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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K그륩꽃미남후계자성은후의마누라공이담을아십니까?●
#03
"흐으흐으윽- 으어어어엉~"
"아, 씨! 야!!!"
가로등만 환하게 길가를 비추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늦은 시각이였죠. 그리고 한 남자의 등에 업힌 채 뭐가 그렇게 서러운지 대성
통곡을 하는 여자도 보입니다. 남자는 업힌 여자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몸을 낮췄다 다시 높였고, 여자는 계속 요란한 울음 소
리를 내며 등에 얼굴을 묻었습니다. 남자는 이미 인내심은 바닥나버린지 오래라는 표정으로 아호- 아호- 만 연발해대고 있었습니
다. 남자는 앞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여자의 입에서 나온 세 남자의 이름에 다시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살짝 위로 젖
혔습니다.
"설휘안………"
"……."
"강……치형………"
"……."
"……성으…ㄴ후……"
한동안 하늘을 보던 남자, 은후는 방향을 조금 틀어 걸었고, 어느 공원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공원 벤치에 업혀있던 여자, 이담
을 살짝 눞혔습니다.
"뭔 여자가 술이 떡이 되도록 마셔갖고. 그리고 형은 왜 나한테 떠넘기는 거냐고, 씨바."
사건은 이러했습니다. 얼떨결에 가게된 단합장소에서 이담은 말릴 세도 없이 술을 퍼부어마셨고, 술에 취해 제대로 서지도 못하
는 상황이 되었는데, 그걸 이담의 오빠 유담은 집주소를 가르쳐주며 이담을 은후에게 덥석 맡겨버린 것 입니다. 은후는 머리를 쓸
어 넘기고 이담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곧 그의 입가에 예쁜 미소가 자리잡혔습니다.
"예쁘다, 공이담."
#
"모른다니까, 정말!!! 걔가 누군데에-!!"
"진짜 모르는 거 확실하지."
"그렇다니까! 아침부터 뭐야?!"
"후우- 학교 가."
"메ㅡ롱이다."
"오늘 마치고 은후가 너희 학교에 갈거야. 먼저 가지 말고 은후랑 같이 가."
"왜!!"
"그리고 당분간은…, 혼자 다니지 마라."
뭐냐고요. 나는 씩씩대며 오빠의 방에서 나왔고 1층으로 내려갔다. 아침부터 오빠는 학교 갈 준비를 하고있는 날 자신의 방으로
데려가더니 대뜸,
"설휘안, 알아?"
라고 물었다. 모른다고 했지만 오빠는 뭔 의심이 그리도 많은지 끝까지 정말 몰라? 진짜 모르는 거 확실해?라며 확인 했고 그 때
문에 상당히 열이 뻗친 상태였다. 그리고 뭐? 당분간 혼자 다니지 마? 학교 마치고 성은후가 우리 학교에 온다고? 미쳤어. 한달
간 사귀어 보기로 한다고 그랬지, 누가 구속당하고 싶다고 했냐고. 엄마가 주는 토스트를 입에 물고 소파에 놔 뒀던 가방을 한쪽
어깨에 매고 집을 나왔다.
"헐."
다 그렇다 치고, 왜 성은후가 우리집 대문 앞에 서 있는 걸까?
"너 왜 여깄어?"
"가자."
"무, 뭐? 어디를!"
"민원고. 가야지."
그래. 가야지- 얼떨결에 녀석의 옆에 서게 된 나. 하지만 넌 윤설공고잖아? 머리가 뒤죽박죽이다. 오빠 말로는 방과 후에 온다고
했는데. 아는 성은후를 힐끔 힐끔 쳐다봤고, 우리 둘 사이에 오가는 말은 없었다. 입에 물려 있던 토스트를 모두 헤치우고 보니 어
느새 민원고 정문. 성은후도 발걸음을 멈추고, 나 또한 발걸음을 멈췄다.
"들어가라."
"야, 성은후."
"왜, 공이담."
