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파주에 살고 있으므로 지리적 특권을 이용하여서
오며 가며 창비 건물의 완성 과정을 자못 흥미롭게 바라보기를 몇 달째.
현재 파주 출판단지에 들어와 있는 건물들은 몇 개 안된다.
맨 처음으로 거대 인쇄소 보진재가 썰렁한 들판에 마치 반도체 공장과도 같은 모습으로 납작하게 누워 있었다.
그리고 나서 작년 연말에는 구릿빛 동판으로 외벽을 감싸서 마치 에스에프에나 나올 법한 괴기한,창문 하나 제대로 박혀 있지 않은 비 실용적인 촌스러움으로 무장한 한길사가 황량하고도 겨울 찬바람으로 가득한 들판에서 외롭게 버티고 있었다.
아, 그 전에.
열화당이 들어왔다.
그러나 열화당은 그저 평범해서 그다지 눈에 잘 띄는 모습이 아니다.
그러니 여기서 열화당에 대한 언급은 나중에 잘 살펴본 후에 따로 하기로 한다.
가끔씩 출판단지를 왔다갔다 하는 사이에 저만치 심학산 아래서 열심히 골조가 올라가고 있었고 겉으로 보기에 창문이 없는 답답한 외형이 지리하게 올라가고 있었던 창작과 비평사의 사옥이 눈에 띄었다.
대체 출판사들은 왜 건물들을 이리도 답답하게 짓는 걸까.
창비 역시 한길사처럼 외벽에 창문 내는 것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었다.
그리고 건물은 매우 지리하게 올라가고 겉부분의 골조는 아직 완성을 기대하기에는 무리였다.
따라서 그들이 말하는 6월 중으로 입주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한 9월 쯤이나 들어올까 하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그런데...들어왔다.
아마도 외장 골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로 그 사이 내부를 매만지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궁금하다.
대체 어떻게 만들어 놨을까?
한길사는 그랬다.
동판으로 외장을 마감해서 금속성의 질감이 그 전체를 육중하게 짓누르는 형국인데,
그 전체 모양새는 E자 모양을 왼쪽으로 뉘어 놓은 것처럼 생겼다.
그래서 그 모습이 매우 기하학적으로 보인다.
건물 설계자의 말에 의하면 그 모양은 책을 형상화 한 것이라고 한다.
매우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디자인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찌보면 꽤 그럴싸하게 보이지만 그것이 갖는 공간의 비효율성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그러나 내부에 들어가 보면 첫 인상과는 많이 다르다.
우선 창문의 적어서 답답하지만 그래서 주는 내부 디자인은 매우 클래식하다.
곳곳의 조명은 그 답답함을 안으로부터의 안락함으로 뒤바꿔 놓았다.
그리고 사무실의 낮은 천정이 더욱 그러한 인상을 짙게 한다.
한마디로 자연채광을 극도로 제한하여 얻은 밀폐감과 아늑함의 조화이다.
한길사가 이러했기에 들판으로부터의 등돌림의 자세를 하고서 산쪽으로 업드려 있는 창비의 모습은 마치 아이 업은 여자가 남편을 뒤로 하고 면벽을 하고 있는 자세였다.
무엇 때문에 저리도 삐짐의 자세를 취했을까.
우선 장마 기간이라서 날씨는 매우 좋았다.
모든 의문을 뒤로 하고 창비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멀리서 보니 우선 평소와는 다르게 건물 주변에 승용차들이 너절하다.
즉 이사를 온 테가 난다는 뜻이다.
가까이 가니 몇몇 아는 인물들이 박스를 들고 왔다갔다 하는데 그 사이를 뚫고 1층 안으로 들어가니 우려했던 답답함이 한꺼번에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그것은 들어가자 마자 왼쪽으로 시원하게 올라 있는 일자형 계단 때문이었다. 이 계단은 자체의 시원함으로 외곽의 답답함을 단칼에 불식 시키는 마력 같은 존재다.
나는 태생적으로 건물의 답답함을 못 견뎌 하는 습성이 있다.
그런데 마치 '종도씨,걱정하지 마.'하는 것 맹키로 안이 너무 밝고 시원한 데 대하여 내가 그만 놀라고 말았다.그리고 좍 트인 내부 공간과 함께 눈에 들어온 심학산의 신록이 확 트인 창문으로 빛나는 햇살은과 함께 쏟아져 들어오는데 이건 정말 감탄 그 자체였고 多彩였다.
