 힘은 “국가가 마비된 시간에 예능 출연을 한 것”이라고 했고, 민주당은 “K푸드 확산을 위한 것”이라며 “이재명 흠집 내기를 멈추라”고 맞섰다. 이 과정에서 여야는 서로 고소·고발했다.
이재명과 김혜경은 지난 6일 방송한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에 특별 출연했다.
이재명은 “K푸드를 세계 시청자들에게 알리고 수출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프로그램에 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에 알리고 싶은 K푸드’와 ‘전 세계에 알리고 싶은 K식재료, 시래기’를 요리 대결 주제로 정했다. 이후 요리사들은 퓨전 삼계탕과 보리새우 강정·콩가루 다식, 시래기를 활용한 무떡·송편과 ‘이재명 피자’를 선보였다.
그런데 이재명 부부가 이 방송을 녹화한 시점이 정치권에서 논란이 됐다. 이재명 측에 따르면 촬영은 일요일인 지난달 28일 오후에 진행했다.
지난달 26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가 난 지 이틀 뒤다. 화재는 지난달 27일 진압됐으나, 월요일인 지난달 29일부터 국가 행정 시스템 마비 사태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었다.
이재명은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하고 지난달 26일 저녁 귀국했다. 이재명 측은 “이재명이 방미에서 복귀한 직후인 지난달 26일 밤부터 화재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고 필요한 조치를 지시했다”고 했다. 녹화 당일인 지난달 28일에는 오전 10시 50분 비상 대책 회의를 열었고, 오후 5시 30분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했다고 한다. 대책 회의를 하면서 방송 녹화를 했기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김민석은 지난 7일 “이재명의 동시다발 1인 다역은 필연적”이라며 “한미 무역 협상, 정부 전산망 복구 지휘, 추석 인사를 동시에 소화하면서 예정된 방송 출연을 통해 K푸드 세계화의 전도사 역할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대한민국이 통째로 불타서 신음할 때, 예능 촬영을 한 것”이라며 녹화를 연기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주진우 의원은 페이스북에 지난달 28일 오후 5시로 예정됐던 중대본 회의 계획 문서를 공개하며, 이재명의 방송 촬영 때문에 중대본 회의가 30분 연기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8일 “국가적 재난 앞에서 이재명의 대응 매뉴얼은 ‘먹방’과 ‘예능 출연’인가”라며 “2021년 6월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 당시에도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는 떡볶이 먹방을 촬영하며 홍보에만 열을 올렸다”고 했다.
장동혁 대표는 “극단적 선택을 한 담당 공무원의 발인을 피해 고작 하루 늦게 방송을 강행하겠다는 발상이 어디에서 온 것이냐”고 했다.
국정자원 화재와 관련해 지난 3일 행정안전부 공무원이 숨지는 일이 일어나자 이재명 측은 5일로 예정된 방송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고, 방송은 6일 이뤄졌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추석 기간에도 (국민의힘이) 정쟁과 거짓 선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정청래는 8일 ‘예능엔 분노, 계엄엔 침묵’이라고 한 백승아의 페이스북 글에 대해 “명언”이라고 했다. 박수현은 지난 7일 장동혁 대표와 주진우 의원을 향해 “추석 민심 밥상에 숟가락 얹어보려던 의도는 실패한 것 같으니 국민께 사과드리고 두 분이 함께 ‘냉부해’에 출연하시는 건 어떻겠느냐”고 했다. 조승래는 지난 7일 “국민의힘은 아무 데서나, 그 누구나, 이유도 없이 쏘아대는 총기 난사범이 돼버렸다”며 “이성을 찾기 바란다”고 했다.
이재명의 예능 출연 논란은 여야 간 고소·고발전으로 번졌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주진우 의원을 경찰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주진우 의원도 자신에게 “법적 대응하겠다”고 한 강유정과 박수현을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