卷頭言 2007년 7월호 <제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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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變節者인가?
全漢俊
(社)漢能院 院長 / 本聯合會 理事
나는 지금도 가끔 옛 同僚를 만나면
“아니 한글만을 쓰자고 그렇게 열심히 主張하시던 분이 정말 漢字敎育運動을 하시다니요?”
그렇다. 그들의 눈에는 필시 내가 ‘變節者’로 여겨짐이 무리가 아닐 것이다. 한글專用 운동을 열성적으로 展開하였으며, 敎育硏究大會에 論文을 써서 발표도 하여 賞을 받기도 한 나의 모습을 그들은 보았기 때문이다.
누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1988년 내가 校長으로 발령을 받은 學校가 蹴球試合에서 優勝을 하니 당시 어린이 축구에 열을 올리던 日本에서 우리를 3차례 초청을 하여, 내가 團長으로 10일 동안 주로 요리마찌를 중심으로 東京 등을 다녀 보았다.
蹴球試合에서는 우리가 월등한 성적으로 優勝을 하였지만, 그 당시 내가 처음 가본 日本의 經濟力과 安定된 사회 질서와 文化生活 등 여러 면에서 우리와의 격차를 눈으로 실감했다.
10일 동안의 여행과 모든 경험은 나에게 衝擊的이었다. 물론 일본이 잘 산다고는 들어 왔지만 우리보다 월등한 경제력과 문화, 질서, 전통문화, 사회적 안정 등 일본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모습에서 나 자신을 크게 반성해 보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일본여행을 마치고 떠나오던 날 나는 요리마찌의 丸橋安夫 町長으로부터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붓으로 “漢江通荒川”(漢江은 荒川(요리마찌를 흐르는 강)과 통한다.)이라고 쓴 揮毫였다. 漢字로 쓴 “漢江通荒川” 5字는 언어 소통이 안 되는 나였지만 漢字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친절과 親善의 감정을 곧 알 수 있게 하였다.
한편 이 일 때문에 몹시 부끄러웠던 것은 그들에게 붓글씨로 응답을 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사실 우리 先祖인 百濟時代 王仁 博士가 그들에게 처음 漢字를 가르쳐 주지 않았던가. 아울러 兩班을 가르쳐 준 우리 先祖님들인데 지금 나는 무엇이란 말인가?
일본에 질 수 없다는 나의 自尊心으로, 歸國하자마자 書藝 공부를 시작하였고 결국은 나도 그들에게 붓으로 써서 書信을 주고받았다.
더불어 우리가 日本을 따라가고 또 凌駕하려면 어떻게 해야만 하는가에 대하여 苦心하였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克日의 方案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그 첫째가 漢字敎育이고, 그 둘째가 傳統敎育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漢字를 버리고는 克日이란 어려운 일이요, 漢字敎育은 傳統敎育과도 상당한 聯關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제 오늘의 國際社會는 文化의 競爭時代요, 語彙力의 競爭에서 진다면 문화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하지 않던가.
우리 학교 어린이들에게 漢字敎育을 실시하였더니 뜻밖에도 學父母와 어린이 그리고 일반 사회에서 아주 크나큰 호응과 激勵를 받게 되었고 大衆言論 매체에 소개되어 졸지에 나는 漢字敎育의 앞장을 서는 위치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이후 나는 1994년에 韓國漢字漢文敎育硏究會를 창립하여 수많은 講習會와 硏修會를 개최하였고, 最初로 서울특별시교육감 인정 初等학교漢字교과서를 비롯한 30여권의 漢字관련 교재개발과 漢字漢文敎育 방법의 연구에도 注力했으며, 500여 명의 四字小學 訓長을 양성하였고, 많은 학교에서 서당교실을 개설하도록 도와 주는 등 漢字漢文敎育을 통한 人性敎育에 힘을 쏟아 왔다. 그리고 2002년에는 社團法人 韓國漢字漢文能力開發院의 産婆役을 담당하는 등 열심히 漢字敎育 運動에 邁進해 왔다.
나는 지금 지난날을 돌이켜 보면서 固定觀念이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느낀다. 한글專用 운동을 하던 때를 회상하여 보면 알 수 있다.
한글專用 운동을 맹렬히 하면서도 나는 知彼知己의 생각으로 南廣祐․李應百 博士의 강연을 찾아가 傾聽을 해보았더니, 그분들이 주장하는 漢字敎育의 필요성에 대한 要旨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우리말(國語) 중에는 漢字語가 70%가 넘기 때문에, 우리말을 정확히 잘하기 위해서는 漢字敎育을 해야 한다.
둘째 中國 日本을 비롯한 東南아시아의 20억 인구가 漢字文化圈으로 漢字를 사용하고 있는, 國際化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서도 漢字敎育은 꼭 필요한 것이다.
셋째 약 2,000여 년 동안 우리 先祖들은 漢字生活을 해 왔기 때문에 우리의 傳統文化 資料가 거의 漢字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傳統文化를 繼承 發展시키기 위해서는 漢字敎育을 해야 한다.
그 당시 한글專用 생각에 푹 빠져있었던 당시 나에게는 ‘저분들이 왜 저러지? 제 精神을 가진 사람들일까?’, 도무지 理解가 되지 않았었다. 지금 생각하니 사람의 固定觀念이나 先入見이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실감하게 된다. 그때는 왜 내가 그랬을까? 나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이 모든 나의 意識과 思考의 바뀜을 한글專用者의 입장에서 보면 틀림없이 ‘變節者’라고 부를 것이다. 한글로만 쓰자고 주장했던 내가 自尊心을 과감히 버리고 漢字敎育을 하게 된 事實로만 보면 變節이다. 그러나 나는 그 變節을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지금은 세계가 한 마당으로 지구촌에서 함께 살아가야 하지 않는가. 우리는 한글專用만을 주장하다가는 國際的으로 스스로의 孤立을 自招하게 되기 때문이다. 文字 鎖國主義는 바로 國粹主義와 그 脈을 같이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英語와 함께 漢字는 꼭 배워야 文字이며, 아울러 漢字는 초등학교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안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앞으로도 ‘變節者’가 아닌 ‘轉向者’로 살아가려는 나의 意志는 確固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