"설휘안이라는 사람 알아?"
왜 였을까? 오빠가 내게 물어본 이름을 나는 왜 이 녀석에게 물어본 거지? 분명히 모를게 뻔한데. 하지만 내 예상은 빗나간 듯,
'설휘안'라는 이름이 나오자 녀석의 얼굴이 조금 굳어졌다. 호기심일 발동한 나는 녀석의 옆에 조금 가까이 다가가 누구냐고 물으
려고 했는데, 물어볼 수 없었다.
"야, 너 어디 아파?"
슬프게, 거세게 흔들리는 성은후의 눈동자 때문에. 교복 팔 소매자락을 잡고 묻는 나를 성은후는 한동안 응시하다가 큰 손을 내
머리 위에 올리고 보기좋은 웃음을 픽-하고 지었다.
두근 두근ㅡ
"들어가라."
"어? 어, 어. 아, 성은후!"
"왜?"
"좀 미안한데. 설휘안이 누구야?"
"………나도…… 모르는 사람. 들어가."
모르는 사람인데 뭐 그렇게 반응을 해? 거짓말 되게 못하네. 서둘러 윤설공고로 향하는 녀석의 뒷모습을 계속 보다가 나 또한 정
문을 통과하고 반으로 들어갔다. 예른이가 싱글벙글 웃으며 날 반겼고, 나는 뭐가 그렇게 좋으냐고 물었다. 그러자 예른이는 나
에게 찰싹 달라 붙으며 소리를 질러댔다. 교실이 떠나가겠다, 얘야.
"어제 지운이가 집에 데려다 주는데 갑자기 기습키스를 하는거 있지!!!!!! 진짜, 예술이더라~ 아- 부끄러워!!"
그것 때문이였구나. 키스라- 어떤 느낌일까. 가방을 내려놓고 예른이의 말을 들어주고 있었지만 내 머리속은 온통 '성은후' 이 세
글자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아까의 그 두근거림은 뭐지? 그리고 설휘안은 누구야?
"……아! 얘봐라? 내 말 듣고 있는거야?"
"아- 미안. 딴 생각 좀 하느라."
"이봐, 친구. 어제 어디까지 갔어. 네 오빠가 일부러 자리도 비켜 준 것 같은데."
"어디까지 가긴, 뭘 어디까지 가. 일어나 보니까 집이던데."
"하긴, 어제 완전 취해있었으니까 뭔 일이 있더라도 너는 모르겠네~"
또 예른이는 쫑알쫑알 이야기 보따리를 늘어놓기 시작했고, 나는 턱을 괸 채로 창밖을 봤다. 구름도 별로 없이 맑은 하늘이였다.
"어?"
"왜? 뭐 있어?"
예른이가 창문쪽으로 얼굴을 쑥- 내밀었다. 교문에 서 있는 저 둘, 분명히 강치형과 그 여자애. 새로운 여자친구가 우리 학교 였
나? 싸우고 있는 듯 했다. 시력은 양 쪽 다 좋은 편이기 때문에 자세히 보였다. 손짓까지 하며 뭐라고 소리 치고 있는 여자와 미간
을 찌푸리며 그냥 서 있는 강치형. 어제는 그렇게 사이가 좋아보이더니.
"아, 참!! 오늘 마치고 지운이가 학교로 오겠대~"
"나도 오빠한테 들었어. 성은후도 온다더라."
"우리 학교 난리 나겠구나."
"뭐? 어째서?"
"성은후가 오잖아. 성은후 JK그륩 후계자인 거 몰랐어? 외모 되지, 집안 되지……. 캬- 너 이 번에
거물 하나 잡은거야, 기집애."
내가 너에게 해 주고 싶었던 말이구나. 하하하- JK그륩이라면 아시아에서 1,2위를 다투는 그 거대한 기업? 대단한 놈 이였잖아?
