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만남 그리고 이별 / 청송 권규학
전원생활(田園生活) 여덟 해, 하릴없이 소일한다.
하루가 사흘 같고 사흘이 열흘 같은…, 열흘이 한 해 같은 느낌.
세월이 부르기 전에 세월을 데리고 가고자 노력하는 삶.
언제부턴가, 전원(田園)과 가까운 공원을 찾곤 한다.
공원 한쪽, 나무그늘 아래 나무벤치에 부부(夫婦)가 앉아있다.
늘 다정스럽게 손을 맞잡은 노부부(老夫婦)…,
오늘도 낡은 벤치에 앉아 지긋한 눈빛으로 대화를 나눈다.
지긋한 연세에도 어쩌면 저리도 다정스러운 모습일까.
얼마 간의 시일이 지난 어느 날…, 변함없는 발걸음으로 공원벤치를 찾았다.
늘 보이던 노부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그리고 쭈욱…
연세가 있는지라 당연하다(?) 생각하면서도 불안감이 엄습한다.
무슨 일이 있으신 걸까?
그러고서 또 한참의 시일이 지난 어느 날, 공원 벤치에 할머니 혼자 앉아 있다.
얼굴 표정 가득 외로움이 묻어나는 모습으로…
조용히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돌아보는 할머니의 표정이 굳어있다. 용기를 내어 다시 말을 붙였다.
'할아버지는 왜 같이 오시지 않으셨어요?'
'...........................................................'
한참을 침묵으로 일관하던 할머니의 입이 열렸다.
'우리 영감 가셨어. 아마 하늘의 별이 되었을 게야'
수심 짙은 할머니의 두 눈에 이슬이 맺혔다.
마치 시들어가는 한 떨기 들국화를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추하다는 느낌이 아닌, 수수한 아름다움이라고 할까.
언제부턴가 할머니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할머니마저 하늘의 별로 떠났는지도 모른다.
가끔 공원에 들를 때마다 배롱나무 그늘 아래 낡은 벤치를 찾는다.
그리곤 우연히 만났던 아름다운 모습의 노부부(老夫婦)를 떠올린다.
마치 그리 길지 않게 남은 내 삶의 다른 모습이기라도 한 듯…,
오늘따라 하늘의 구름마저 유난히 처량하다.
왠지 슬픈 내 마음을 위로라도 하려는 듯.(25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