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교사들은 갑질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고소 위협에 시달리고, 명백히 구조적 원인으로 사망한 동료교사 추모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의사표시에 교육부로부터 ‘국가공무원법 제78조 등으로 최대 파면‧해임의 징계, 형법 제123조의 직권남용(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사고발‘한다는 경고에 시달린다.
세월호 사태 때 세월호 계기수업하는 교사들 징계하겠다는 공문을 내려보냈던 교육부다. 하물며 윤석열 정부 하이니 더하면 더했지 덜할 수가 있나.
지난 6차에 이른 교사들의 추모집회는 단순한 애도 자리가 아니었다. 교육이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진 공교육을 살리기 위한 입법, 제도, 정책 요구를 통해 구조 개선 의지를 표명하는 자리였다.
교사들이 제기한 문제를 학부모 몇 명의 갑질을 제어하는 장치 문제로 인식했다면 교육부는 문제 핵심을 비껴간 것이며 명백한 책임 떠넘기기를 하는 것이다.
문제행동 학생 증가, 코로나로 인한 학생들의 심리•정서 불안 심화, 열악한 특수교육 환경 등을 해결할 제도와 정책을 마련하지 않고 교사 혼자 감당하게 방치해 왔던 교육부와 교육청, 학생 수 준다고 교사 수 줄여야 한다는 기재부식 단순 산술논리에 굴복해 교사 수 줄이는 데 나서고 있는 교육부, 교사들이 수업과 생활지도에 써야 할 시간을 공문작성과 보고 업무에 빼앗기게 하는 관료적이며 교사 자율성을 인정않는 교육부•교육청, 학폭 생기부 기재로 학교를 소송전쟁터가 되도록 문을 열어 준 교육부와 국회가 오늘날 교육 불가능 사태의 가장 큰 원인 제공자요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다.
고시문 하나 달랑 던져주고 교육부 역할을 다했다 여기며 교사들을 겁박하는 교육부 태도는 적반하장이다. 교육부는 교사들에게 그동안의 직무유기에 대해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이다. 그리고 정말 교사들의 뜻에 공감한다면 형사고발, 파면•해임 운운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호소문을 통해 교사들에게 다른 방식의 추모와 의사표시를 부탁해야 마땅하다.
게다가 8만 명 가까운 교사들이 추모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일부의 불법적이고 조직적인 집단행동 선동에 현혹”되는 교사들로 교사들을 호명하며 교사들을 갈라치기 하고, 자신의 의사와 판단이 부족한 ‘선동당하는’ 교사로 교사집단을 폄훼하는 일까지 서슴치 않았다. 교육부는 여전히 교사를 자율적 주체이자 교육전문가로 인식하지도, 대우하지도 않는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교사를 이리 보는 교육부가 어린 학생들은 어찌 볼 건지 안 봐도 비디오다. 그러니 학생인권조례 폐지 운운하는 게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교사를 정책 파트너로 보지 않고 관리•통제 대상으로 보는 교육부는 ‘공교육 멈춤의 날’ 하루를 막을 수는 있겠지만, 공교육을 살리려는 교사들의 자발적 열의에 찬물을 끼얹어 사실상 이미 멈춤의 수준에 있는 공교육을 깨어나게 할 기회를 던져버린 셈이다.
덧: 추모집회를 만들고 참여하셨던 선생님들께.
그 어떤 조직도 없이 순수한 자발적 노력으로 6차에 걸쳐 연인원 수 십만 교사들이 한 자리에서 한 목소리로 공교육 회복을 외치고, 동료애를 확인하고, 연대할 수 있도록 했던 과정은 너무 소중하고 아름답고 또한 역사적 의미를 갖는 일이었습니다. 그 일을 해내신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하나의 문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고 또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다만 의견 차이는 차이일 뿐 차이가 상처가 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는 모두가 민주주의를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습니다. 안타깝지만 이것도 우리 교육의 결과입니다. 그래서 저 자신도 때때로 스스로에게서 민주주의 결핍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이번 과정 전체가 우리에게 민주주의를 학습하는 또 다른 과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뜨거운 뙤약볕과 쏟아져 내리는 빗속에서 우리를 연결해 주었던 깊은 신뢰와 연대감을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