예른이 말대로 거물을 잡은 건지도. 4교시 내내 잠만 잤다. 피곤한 일도 없었는데 말이다. 점심시간에 예른이가 깨워서 일어난 나
는 예른이와 얼른 밥을 먹고 반으로 돌아와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 때 였다. 붉어진 얼굴로 내게 다가온 사람이 예른
이를 옆으로 밀치고 내 뺨을 때려버린 것은. 짜아악- 하는 소음과 내 고개가 돌아갔고, 예른이는 의자에서 떨어져 엉덩방아를 찧
어 아프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을 째려 봤다. 반에 있던 몇몇 학생이 흥미롭다는 듯 구경까지 한다.
"너, 모델인지 뭔지 한다고 니가 잘난 줄 아나 본데!!!! 끝난 사이면 더이상 치형이한테 알랑거리지 마!!!"
이건 또 무슨 소리. 그렇다. 이 여자는 강치형의 여자친구. 나 대신 'Only'에 저장되어 있던 '최현이'.
"야, 이 미친게 어딜 와서 행패야!!!!!"
"제 3자는 좀 빠지지?"
"제 3자였던 나를 밀친 건 너고, 내가 화날 이유는 충분하니까 너랑 내 사이에 제 3자는 없다고 보거든?!!!
씹빠빠년이 도중에 채간게 누군데 지랄이야, 지랄이!!!"
성격 나오는구나, 예른아. 한동안 많이 죽었다 했더니. 아무말도 못하고 서 있는 최현이라는 여자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자리에
서 일어난 나는 드르륵- 소리에 날 본 최현이의 뺨을 그대로 때려버렸다.
"하-!! 너 지금 나 때렸니?!"
"그럼 넌 지금 나 때렸냐?"
"…어이가 없어서! 너 이제 강치형이랑 끝났다매!? 근데 왜 꼬리를 흔들어?!"
"너 5분만 닥치고 기다려 봐라."
이예른 성질 건든 동시에 내 성질을 건들여 버린 너는, 오늘 죽도록 후회할거다. 나는 가방을 뒤적이다 고무줄 하나를 꺼내 몇달
전 모델 촬영으로 인해 붙였던 머리를 하나로 묶고 다시 최현이를 봤다. 이게 어디서 잘한 게 있다고 눈을 야려, 야리긴.
쿠당탕-
"꺅-!!!!"
어느새 옆 반 아이들까지 몰려든 우리 반. 최현이는 바닥에 뒹굴며 고통을 호소 하고 있었고, 나는 무표정을 일관하며 최현이를
쳐다 봤다.
"입도 삐뚠게 말도 더럽게 삐뚤다? 너 머리에 이상있냐? 이거야?"
관자놀이 쪽에다가 손가락 하나를 대고 빙빙 돌렸다. 정확히 복부를 걷어차인 최현이는 눈물을 흘리며 힘겹게 날 봤다. 공이담 무
서운지 모르고 개기면 재미없지. 그래도 내가 공유담 동생이고, 공서담[아버지] 딸인데. 예른이는 오랜만에 본 내 성격에[강치형
을 만나며 잠시 접었던 싸움과 술과 담배.]입꼬리를 올리며 팔짱을 끼고 날 보고 있었다. 실컷 구경해라, 예른아. 언제 볼 지 모르
는 퍼포먼스다.
"강치형은 원래 나랑 사귀고 있었다. 근데 강치형이 너랑 바람이 났다. 그래서 나는 강치형이랑 끝났다.
그리고 헤어진 뒤 어제 처음으로 강치형을 봤고 그 뒤로는 전혀 강치형을 본 적이 없다.
근데 내가 강치형한테 꼬리칠 시간이 있겠냐, 없겠냐. 게다가 먼저 꼬리친 건 너지."
"으윽……,"
"대가리는 폼으로 있냐? 어?"
