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 강좌 수강을 마치다
십이월은 일요일로 시작해 첫째 주를 보낸 토요일이다. 나라 안에 혼란스러운 일로 어수선해도 그쪽으로는 조금도 관심이 가지 않는다. 전날 오후 동네 치과 예정해두었었던 임플란트 수술에서 부실한 잇몸에다 인공 뼈를 덧붙여 신경 쓰인다. 밤새 수술 부위 지혈은 되었으나 윗니 어금니 부분이라 코의 비강으로 연결되어 당분간 불편을 참아내야 하고 추후 진료를 예약해 놓았다.
날이 밝아오는 새벽 여느 날과 다름없이 생활 속 남기는 글과 시조 가락을 엮었다. 발품 팔아 나선 사진을 곁들이는데 도심에서 창원천으로 나가서 본 초겨울 풍경을 남겨 다시 글로 구성했다. 봉암갯벌까지 둘러오면서 창원공단 배후 도로 가로수로 나목이 되어가는 벚나무와 은행도 빠질 리 없었다. 고목 벚나무로 엮은 시조는 아침에 지기들에게 실시간이다시피 사진과 같이 전했다.
이번 토요일이 여섯 번째로 창원시농업기술센터에서 개설한 농촌 지역 목공 강좌 마지막 수업이 있는 날이다. 잠을 자던 밤중 전날 수술받은 입안 윗잇몸이 코와 연결된 비강에서 피가 멎지 않아 걱정스러워도 치과로 가지 않고 목공 수업에 참여하러 길을 나섰다. 창원역으로 나가 1번 마을버스를 탔더니 평일은 입석으로 혼잡했는데 주말은 승객이 확연히 줄어 고작 세 명이었다.
버스가 한산해 가술로 다던 도중 어제 아침나절 다녀온 창원천 천변 은행나무 낙엽으로 시조를 한 수 다듬어 놓았다. “봉암벌 가까워진 창원천 천변 하류 / 고속철 객차 공장 한갓진 배후 도로 / 산책객 드물지라도 쉼터 의지 놓였다 // 여름이 더워선지 가을은 더디게 가 / 줄지은 가로수는 뒤늦게 물이 들어 / 샛노란 은행 단풍잎 바탕으로 깔렸다” ‘단풍 배경 의자’ 전문이다.
버스가 가술에 닿아 문화나눔센터를 찾아 목공 강의실로 들었다. 주최 측에서 마련해 둔 출석부에 등록 사인은 제일 먼저 마쳤다. 잠시 뒤 그간 얼굴이 익혀진 한 수강 동료가 나타났는데 손에 붕대를 감고 있어 궁금해 여쭈니 트랙터를 조작하다 손가락이 끼어 한 마디 잘려 병원 입원 치료 중 잠시 외출해 나왔다고 했다. 칠순 노인이나 주부들도 섞었으나 중년 현역 농부도 있었다.
은퇴 후 산청에 살면서 사회적 협동기업을 창업한 강사는 보조 강사 세 분과 같이 나타나 수업 재료들을 펼쳤다. 수강생도 속속 입실해 지난주 10평 농막 모형 집과 도마를 꺼내 9시에 강의가 시작되었다. 강의 앞부분 인성교육을 실시하는 강사는 영장류를 연구하는 학자의 영상을 잠시 비쳤다. 우리에 가둔 두 마리 원숭이에게 같은 먹이를 주다 차별을 두니 화를 낸 장면이었다.
강사는 앞서 제시한 영상에서 평등과 불평등을 개념을 설명하면서 같은 영장류인 인간에게 평등의 가치는 더 존중받아야 한다고 했다. 신분은 사회주의 경제의 생산과 분배와 다르게 접근했다. 그는 삼일운동 이후 진주에서 최초 조직된 백정의 ‘형평사’ 운동을 예로 들었다. 당시 오랜 관습으로 신분을 천대시 받던 ‘도한’이 일부 양반 식자층과 합류 조직해 전국으로 퍼진 결사체다.
강사는 수강생들에게 인류에서 불평등을 넘어 우리 사는 세상이 형평에 방점을 두었다. 본 수업에서 교재에 수록된 건축에 대한 이해를 돕는 몇 가지를 화면으로 띄워 소개받은 뒤 실기 수업이 따랐다. 앞서 제작해 둔 농막에 설치할 전구를 받아 건전지를 끼우니 알록달록한 조명이 들어와 아름다웠다. 이어 여성 강사 둘이 도마에 바탕 그림에 문양을 새기는 작업을 지도해 주었다.
지난 시간에 나는 넝쿨로 나간 호박덩이를 그려 놓았는데 우드 버딩기로 윤곽선을 먼저 새겼다. 이후 빛의 방향을 고려한 음영을 스케치하듯 해두고 ‘여산(余山)’ 서명도 음각으로 남겼다. 목공 강좌 마지막 수업이라 강사의 강의 평가의 수강생 소감 발표도 있을 텐데 도중에 개인 용무로 나와 아쉬웠다. 전날 치료받은 잇몸과 임플란트 수술 부위 점검으로 서둘러 동네 치과로 갔다. 24.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