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 말부터 시작한 장마는 구월을 목전에 두고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맑은 하늘을 본적이 언제인지 기억에도 희미하다.
팔월의 마지막 주를 시작하고 절반에 이른 오늘도 여지없이 비가내리고,
나는 무언가 견딜 수 없는 부름에 이끌리어 집을 나섰다.
다분히 의도적으로 우산을 쓰지 않고 비닐 종이 한장을 들고서.
아파트가 끝이 나는 곳에서부터 비닐을 머리에 쓰고 그 위에 모자를 눌러썼다.
마치 아라비아반도의 석유상 같다고나 할까
아님, 사막의 무법자.
아파트를 지날때는 주위가 두려워서 비닐을 차마 쓰지 못하고
내리는 비를 맞았다.
걸음걸음 나선 길, 바로 앞쪽에서 선포산이 손짓을 한다.
내리는 빗줄기와 대지의 부교합으로 피어오른 물안개가
밋밋하기만했던 선포산은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비경을 연출하고
난 홀로선 객이 되었다.
물음표를 던지지도 않으면서 걷고 또 걷기를 한 시간 가량,
익숙한 산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목이타며 뜨거운 차 생각이 간절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산카페는 비가 내리니 평소와 달리 한적했다.
할머니와 아주머니께서 무척이나 반기셨다.
모든 주문은 셀프서비스.
모자와 비닐종이를 벗어 의자에 놓고 늘 그랬듯이
펄펄 끓는 주전자의 물로 녹차 한잔을 타 들고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반가운 목소리에 잠시 현실이 부딪쳐 한가기 업습했다.
그런데 차를 마시다가 언뜻 의자를 보니 모자가 보이지 않았다.
내 모자가 어디로 갔을까.
카페라는 이름이야 내가 듣기 좋게 붙힌 이름.
산 기슭에 천막을 치고 나이드신 할머니께서 과자 몇 종류와
각종 차를 팔며 용돈을 버시는 곳이다.
할머니께서 이를 어쩌나 동동 구르며 걱정 하실때
슬그머니 어떤 아저씨께서 나오시더니 방금 지나가던 사람이
내 모자를 들고 산길로 급히 갔다고 했다.
비는 내리지 마음만 급했던 나는
차분히 주위를 좀더 자세히 살피지도 않고 남의 말만 듣고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야속한 마음이 앞서
"도독놈"
아, 나의 성급함이여,
나는 언제나 본래생긴 나의 진면목을 볼 수 있으려나.
모자는 의자 등받이에 대롱대롱 매달려 조용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유사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2년여 前 봉정암에서 하산시 인제에서 홍천 양평에서 수지로 오는 길목에 무인 카메라가 많이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 속으로 드러웁~게 많네 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 순간에 스님께선 카메라가 많기는 하군요란 말씀을 하셨습니다. 몹시 부끄러웠던 저의 思意業이였던 것 같습니다.
첫댓글 한 노인과 두명의 여인 이야기처럼 이렇게 알고 짓는 구업이야 바로 참회를 할 수 있지만 알게모르게 짓는 다시는 주워담을 수 없는 구업들....인연의 고운님들, 사랑하며 살아요.
세간사를 살면서 어찌 구업을 짓지 않고 살 수 있겠습니까? 다만 참회하고 참회할 뿐 입니다...()...
()()()..........구업을 참회하신 순간, 님은 이미 개보리에 이르셨습니다..
유사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2년여 前 봉정암에서 하산시 인제에서 홍천 양평에서 수지로 오는 길목에 무인 카메라가 많이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 속으로 드러웁~게 많네 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 순간에 스님께선 카메라가 많기는 하군요란 말씀을 하셨습니다. 몹시 부끄러웠던 저의 思意業이였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