약 10분동안 최현이를 때렸던 걸로 기억한다. 최현이는 만신창이가 되어 교실을 나갔고, 예른이는 최현이의 뒷모습을 보며 메롱
을 날려줬다. 엉망진창인 기분으로 나머지 수업은 모두 띵구고 옥상에 있었다. 하지만 7교시가 끝나고 종례를 하기 전, 옥상까지
모두 들리는 방송으로 인해 나는 학생부로 갈 수 밖에 없었다. 최현이가 또 꼬발랐겠지. 때려주세요ㅡ하고 반으로 찾아와 뺨을 후
갈긴게 누군데. 같이 가 주겠다는 예른이의 말에 괜찮다고 웃어보이며 학생부로 간 나는 무시무시한 얼굴의 학생주임과 처음 보
는 중년의 부부를 마주해야 했다.
"공이담!!! 한동안 잠잠했으면서 왜 또 이런 사고를 쳐, 그것도 학교에서!!!!! 최현이학생같은 약한 학생을 얼마나 때렸으면
걷다가 쓰러져 병원에 입원을 해!!"
호오- 입원까지 했습니까? 바라던 바군요.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고, 중년의 부부를 바라봤다. 최현이의 부모님인가? 어
이가 없고 기가 차는 표정을 하고 날 보는 최현이의 부모님에게 나는 꼬박꼬박 말했다.
"최현이가 내 남자를 뺐아갔습니다."
"무, 뭐야?! 이 학생이 지금 미안하다는 말은 못할 망정!!!"
"공이담, 이리 안 와?!"
"그리고 오늘 와서 저에게 뭐라고 하셨는 줄 압니까?"
"공이담!"
"'내 남자에게 꼬리치지마!!!'라더군요."
"현이는 그럴 애가 아니야!"
"처음으로 부모님도 때리지 않았던 얼굴을, 최현이가 때렸습니다. 나는 그걸 되갚아 준 것 뿐이예요."
그럴 애가 아니긴 뭐가 아니야. 생긴거랑 다르게 성격은 최.저더구만. 최현이의 아빠는 뒷목을 잡으셨고, 최현이의 엄마는 학주
를 부르며,
"저흰 이만 현이에게 가봐야겠습니다. 선생님이 잘 처.리 해 주십시요."
라고 남자를 데리고 학생부를 나갔다. 할 말 없으니까 내빼는 뒷모습을 좀 봐라. 최현이랑 쏙- 빼닮았네. 두 사람이 학생부를 완
전히 나가고 학주는 손에 들었던 몽둥이를 들었다.
#20분뒤.
"이담아, 안 오고 뭐ㅎ……공이담!!!!!"
"하아- 하아……."
"!!?!!?!!"
몇분이 지나도 오지 않는 이담이 걱정되어 예른이는 학생부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학생부 안의 꼴을 본 예른이는 놀라며 학생부
안으로 들어왔죠. 머리는 산발에, 한쪽 뺨은 부을대로 부어있고, 제일 중요한 건 학주가 더러운 눈을 하고 이담을 깔고 그 위에 있
었다는 것과 이담의 교복 와이셔츠 단추가 서네개 풀어져 있었다는 것.
"씨발, 미친놈아!!!!!!!!!"
#04
예른이가 학주에게 온갖 욕을 퍼부으며 학주를 옆으로 밀었습니다. 학주는 바닥에 나뒹굴었고, 숨을 몰아쉬고 있는 이담은 몸을
일으켜 예른이의 품에 안겼습니다. 학주에게 뭐라고 쏘아붙이려 할 때, 이담의 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습니다. 예
른은 팔을 뻗어 이담의 핸드폰을 꺼내 대신 받았죠.
"여보세……"
[씨발, 더워 뒤지겠구만 안 나와?!]
"아! 성은후!"
[너 누구냐.]
"나 예른이. 지운이 여자친구. 미안한데 우리학교 좀 들어와서 4층 학생부로 빨리 와 줘."
[공이담은?]
"그러니까 빨리 와 달라구."
뚜- 뚜-
일방적으로 전화가 끊겼고, 몇분뒤 쿵쾅쿵쾅하는 소리와 함께 몇 몇 여자들의 함성소리가 들렸습니다. 아, 왔구나. 예른이 학생
부 문을 보고 있었고, 5명의 훤칠한 남정네들이 모습을 들어냈습니다.
