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 일상 19-25, 창포원 물놀이
며칠 전 출근하는 길, 월평마을 입구에 걸린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창포원 물놀이장이 열리는 기간을 보니 이번 주 일요일까지였다.
여름방학이 끝나기 전에 은이가 물놀이 한 번은 다녀왔으면 했던 터라 ‘꼭 다녀와야지’ 싶었다.
점심이 지난 오후, 뜨거운 햇볕은 없었으나 실내까지 더운 공기로 후덥지근했다.
“은아, 우리 빨리 물놀이 다녀올까? 가려면 지금 가야 하는데 어때?”
서둘러 짐을 챙겼다.
물놀이를 염두에 두고 샀던 구명조끼를 챙기고, 은이 부모님이 챙겨준 수영복을 가방에 담았다.
은이 소식이 벌써 퍼졌는지 신아름 팀장님에게 전화가 왔다.
삶의쉼터 수중치료실에서 필요할 때 튜브를 빌려주겠다고 했단다.
목에 끼는 튜브가 있으면 은이가 더 편하게 놀 수 있을 거라며 직접 빌려다 주신다고 했다.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은이와 창포원으로 향했다.
은이 노는 것을 도우며 다리까지만 물을 적실 생각이었는데
막상 은이와 물놀이용 풀장에 들어가고 보니 몸 사릴 새가 없었다.
금방 마르겠지 싶어 몸을 물에 담갔다.
샤워할 때 몸에 물이 닿으면 좋아하는 은이는 수영장에서도 표정으로 기분을 표현했다.
은이 얼굴의 미소는 사라질 줄 몰랐다.
구명조끼와 튜브 덕에 몸이 물에 둥둥 뜨니 은이가 편안해하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등을 받치고 있다가 나중에는 발을 잡았고,
시간이 조금 더 지나서는 은이 몸에서 손을 슬쩍 놓았다.
몸에 힘을 주고 있어서인지 일어선 것처럼 수직으로 일으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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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선 자세에서 발을 땅에 디디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지만 그러지는 않았다.
그러나 모를 일이다.
몇 번 반복하다보면 언젠가는 물 속에서 발을 땅에 디디고 일어설지도 모른다.
즐거워하는 은이를 보며 수중치료 욕심이 났다.
은이도 좋아하고 부모님께 수중치료 이야기를 했을 때도
은이가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내년 신청 기간에 꼭 신청해야겠다 생각했다.
한 시간쯤 간단하게 놀고 나와 옷을 갈아입었다.
집으로 돌아와 곧장 따뜻한 물로 몸을 씻었다.
샤워까지 마친 은이가 앉은 채로 꾸벅꾸벅 졸았다.
역시 물놀이 후에는 노곤해진 몸으로 한숨 자야 제맛이다.
코까지 골며 낮잠에 빠진 은이는 무슨 꿈을 꿀까?
수영하는 꿈을 꾸는 걸까,
어쩌면 다른 아이들을 보며 오늘따라 엄마, 아빠 생각을 더 했을지도 모르겠다.
곤히 자는 은이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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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16일 일지, 정진호
박현진(팀장): 은이, 여름 가기 전 물놀이 했네요! ^^ 물놀이하는 모습이 여느 아이와 같아요!
최희정(국장): 수중치료, 욕심나네요. 은이의 표정에서 오늘의 기분이 다 느껴집니다.
월평: 제가 편안하고 시원한 느낌이 듭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