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나물로도 쓸 겸
호박, 가지 썰어 말리려고
올핸 진즉부터 맘먹고 있었는데요,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쉽지가 않네요.
재작년에 호박과 무청, 처음으로
말려보았는데(아주 조금), 괜찮더라구요..
보름에 일부러 말려놓은 호박 사지 않고도,
내가 말린 호박과 무청 시래기로 나물 했더니
깨끗하고 맛도 더 난다 하고..
그래, 이번엔 호박하고 가지하고
말리기로 했던 거지요. 싸고 많을 때..
근데, 한 이틀 언니네 집에 갔다오니
썰어 말리던 가지가 몇 개 뭉글어져 있는 거예요.
집 비우고 하니 바깥(옥상)에 그냥 놔둘 수 없어
소쿠리 계단참으로 들여놓고 다녀왔더니..
호박은 어느 정도 말려진 거라 괜찮은데,
가지는 거의 물기 있는 채로 한참 빛 못 보고
바람도 안 통해 그런 거겠지요..
올핸 가을볕도 좋고 해서 잘됐다 생각했는데,
(아파트가 아니라 볕 잘드는 옥상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요)
한창 햇볕 좋을 때 일 때문에 바빠 며칠 미루다가
(쌀 때 사놓고서 말입니다), 호박 먼저 썰어 말리고
가진 더 늦게 말렸더니 이렇게 된 겁니다.
게다가 때맞춰(?) 비까지 자주 오시는 바람에...
시기를 놓친 탓이 큽니다.
공교롭게도 내가 바쁘고 밖에 나가는 날엔 날이 좋다가,
일 끝내고, 또 집에 있는 날 꼭 비가 내리더라구요.
또 언제 비올지 몰라 내놓고 나다닐 수도 없고..
(그래, 햇빛 보는 날보다 집안에 들어 있는 날이 더 많았으니
얘네들이 이렇게 될 수밖에 없겠지..)
물러진 가지 골라내며.. 뒤늦게 마음아파해도 소용없지만,
자꾸 켕기네요.. 워낙 뭐 버리는 거 잘 못하는지라 더..
(윤경이 같으면 쉽게 버렸을 테지요. 음식도 잘 버리고
옷가지나 물건들 쉽게 없애버리는 편이니.)
특히 음식물은 더하죠.
요즘 아이들(동생만 해도 그렇고) 너무 쉽게
먹을 것들 버리는데, 정말 이러면 안 되는데 싶잖아요.
근데 사실 나도 점점 쉽게 생각하게 되는 거..
예전엔 동생이나 조카들한테 야단도 치고 그랬는데.
할머니 말씀 따라하면서.. "나중에 죽어서 지옥 가면
니가 버린 음식 니가 다 줏어먹어야 된다"고 공갈(?)치며.
(공갈이 아니지요. 믿습니다, 난. ^^)
....
아무튼 시간 핑계 대고 날씨 탓 해보지만,
내 정성이 부족한 거지요..
많이도 아니고, 또 손질도 별로 안 가는 이런 작은 일에도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야 된다는 거, 새삼 깨닫습니다.
옛날 할머니, 엄마들은 참 손쉽게 하는 거 같지만..
이제 비도 그치고 한다니, 가지는 조금 더 사서 말리려구요.
그리고 호박도 마지막 가을볕 한껏 받게 해줘야지요..
보름에 맛있게 먹을 나물 생각에 벌써 즐거워집니다.
(결국 내 입으로 돌아오는 거, 날 위해 정성들이는 거지요.)
시래기도 참 맛있는데, 올핸 혜정이네 가서
엄마가 잘 말려놓은 거 거저 얻어올까나?^^ (9.21)
첫댓글참, 매실 엑기스도 세 달 정도 지났으니 알맹이 건져내야지요. 때 놓치지 말고.. 매실차 좋아하시는 분, 말씀하세요. 올핸 많이 담궈서 넉넉히 나눠먹을 수 있을 거예요. 물론 돈은.. 받지 않고 거저 드립니다. 아직은 시식용으로. 앞으로 잘 되면 또 모르지, 장사를 할지도..^^
첫댓글 참, 매실 엑기스도 세 달 정도 지났으니 알맹이 건져내야지요. 때 놓치지 말고.. 매실차 좋아하시는 분, 말씀하세요. 올핸 많이 담궈서 넉넉히 나눠먹을 수 있을 거예요. 물론 돈은.. 받지 않고 거저 드립니다. 아직은 시식용으로. 앞으로 잘 되면 또 모르지, 장사를 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