"어떻게 된거야, 예른아!"
"그게- 아, 일단 이담이 좀…."
이담을 은후의 품으로 넘겨주고 은후는 이담을 일명 '공주님 안기'로 안은 뒤 학생부를 나왔습니다. 뒤를 따라 예른과 나머지 4명
도 나왔죠.
"어머! 저거 이담선배 아니야?!"
"맞네, 맞아!! 둘이 사귀는거야? 잘 어울린다!!"
웅성거림에 은후가 인상을 찌푸리며 학교를 나왔습니다. 은후는 먼저 간다는 말을 한 뒤 이담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
"이게 어떻게 된거야!!!"
"공이담 방 어디예요?"
집에 먼저 도착해 있던 유담은 이담의 모습에 놀라며 은후를 다그쳤습니다. 다행히 집에는 유담밖에 없었고, 은후의 물음에 유담
은 이담의 방을 가리키며 저기라고 말했습니다. 은후는 그 방으로 들어가 이담을 눕히고 다시 거실로 나왔습니다.
"저도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어요. 이예른한테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요."
"예른이?"
"학생부실에 같이 있었거든요."
"후- 그럼 만나면 좀 물어 봐라. 고맙다."
"별 말씀을요. 가보겠습니다."
은후가 인사를 하고 집에서 나갔습니다. 유담은 한숨을 쉬고 이담의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
"깼네?"
오빠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며 내게 말했다. 사실은 처음부터 깨어 있었다. 자는 척 한 것 뿐이지. 침대 모서리에 걸터 앉는 오빠가
내게 물었다.
"꼴이 이게 뭐냐."
"……강치형 여자친구가 점심시간에 우리반에 와서 날 때렸어. 그래서 내가 더 많이 때려서 입원시켰어."
"강치형 여자친구가?"
"근데 그것 때문에 학주가 불렀어. 최현이 부모님이랑 실랑이를 벌이다가 최현이 부모님이 나가고, 학주가 막 때리는거야."
"……그래서."
"가만히 있었는데, 갑자기 덮쳤어."
오빠의 표정이 들어나게 굳었다. 사실이였다. 몇분동안 날 때리던 학주가 달려들었다. 와이셔츠 단추를 풀고 음흉한 눈을 하고서
입을……, 그 더러운 입을…
"뽀뽀까지 했어, 씨발……. 아, 얘기 하기 싫어. 샤워할래, 더러워."
주먹을 부들부들 떠는 오빠를 뒤로하고 욕실로 들어왔다.
'성은후'
"……왜 그 새끼가 떠오르는 거냐고."
볼을 딱-딱 쳤다. 아, 생각보다 많이 부었네. 하필이면 최현이가 때린 곳과 같은 곳을 강타하다니. 학주, 너는 내일 학교에서 쫓
겨 날거다. 괜히 웃음이 새어나왔다. 절대, 절대 성은후의 생각이 떠올라서 웃음이 나온건 결코 아니다.
다음날 내 예상대로 학교는 발칵 뒤집혔다. 교무실에서는 날 불렀고, 학주는 교장선생님과 여러 선생님 앞에서 개쪽을 당하고 있
었으며, 그 중심에는 우리 엄마와 아빠가 계셨다. 아마 어제 오빠가 다 말한 듯 했다.
"이게 말이 됩니까! 학교에서, 선생님이 학생을 희롱하다뇨!"
"죄송합니다, 드릴 말씀이 없네요. 공회장님, 일단 진정 하시고……. 오- 왔는가, 이담 학생."
"엄마, 아빠."
"저희 딸에게 사과 하시지요, 학생주이… 아니- '김 문 식'씨."
"미안……하다."
"……미안하면 우리 학교에서 나가시지요. '썩어빠진'학생주임 선생님."
