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미더덕
요즘 귀해진 해산물이다
예전엔 해물 찜이나 해물 탕에 자주 보이던 그것이
이젠 오만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못생긴 돌덩이 같은 것에게
자리를 내준지 오래이다
참 미더덕은
번데기처럼 작은 것과
이제 막 개구리로 탈바꿈 할 것 같이 퉁퉁한 올챙이
모양으로 큰 것이 있다
작은 것은 톡 깨물었을 때 터져 나오는 향이 적고
큰 것은 꽈리같이 봉긋한 걸 입에 넣고 터트리면
바다 향과 미더덕의 연한 살이 씹혀 향미를 즐길 수 있다
조심할 것은 조금 식혀서 입에 넣어야지
급하게 입에 넣고 툭 터트렸다간 입천장 데일 때가 왕왕 있다
중학생이던 아들이 미더덕에 반한 것은
내가 명태 찜 집을 내고부터다
야들야들한 중 명태의 매운 양념 속에
작고 통통한 미더덕이 굴러다니면
아들은 그것만 골라 먹었다
그 때부터 미더덕에 빠지더니
미더덕 들어간 찜을 좋아해 집에서도 해주고
나가서 사먹기도 하는데
참 미더덕이 사라진 요즘 찜이
어디 찜인가?
귀해진 참 미더덕 대신
질기고 딱딱한 오만둥이 들어간 찜이 못마땅한 아들은
직접 통영에다 미더덕을 시켜 먹기 시작한다.
해마다 더위가 가장 심할 때 한 번 시키고
찬바람이 날 때 한 번 더 시키면 일 년 치다
미더덕 찜은 아들이 제일 잘 먹고
딸은 눈앞에 있으면 서너 젓가락
사위는 아예 거들떠도 아니 보고
나 또한 예전에 질렸는지 별로 손이 안 간다.
해서
일 년에 두 번 공수 해오는 미더덕은
아들이 다 먹는 셈이다
나는 아들이 좋아 하는 미더덕 요리를
예전 찜 식으로 해준다.
먼저 콩나물 살짝 삶아 놓고
미더덕 살짝 쪄 낸 다음
해물 찜 하듯
매운 양념 준비해두고
콩나물과 미나리
청량 고추 대파 적당히 넣어
센 불에 재빨리 볶아 내는 것이다
볶는 중에 전분 물 살짝 끼얹어
한 번 둘러 준 뒤 꺼내 참기름 깨소금 넣어 흔든 다음
접시에 내면 끝이다
투명하도록 통통하게 배를 불린 미더덕이
푸른 야채와 빨간 고춧가루 뒤집어쓴 콩나물에 감겨
넓은 접시에 놓이면 먹지 않아도 입에 침이 고일 정도다
향이 좋아서다,
아들은 밥술을 뜨기도 전에 뜨거운 미더덕 한 알 먼저 입에 물고
터뜨린다. “야! 입 데일라! ”식거든 먹어야지‘
말릴 새가 없다
아들의 숟가락이 바쁘다
밥 위에 양념으로 뒤발을 한 콩나물 미나리를 훌훌 거둬
밥과 비비는 사이에도 미더덕을 입에 넣어 터트린다.
미더덕 찜 하는 날은 다른 찬이 필요 없다
물김치 한 대접 떠 놓고
대야만한 접시에 찜만 수북이 쌓아 주면 된다.
내가 찜 장사도 했지만
미더덕으로 여러 가지 찬을 만드는 이들은
경남 물가 쪽 사람들이 잘한다.
그네들이 요리해 놓은 미더덕 찜은
살짝 데치듯이 해서 내 놓는데
그 안에 미나리와 청량 고추 참기름이 적당히
들어가 싱싱한 향과 어우러진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맛, 바다 냄새
억센 사투리 그녀들
맵고 짭쪼롬한 미더덕 찜 놓고 둘러 앉아
땀 흘리며 먹던 그 시절 그 자리 .... 그 사람들
그쪽 사람들은 심심하게 끓인 된장 속에도 미더덕을 넣어
밥 위에 끼얹어 먹기도 한다.
바다 향 어우러진 된장국 맛,
큰 미더덕은 속을 파내고
작은 것은 그대로 넣어 정구지 지짐을
부치면 그거 또한 막걸리 안주로 그만이다
김해 보신탕집 더부살이 하던 시절
소개소에서 데려온 주양이란 색시는
미더덕을 얼마나 좋아 하는지
가끔 아침 목욕 길에 사들고 오곤 했는데
아침 장사로 바쁜 내가 못 본체 하면
먹고는 싶고 끓이고 볶는 건 엄두가 안나니
그 놈의 것을 생으로 실파 몇 줄기 분질러 넣고
참기름 설탕 고춧가루 넣고 비벼
정지 한쪽에 쪼그려 앉아 먹는다.