적당한 높이의 실내구조. 그리고 그에 걸맞는 공간의 배치는 바깥에서 보여주는 답답함을 한꺼번에 물리쳐 버렸다. 안과 밖이 이렇게도 다를 수도 있구나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우선 아는 사람을 찾으니 낯이 익은 영업부 그 누구(작년 여주 시그림책 워크샾에서 헌신적이었던 젊게 생긴 멋진 사나이)가 나를 맞이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김이구 이사와 강문정 디자이너,킴때이,신수진 여사의 감동스러운 환영인사들이 나를 기쁘게 하였다.
그들은 바빴다.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구석구석에 메어 있음에도 잠깐의 틈을 내어 여기저기를 설명하였는데, 인상 깊은 것은 2층과 3층의 발코니 테라스에 멋지게 깔아 놓은 잔디였다.거기는 휴식 공간인듯 싶었다.
일하면서 누리는 시각적인 휴식이 작업의 질을 향상 시킬 것이다.
피카소의 "나에게 있어 작업은 곧 휴식이다."라는 말이 생각났다.
그리고 좌우에 위치한 시청각실과 자료실,회의실의 위치와 일하는 공간의 배치는 매우 상식적이면서도 적절하여 그 누가 보더라도 쓰는 자에 대한 배려로 인식 되어 시원함을 느끼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이것은 누구의 아이디어일까.
파주 출판단지에 많은 출판사 건물들이 들어찼을 때의 번잡함을 외면하고 안으로 내실을 기하고 싶어서였을까.아니면 선비의 고고함으로 세속의 물결을 그런식으로 조화 시키고 싶은 욕심이었을까.
한길사도 창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거기 창문은 협소한 창문을 자유로 방향으로 옆으로 길게 늘여 놓았다.
그래서 그런지 그 창문으로 보면 자유로와 한강과 멀리 김포까지 한눈에 들어 오는 요새와도 같은 긴장감을 준다. 그것을 한길사의 대표님께서는 방문하는 모든 손님들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는데... 허나 이제 창비의 실속 앞에서 그 한길사의 UFO 같은 자랑스러움은 출판단지의 맨 처음 입주사로서의 의미로만 제한 하여야 할 것 같다.
대충 이렇게 나의 창비 방문록을 정리 하여 보았다.
창비 사람들이 부러웠다.얼마나 일이 잘될 것인가.
그러나 아직 주변 정리가 덜 돼서 근처 식당도 없고 가게도 없다.
그리고 교통도 불편하여 개인 운전자 외에는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떡볶이 가게도 없다.
그래서 언제 그들이 출출할 오후 3~4시경에 떡볶이와 순대를 사 갖고 이 파주 선배로서 그들을 방문하여 아직 외로운 그들의 유배 생활을 위로할 생각이다.
기대하시라.
신수진여사임다. 종도오빠, 고맙습니다. 울 회사 게시판에도 갖다놓을게요. 차가 없는데 저희 회사에 놀러오고 싶다 하는 분은 1) 마두역에서 셔틀버스를 이용한다. (출근시간에 오시면 쫌 그렇구... 오후 두시 10분에 여기 오는 버스가 있습니다.) 2) 그것도 귀찮으면 신수진한테 전화를 해서 전철역으로 나오라고 한다.
첫댓글 음 멀어서 구경 못 갑니다. 귀동냥으로 구경 잘했습니다.
글 한번 규모있게 잘 썼다. 마루.
가봐야겠다. 차 없는 나는 얼마나 걸어야하나. 떡볶이 산 거 다 식고 그나마도 걷다 지친 내 뱃속에 집어넣고 가도 반겨줄라나? 마포 낡은 사무실에서 맺힌 한을 풀려고 그렇게 시원하게 지었나보다.
신수진여사임다. 종도오빠, 고맙습니다. 울 회사 게시판에도 갖다놓을게요. 차가 없는데 저희 회사에 놀러오고 싶다 하는 분은 1) 마두역에서 셔틀버스를 이용한다. (출근시간에 오시면 쫌 그렇구... 오후 두시 10분에 여기 오는 버스가 있습니다.) 2) 그것도 귀찮으면 신수진한테 전화를 해서 전철역으로 나오라고 한다.
언제든지 오시겠다면 의전 나가도록 합지요~
쫑도 흐흐흐 니 내 술주정권 안에 들어와 있다는 거, 주기적으루다가 알게될끼다.
흐흐흐, 이미 소식 들었다.
또치, 오랫만이야. 지면으로는. 원뼉다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