내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학주는 얼굴이 싹 굳으며 어찌할바를 모르고 있었고, 교장선생님 또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으며,
아빠와 엄마는 날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셨다. 곧 빙긋 웃으셨지만. 욕을 얻어먹을 대로 얻어먹은 학주는 학교에서 쫓겨나듯
나갔고, 아빠는 일 때문에 가봐야 한다며 회사로 갔다. 엄마는 나에게 걱정스러운 말들을 잔뜩 늘어놓고 차를 타고 집으로 갔다.
반으로 돌아간 내게 예른이는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물었다.
"짤렸지, 뭐."
"푸하하! 꼴 조오-타!"
그동안 학주에게 쌓인게 많았구나, 얘야. 1교시 수업은 자율학습이였다. 학주 일로 회의가 있다나, 뭐라나. 이름만 자율학습이였
지, 분위기는 아주 자유시간이다, 자유시간. 이리 날라다니고 저리 날라다니고.
"공이담!!"
이 익숙하지도, 낯설지도 않은 목소리는, 설마-
"서, 성은후?"
윤설공고인 니가 어째서 민원고에 있는 것이니, 어째서? 나는 얼빠진 얼굴로 성은후를 봤고, 예른이는 한지운이 있나 없나 고개
를 빼서 확인하다 한지운이 없는 걸 보고 한숨을 쉬었다. 사랑에 눈 먼 여자 같으니라고. 성은후의 등장으로 조용해져버린 우리
반. 성은후는 반으로 들어와 내 손목을 잡아채고 반을 빠져나와 학교 운동장으로 나왔다. 난 보았다, 보았어. 우리반 애들이 창문
이라는 창문은 다 열고 운동장으로 고개를 내밀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야, 야! 잠깐만-!!"
"……."
"뭐, 왜 이러는데? 너 학교는?"
"야. 너 늙은이랑 입술 박았다매."
헐, 니가 어떻게 그 사실을. 얼굴이 화끈 거렸다. 오빠가 퍼뜨렸군! 아, 수치스러워 할거야.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성은후가 내
턱을 잡고 고개를 다시 돌렸다. 성은후의 얼굴이 장난 아니였다. 사람의 얼굴이야? 아주 염라대왕 삐까뜨네.
"야, 야-"
"씨발……."
"아 씨! 왜 다짜고짜 끌고 나와서 욕이ㅇ……우으우웁!!!"
오, 마이 갓. 하늘이시여, 주여, 알라신이여, 부처여, 모든 신이여, 그렇게 제가 싫었습니까? 예? 싫으면 말로 하자고요, 말로.
왜 성은후라는 신의 마수를 저에게 보내시어 이런 어이없는 상황을 연출해 내시는 겁니까.
"오오오오오~~~"
위에서 들려오는 함성소리와 입 안을 침범해오는 이 물컹한 물체. 키스 하나 끝발나게 잘하는 새끼.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는 성은
후의 키스에 정신이 혼미해지고, 다리에 힘이 풀린다. 주저 앉으면 키스도 끝나겠지- 하는 생각에 주저앉으려던 나를, 성은후는
내 생각을 읽은 것 마냥 허리를 잡고 더 끌어안으며 농도짙은 키스를 이어갔다. 18살, 이 어린나이에 순결을 잃다니.
"흣……-"
무, 뭐냐. 저 소리는!!!!! 성은후가 입술을 떼며 자신의 얼굴을 내 귓가에 갖다 대며 작게 소근거렸다.
"느끼냐? 소독이야. 어때, 내가 늙은이보다 잘하지."
이, 이, 이 자식이! 가까이 있는 성은후의 가슴팍을 세게 밀었고, 성은후는 의외로 쉽게 밀려났다. 씨익, 씨익 거리며 성은후를 째
려보는 나는 조금의 생명에 위협을 느꼈다. 저 멀리서 눈에 불을 키고 달려오는 선생님들을 보라. 잡히면 아주 죽을 분위기다. 안
그래도 어제 학주에게 불나게 맞았는데 또 맞으면 난 병원에 실려가고 말거야. 나는 성은후의 손목을 잡았고, 교문쪽으로 달릴 태
세를 취했다. 하지만 그것도 못했다. 운동장으로, 아니 정확히 말해서 나와 성은후 쪽으로 다가오는 강치형이 있었으니까. 저건
또 왜 왔다니, 정말.