먹다가 냉수를 들이부어
물 회처럼 마시기도 하는 걸 보니
전날 밤 마신 술 해장으로 그러했지 싶다
어쨌든 당시 미더덕이라면
모두 참 미더덕이었지
요즘같은
오만둥이의 출현이란 생각도 못했을 때였다
귀한 몸이고 자시고를 떠나
이제 동해안 쪽은 참 미더덕을 볼 수가 없으니
미더덕을 너무나 좋아하는 내 아들은
늘 통영에서 공수해와 어미에게 맡긴다.
내 죽으면
사다 놓아도 먹지 못할 음식들이
어디 한 두 가지랴만
웬만한 건 나가서 사 먹어도 되지만
이런 것은 어디 가서 먹을까
어미 죽고 나면
가끔 눈물 흘릴 때가 있을까만
그건 곁에 없는 어미가 그리워서가 아니라
평소 어미가 해주던 음식이 생각나서 그럴 것이다
죽어서 자식들 기억에 자주 등장하는 영광을 누리려면
해달라는 음식들 귀찮다 여기지 말고 부지런히 성의껏
장만해 줘야 할 것이다
얼마 전
딸애가 조심스레 입을 뗀다.
“엄마” 요즘 게장은 왜 안 해줘?
게장이 먹고 싶다는 말인데
산 게가 귀하다
주문진 수산 시장에 가 봐도
실 하지 않고 빈약한 것들 만 있어 돌아서곤 했다
딸애의 게장 예약을 받아 놓고 보니
그립고 아쉽고 속이 상하다
그 옛날 옆집, 건넛집에서 잡아 오던 작은 빵게들
싸고 흔하고 맛좋던 빵게들 생각하니 ....
빨간 껍질이 보드라운 그것들
한 대야씩 얻어다
간장 부어 일주일지나 꺼내 놓으면
딸은 그 자리서 댓 마리 해치우고
손이 게으른 아들은
딸처럼 많이 못 먹어 쩔쩔 매던 모습
딱지 안에 빨간 알이 소복하던 빵게들
이젠 벌금이 무서워 못 잡고
너무 잡아 씨가 말라 못 잡고
빵게 못 본지 수십 년 된 듯하다.
다음 주 금요일부터 아들 휴가라니
주문진 해서 속초까지 가볼까 싶기도
아이들이 날더러 “엄마 뭘 해줘?
“그 음식이 생각나네, 하면 괜히 설레는 내 마음
기억에 남을 어미의 자화상을 고려해서라도
주문한 음식은 귀찮다 말고 해주려 한다.
늙고 아프면 미각도 잃는다는데
그러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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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으로 경고한데
운선님 닉네임 바로 고쳐놔 ㅎ
미더덕이면 사족 못 쓰는 저입니다
글만 보아도 침이 고이는데
한때 찜을 하는 선수였다 하니 ..
여긴 충청내륙이라 신선한 참미더덕은 보기 힘들지만
아구찜 먹으면 미더덕 듬뿍 넣어주는 집이 있어
가끔 즐기지요
맛깔진 글 잘 보았습니다
요즘 미더덕 산게가 왜 귀한겁니까?
못잡게 하는가요?
나두 미더덕 게장 해치우는 귀신인데
못먹어서 간이 부은것 같아요.
난 이번휴가를 싱싱한 수산물로 1박3식
해준다는 이수도섬으로 예약을 했습니다.
3식구 30만원 얼마나 맛있는 해산물을
줄려는지 기다려집니다.
미더덕을 툭 깨물었을때~~~불거져 나오는 싱그러운 바다내음이 가득합니다
운선님의 맛깔스런글도 좋지만
명태찜 레시피에 눈이 반짝거려요
언제한번 그대로 해봐야겠어요 ㅎ
감사합니다 ♡
아...미더덕과 오만둥이의 차잇점을
오늘 확실히 알았어요.
저도 미더덕 좋아하는데 말이죠.
80년대말에 부산가면 미더덕 된장찌개에
보리밥을 파는 집이 그렇게 많았는데
이젠 없더라구요.
미더덕찜해서 놓고 운선님이랑 막걸리 마시고 싶어요.
미더덕 맛이 상상
됩니다.
아드님 드시고
남으면 좀 주세유.
편안한 하루가 되세요.
마산어시장 직원들 단골횟집에
스키다시로 미더덕회도 주던데
저는 그향이 본 회맛을 버린다고 안 먹었어요
그 미더덕이 운선님 손을 거치니 미쉐린급 요리가 되네요 ㅎ
간장게장 즉석양념게장 마포 진미식당이 최고같아요 ^^
봉봉님~~마포진미 식당 게장 맛이 그리 맛나나요?..
적아야징~
마산 어시장..참 마니 다녔는데...왜냐믄 제 오마니 삶의 현장이였거든요~~^^
@연실
오호
어머님께서 그곳에서
그럼 연실님 엄청 금수저 출신이네요 ㅎ
마산어시장 88횟집이 제가 출장가면 단골집 ㅋ
@봉 봉 금수저는 아니지만 배고픈 적은 없었던듯~ㅎ
오마니 고생하신 생각만 새록새록..
