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준박사 아주경제신문 논설주간 ] "북한. 러시아. 중국의 '스트롱맨' 시대 대처법"
중국에서 제일 북쪽에 있는 도시는 헤이허 (黑河) 남쪽 강변 도시다. 헤이롱장 (黑龍江) 건너편 러시아에는 블라고베센스크라는항구도시가 있다. 헤이롱장을 러시아인들은 아무르강이라고 부른다. 헤이허와 블라고베셴스크라는 항구도시가 있다. 헤이롱장을 러시아인들은 아무르강이라고 부른다. 헤이허와 블라고베셴스크 사이에는 국경무역이 활발하다. 여름은 물론 영하 30도가 넘는 추위가 이어지는 한겨울에도 얼어붙은 헤이롱장 위로 트럭이 오간다.
헤이허시 동쪽 외곽에 가면 쿠이싱거 (魁星閣)라는 누각이 하나 서 있다. '쿠이싱'은 북두칠성의 자루에 해당하는 4개의 별을 가리키는 말이다. 34년 전인 1990년 12월 중국과 러시아 국경지대을 둘러보러 갔다가 쿠이싱거에 올라가 본 일이 있다. 쿠이싱거에는 변발을 한 청동 역사 (力士)가 울퉁불퉁한 근육을 자랑하고 있다. 부릅뜬 눈은 헤이롱장 건너 러시아 땅을 쳐다보고 있다.
1900년 8월 3일 제정러시아 군대가 헤이허시를 공격해 왔으나 헤이허사람들이 목숨을 건 희생정신으로 싸워 격퇴한 역사적 사실을 기념하기 위해 청나라가 세운 누각이 쿠이싱거다. 헤이허 중국인들은 "우리와 러시아는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싸워 왔다"고 말한다. 헤이허 부근을 흐르는 헤이롱장의 삼각주들은 홍수로 범람하면 지형이 바뀌기 때문에 늘 국경선을 긋는 문제로 대립해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쿠이싱거의 청동 역사가 한쪽 주먹을 움켜쥔 채 강 너머를 응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근세사는 화해와 충돌을 번갈아 기록하고 있다. 1917년 레닌이 볼세비키 혁명에 성공해 공산주의 소련 (USSR) 정부를 수립하자 중국공산당 지도자들은 "소련의 오늘이 중곡의 내일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1949년 10월 1일 현재의 중화인민공호국 정부를 수립한 중국공산당은 소련을 교과서로 삼아 계획경제 체제를 만든다. 그러나 1969년 3월 2일 헤이룽장의 지류에 있는삼각주 전바오다오 (珍寶島. 러시아명 다만스키)에서 중국군과 소련군 사이에 무력충돌이 벌어져 세계를 놀라게 했다.
중국공산당과 소련공산당 사이에 영구혁명론과 평화공존론을 놓고 빚어졌던 이념 분쟁이 무력충돌로 현실화된 것이었다. 중국과 러시아는 현재 양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소련공산당은 1990년 붕괴하고, 중국공산당은 미국의 시장경제를 교과서로 하는 개혁. 개방 (Reform and Openning) (글라스노스트.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을 선택한다. 세상은 미국 중심의 일극 (一極) 체제로 굳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1999년 러시아 정권을 잡은 1952년생 블라디미르 푸틴은 현재까지 25년동안 대통령과 총리를 번갈아 하면서 1인 통채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에서도 2012년 중국공산당 총서기에 선출된 1953년생 시진핑 (習近平)이 12년 넘게 권력을 쥐고 있다.
푸틴과 시진핑은 2012년 4월 아버지 김정일로부터 조선노동당 제1비서 자리를 물려받은 김장은과 함께 북한, 중국,러시아에 스트롱맨 시대를 형성했다. 미국식 민주주의에 반대하는 3개의 전제주의국가군을 유라시아 동쪽에 만들어 놓았다. 이런 형세를 놓고 1990년 사회주의 공산주의 체제 붕괴 이전과 비교해 '신냉전 (New Cold War)' 시대라고 부르는 국제정치학자들도있다. 그러나 1990년 이전 세게의 절반이 사회주의권이고 절반은 자유민주주의 그룹이던 때와는 형세가 다르다는 점에서 '가짜 냉전 (Pseudo Cold War)' 시대라고 부르는 학자도 있다. 불과 3개국의 스트롱맨들을 무조건 두려워할 일이 아니라 과거 냉전시대와 현재를 냉정하게 분석해 대처하면 충분히 대응이 가능한 형세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