"아, 씨! 너는 괜히 와가지고 사람을 혼란하게 만드냐."
"좋았으면서 뭘 튕겨?"
"미안한데 공이담. 얘기 좀 하자."
선생님들보다 먼저 우리에게 다가선 강치형의 말이였다. 성은후는 내 앞을 가로막았고[아마도 유담오빠가 강치형이 날 놔두고 바
람 피다가 나에게 헤어지자고 말한 사실을 성은후에게 말한 듯 했다.], 강치형은 성은후에게 작게 인사를 했다. 호오라- 강치형,
너 성은후 똘마니였지, 참.
"니가 얘한테는 무슨 볼 일이 있어서 얘기하자고 불러내냐."
"따로 할 얘기 있으니 눈치껏 자리 좀 비켜주시지."
"눈치코치 없는 건 강치형, 니 쪽 아닌가?"
"…………."
"공이담은 내 마누라야. 어느 눈치 있는 남자가 주인 있는 여자를 그것도 주인이 옆에 있는데 불러내?"
"……그럼 이 자리에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내 여자 건들이지마."
하하하- 강치형, 갈 때 까지 가는구나. 강치형의 말에 내 표정은 물론 성은후의 표정까지 굳어졌다. 뛰어오던 선생님들은 이상한
낌새를 느낀건지 어쩐건지 조금 느리게 걸어오고 있었다.
"강치형. 나 지금 너한테 존나 고마운 거 알아?"
"내 말에 알았다고 말만 해. 내 여자 건들이지 마."
"오늘 나 만나러 와서 눈물나게 고맙다. 남았던 미련, 싹 사라졌어."
"공이담."
"더러운 입에 내 이름 담지 마라. 그리고 니 여자, 최현이?"
"그래."
"그 년 한테 가서 전해."
"함부로 말하지도마."
"뭣도 안되는 게 꼴깝 떨지 말라고."
"……."
"니 남자 딴 년한테 뺏기기 싫으면 간수나 잘하라고."
강치형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참, 어이가 없어서. 최현이, 그깟 년 때문에 내가 학주한테 더러운 치욕 당하고, 쳐맞고, 성
은후한테 키스까지 당하고, 강치형한테는 충고까지 얻어먹고. 참 대단하다, 최현이?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지 여자를 건들이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서서 멀어져가는 강치형에게 나는 크게 소리쳤다.
"이제 너한테 미련 없어!!!!!!!!! 이젠 성은후가 내 옆에 있으니까! 나는 얘랑 잘 살테니까 너는 최현이랑 잘 살아봐!!!!"
속이 다 시원했다. 시원한데……. 그런데 왜 눈물이……나는 거야.
"흐흑- 흡, 윽……"
운동장에 쪼그려 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고, 선생님들은 갑작스런 내 눈물에 놀라며 돌아간 듯
했다. 발걸음 소리가 멀어져 갔으니까.
"흑, 흐어어어엉ㅡ"
"울어라, 울어. 실컷 울어."
성은후의 듣기좋은 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큰 팔이 내 어깨를 감싸는 느낌과 함께 나는 성은후의 품 속으로 들어갔고, 한참이
나 운동장에 앉아 처음으로 성은후의 품에서 울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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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봐라. 아주 팅-팅 부어가지고."
"그만해라?"
"목소리 봐, 마귀할멈이다."
"성은후, 그만하라니까?"
"진짜 서럽게 울더라? 후어어어엉~ 푸하하!"