@연실 ㅎㅎ마포 경찰서 맞은편에 있는 진미식당. 부산에서도 아니니 ㅎㅍㅎ
맞아요~운선님 음식보면 부모님 생각 참 많이 나요~
전엔 뭐 먹고 싶을것 있을땐 생각났는데..이젠 부모님 좋아하는 먹거리보면 더 생각나요~~
아 저 보릿 생새우..엄마가 좋아하셨지..멍게 좋아했지..
우리 엄마는 이거 참 좋아 했는데..고등어 신김치 조림.등등
저희 아버지는 피조개를 또 그리 좋아하셔서..
저는 형제들이 다 나이가 많아 부모급이지만..그래도 자식에겐 부모가 제일입니다~
아흑 내가 제일 조아하는 찜.아구찜 해물찜.명태찜.
우악
오도리!!
한번에 백마리 넘게 사서
한아주머니 옆에앉아 쉴세없이 까주면
폭탄주 마셔가며 다 먹었지요 ㅋㅋ
주먹만한 피조개 ...
피가 철철 흐르는 싱싱한 것을 입안 가득 우물우룰
으악
죽음이였죠!!
@봉 봉 저는 아버지 얼굴만 보며 멍하니..ㅋㅋㅋㅋ
오도리를 백마리나~~으악~~!!!!..ㅎㅎㅎ
옆집으로 이사가고 시퍼유~!!!
내륙서 살아도
미더덕은 억시기 좋아하는데
운선님 손은 마법의 손같네요
찌고 양념 휘리릭ㅡ뚝닥
찜이 되어나오니요
찜ㅡ내게는 식당서만 먹는 음식인데ㅠ
잘지내시는듯ㅡ올만이라
더욱 반갑습니다~^^
주말에 동해나 가볼끄나
아들사랑에 푹 빠져서 옆에 남자 생각이나 나긋나? ㅎ
미더덕의 맛 향기 그리고 향수..까지 느끼고 가요..^
글도 잘쓰시면..음식도 엄청
잘하시는듯 합니다
아드님 미더덕 사랑 글속에 고스란히
잘느끼고 갑니다..
찜통 무더위 잘 이겨 내세요..
우와~ 약 찜통에 있던 야구찜
뜨거워 빨리 못머꼬 ㅎㅎㅎ생생하게
미더덕찜 한번도 안먹어 본거 같은데
이 글을 보니 바닷가 가서 혹시 미더덕 찜 이 있으면 꼭 사먹고 싶어 집니다
글맛이
음식먹는것 만큼 먹음직 스럽네요
마더덕찜 군침이 도네요
밥한그릇 뚝딱이죠
음식솜씨 좋은 엄마생각하면 자식들 행복하겠지요 자식사랑이 느껴지네요
미더덕 배가 톡 터지면
향이 멍게향과 비슷하죠
첫애 임신하고 제일 먼저 먹었던
미더덕
저도 엄청 좋아해요
아구찜에 오만동 말구 참미더덕
넣는 식당에 가면 반갑구요
저두 공수해서 운선님 레시피대로 해먹구 싶네요
계속 침이 고이네요
참미더덕 파는집 좀알려주세요
울운선님
글 솜씨 못잖게 음식 솜씨도 수준급
이신가 봅니다.
글을 읽으며 싱그러운 미더덕 향을
느꼈습니다.
저도 간장게장도 좋아합니다.
맛깔스러운 글 추천하고 갑니다. ^^~
이제는 매립으로 도로가 된 마산 오동동 홍콩빠
어시장 근처 미더덕 요리, 특히 찜은 침범불가의
최강요리입지요ㅎ 마산행상길에는 일부러 먹고
오는데 아무래도 운선님 찜보다는 못할 거 같다
는 확신이 듭니다, 참말로예^^
흠마 얼매나 글을 맛깔지게
쓰셧는지? 그 미더덕찜 먹고
싶어유~~ 미더덕 콩나물
알싸 얼큰한데다가 아귀나
복어 넣어면 더 금상첨화일거
같쉼더~~
저도 남이 해준거 먹구
싶네유~ 우리애들 한텐
맨날 사준거밖에 없어설랑
내가 휘리릭 떠나도 금새
잊어뿌고 살겟지요~~
누구의 글이기에 이렇게 추천이 많은가했더니 운선님글..
그저 사람들이 " 운선" 하면 껌뻑들 죽어요.
오랜만에 들어오니 운선님 모습이 보이네요.
내용을보면 뭐, 그저 그런글인데.
그렇다고 남들이 다 엄지척하는데 나라고 안하면 토갱이
돌려받기는 물건너가고,
어여뜬 이 여름 잘넘어가요.
그리고 아프다는 소리는 아직 젊은이가 건방지고.
좌우지간 안녕, " 안녕.~~~.이라고. 뜨겁게 ~~ 뜨겁게 안녕이라고"
내가 카페에 잘 안들어오는 이유 하나.
내가 어쩌다 글을 올리면 눈팅하는 사람도 얼마없고 기껏해야 100 명내외.
그런데 운선님글은 매번 베스트셀라.
기본이 400 에서 언제가 900 명이 넘어가데요.
기가 죽어서 못 들어와요.
또다시 " 안녕~~ 안녕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