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 연안으로 나가
어제가 대설로 겨울이 진행 중임은 분명하다. 지난여름이 무척 더웠고 가을도 이상 고온으로 단풍이 늦게 물들어 낙엽은 더디게 지고 있다. 들녘에서 추수가 한창인 시월 어느 날 우리 지역에는 가을답지 않게 일일 강수량이 여름 장마철보다 더 많은 기록적인 호우가 내렸다. 도심이 아스팔트나 시멘트로 덮여도 조경수나 가로수는 토양 함유 수분이 높아 단풍이 곱고 오래도록 갔다.
아파트단지의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든 단풍잎을 단 채이지만 십이월 둘째 일요일 아침이다. 올겨울에 들어 우리 지역 아침 기온이 아직 영하권으로 내려간 적은 없어도 연일 쌀쌀한 느낌이다. 기상 예보는 당분간 우리나라 날씨가 예년 겨울의 평균 기온을 보이겠다고 하나 그 체감에 유의해야 한다. 여름에서 가을까지 계속된 고온에 익숙해져 연평균 겨울 날씨를 잊어서는 안 된다.
일요일도 평일과 마찬가지로 자연 학교는 일찍 등교하는데 이번은 조금 미적댔다. 기온이 쌀쌀하기도 했고 엊그제 치과 진료 임플란트 수술과 감기 기운이 떨어지지 않아서다. 집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현관을 나서 아파트단지 뜰로 내려섰다. 이웃 동 밀양댁이 가꾸는 꽃밭에는 올여름 대상포진으로 고생하다 나은 할머니가 갈퀴를 들고 낙엽을 정리해 모처럼 뵈어 인사를 나누었다.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정류소에서 진해로 가는 151번을 탔다. 시청 광장을 돌아간 버스는 도심을 관통해 안민터널을 통과했다. 경화역에서 시장을 돌아간 버스는 종점 행암 입구에 마지막 손님으로 내렸다. 일일 도보 여정 기점으로 삼은 행암 입구 연안은 바람으로 물결이 이는 속에도 낚시꾼이 더러 보였다. 날씨가 추울수록 더 활발하게 움직이는 청둥오리와 물닭이 헤엄쳐 다녔다.
해저 채굴 바닷모래가 야적되어 장천 산업부두로도 불리는 진해항 1부두는 대형 트럭이 드나들지 않아 장천으로 가는 보도를 걸어도 먼지가 일지 않았다. 진해항 1부두와 2부두 사이 섬처럼 고립된 아래 장천 자연마을 포구로 나가 봤다. 거기도 아까 행암 입구 연안처럼 방파제에서 낚시를 즐기는 이들이 몇 보였다. 연안에는 조업을 나가지 않은 고깃배들이 여러 척 묶여 있었다.
아래 장천에서 소죽도 공원으로는 가려니 연안이 진해항 2부두와 철길이 가로막아 차도를 빙글 돌아 이순신 리더쉽 센터를 지났다. 2부두 입구에서 소죽도로 가는 연안에서 바라보인 진해 바다는 커다란 호수를 보는 듯했다. 작은 섬들이 뜬 해수면 건너편은 내가 교직 말년을 보내고 온 거제로 그곳 연안 지형지물이 훤하다. 거가대교와 맞닿은 장목면 유호로 상유와 하유로 나뉜다.
겨울 햇살을 받은 검푸른 바닷물은 윤슬로 반짝였다. 장천 부두로 모래를 비롯한 건설 자재를 실어 나르는 화물선 여러 척은 운항을 멈춘 채 바다 가운데 닻을 내려 대기했다. 소죽도로 이어진 방파제 가까운 연안에는 깃이 새까만 물닭들이 오글거려 헤엄쳐 놀았다. 시선을 돌린 전방으로 장복산 산등선은 안민고개에서 시루봉으로 이어졌고 불모산 정상부는 송신탑이 아스라이 보였다.
소죽도 공원에는 춘추화로 불리는 가을 벚꽃이 활활 피어 있었다. 데크를 따라가니 바람을 막아준 남향에는 늙수레한 사내들이 일광욕하듯 햇살을 쪼이며 담소를 나누었다. 소죽도에서 연안 갯벌을 지난 이동에서 경화동으로 갔다. 3일과 8일이면 서는 오일장을 맞은 장터는 쌀쌀한 날씨에도 인파가 붐볐다. 손님들은 주택지 일자형 도로에 펼친 좌판의 과일과 채소와 생선들을 골랐다.
즉석에서 구워내는 호떡 가게 앞에는 차례를 기다리는 줄을 서기도 했다. 가을에 풍작을 이룬 단감이나 대봉 홍시도 가득했다. 김장 재료로 쓰일 생강이나 새우도 보였는데 콩잎 자반을 파는 할머니 앞에 한동안 머물렀다. 콩잎을 한 닢 한 닢 따 겹쳐 띠로 묶어 소금물에 절여 파는 할머니였다. 문득 20년 전 피안으로 떠난 당신이 생시에 대가족 밥상에 차려내신 ‘콩잎자반’이 떠올랐다. 24.12.08
첫댓글 콩잎을 간조롬하게 묶어 잘 삭힌
세상의 어머니 솜씨를 아직은 볼 수 있네요.
젊은이들은 단풍반찬이라고 한다는데....
선생님 발품으로 반짝이고 있는
윤슬을 만나는 행복한 아침을 엽니다.
내내 빛나는 나날들 잘 다녀오십시오🙏
안부 나눔과 격려 감사합니다.
따뜻한 겨울이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