성은후 저 악마의 아들! 다 울고 교실로 돌아가지 않고 시내로 나온 나에게 성은후는 이런저런 악담을 퍼부어 댔다. 얼굴에 열이
나는 느낌이다. 까페 안이라 무척 시원한데 유독 얼굴에 열이 나는 이유는 그만큼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다는 소리지. 성은후, 오
냐. 계속 해 봐라, 계속! 내 앞에 놓여있는 키위쥬스를 한모금 마시며 성은후를 째려보자 그제서야 성은후는 하하하- 웃으며 놀리
는 걸 그만뒀다. 녀석 또한 키위쥬스를 벌컥벌컥 들이마시고 진지한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
"야, 너 아까 강치형한테 말했지."
"뭘!"
"내 옆에 성은후가 있으니까 나는 얘랑 잘 살테니까 너는 걔랑 잘 살아라."
"내, 내가 언제!"
발뺌이 최고의 방법이다. 나는 모르는 척 잡아뗐지만 성은후가 어디 모른 척 넘어갈 사람인가. 그렇게 생각 했다면 크나큰 오산이
지. 성은후는 맞지, 맞지 거리며 결국 내게 '아, 그래! 했다고, 했어!!!'라는 대답을 받고야 말았다.
"피식-"
어? 웃었다. 저렇게 예쁘게도 웃는구나.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뛴다. 느리게, 느리게 뛰었던 심장이 빠르게 뜀박질 한다. 예전 강치형을 만났을 때와 같이……빠르게, 불규칙하게.
"자, 손."
개구지게 웃으며 손을 달라는 성은후. 완전 얼음왕자라고만 들었는데, 이제보니까 그것도 아니잖아? 나는 뻘쭘하게 서 있다가 왼
손을 녀석의 손 위로 덮었고, 우리 둘은 손을 꽉- 잡고 까페를 나왔다. 아- 덥다.
"할 거 없으면 서점 가자. 보고 싶은 게 있어서."
내 말에 성은후는 그러자며 가까운 서점으로 향했다. 서점 역시 시원했다. 나는 잡지책이 있는 쪽을 둘러보다 '타이밍'이라고 쓰인
잡지책을 들어 펴 봤다. 타이밍에는 내가 실리기도 한 잡지이기 때문에 매달 회사에서 받긴 하지만 그건 오빠가 자랑을 한다느니
어쩌느니 하면서 자기 껄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에 나는 잘 보지 못한다. 내 옆에 있던 성은후가 그게 뭐냐고 물었다. 맙소사, 타이
밍을 몰라?
"요즘 제일 인기있는 10대를 위한 잡지. 이거 봐 봐."
자랑이나 할까 해서 내가 나오는 페이지를 펴 녀석에게 보여주자 녀석은 씨익 웃으며,
"조명빨. 사진빨. 화장빨. 머리빨. 옷빨."
란다. 후우- 참자, 참아야 하느니라. 나는 애써 웃으며 책을 덮고 표지를 성은후에게 보여줬다. 표지에 내가 나와 있는 건 아니였
다. 표지에는 내가 제일 존경하는 선배님이 나와 있었다.
"이쁘지? 나보다 훨-씬 선배셔. 내 우상이야. 이 선배는 조명빨, 사진빨, 화장빨, 머리빨, 옷빨 다 안 받고 찍으셔도 이쁘셔."
내 말에 성은후는 내 손에 들렸던 책을 채가며 있던 자리에 놔두고 서점을 나오며 말했다.
"그래도 니가 더 예쁘다."
# # #
안녕하세요! 폭탄 빠빵-
이번 소설은 빠르게 확 완결 내 버리고 싶어서요~
원래는 3편을 올리려고 했는데 분량이 너무 많은 거 있죠?
하하- 그래서 2편만 올려요. 재미있게 보시구요.
굿굿굿-바이~
[은후의 성격이 변해가고 있어요 쓰읍...]
From.*여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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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진짜 잼있어!!!!
넘 재밌어요.ㅎㅎㅎ
니가 더이쁘데 ㅎㅎ 완전 잼써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