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보다 하늘에 가까운 바위,
남산 부석을 찾아서.
월성중학교 2학년 6반 김민욱
맑고 청명한 어느 가을 아침. 근 2달 만에 다시 여기 통일전을 찾았다. 저번 칠불암 답사 때는 날씨가 상당히 나빴지만, 오늘은 어쩐지 날씨가 무척 맑다. 어머니 차를 얻어타고 도착하니 약간 안개 낀 논이 펼쳐진다. 등나무 쉼터는 저번보다 더 푸른빛을 발산하고 있다.
(아침 안개가 약간 낀 논.)
(등나무 쉼터. 등나무 꼬투리가 주렁주렁 열려있다.)
곧이어 선생님과 친구들이 도착한다. 사실 오늘은 시험을 1~2주 정도 남겨둔 시점이었다. 그래도 등산 때는 이런 기분은 저 멀리 던져버렸다. 생각외로 인원이 적자 선생님께서는 의성을 가서 송이를 따자고(!) 하셨다. 처음에는 경주에 의성이라는 마을이 있는 줄 알았으나 진짜 경북 의성을 가자고 하실 줄은 생각도 안 했다. 하지만 진원이가 학원을 가야 해서 의성은 못 가고 결국 원래 목적대로 남산을 가기로 한다. 솔직히 의성을 더 가고 싶었다. 어쨌든 등나무 쉼터에서 멀리 산을 바라보니 벌써 목적지가 보인다. 남산 부석! 처음부터 눈에 목적지가 보이기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계속 걷다 보니 서출지가 나왔다. 서출지 연못에는 연잎과 푸른 가을 하늘이 담겨 있었다.
(남산 부석. 오른편에 마치 누가 올려놓은 듯한 바위가 부석이다.)
(서출지. 아마 경주에서 가장 멋진 곳을 꼽으라면 여기도 후보에 꼭 들어갈 것 같다.)
서출지를 지나서 본격적인 등산 입구가 나온다. 입구에서 갑자기 방송이 나와서 놀랐다. 입구 길은 상당히 평탄했다. 올라가는 길에 버섯을 발견했는데 식용버섯인 것 같아서 버섯을 따서 권종훈 선생님께서 보여 드리니 쫙쫙 찢어 보시더니 독버섯이라고 하셨다. 식용버섯은 닭고기처럼 찢어지지만, 이거는 뭉텅뭉텅 잘려서 독버섯이라고 한다. 버섯 채취할 때 상당히 유용한 정보인 듯했다.
(부석 가는 길. 남산동 일대는 큰 기와집이 꽤 많았다.)
(등산 초입. 여기서 나온 방송에 조금 놀랐다.)
(암회색광대버섯. 독버섯이다.)
그렇게 한 10여 분 쯤 걸은 후 희근이형이 연락을 했다. 아마 조금 늦게 와서 만나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진원이와 내가 희근이형을 데리러 다시 내려갔다. 아마 산행하다가 중간에 다시 내려가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희근이형은 다른 곳으로 간건지 등나무 쉼터에는 없었고 우리는 헛걸음 한 채로 다시 올라갔다. 다시 올라가는 길에 재밌는 내기를 했는데 마침 입구 철기둥 위에 50원짜리 동전이 놓여 있기에 거기 50원짜리 동전을 하나 더 놓고 다시 내려올 때 있느냐 없느냐였다. 하지만 한참 등산하면서 결국 이 동전은 까맣게 잊어버렸다.
(쪼개진 바위. 사람이 쪼갠 건지 자연적으로 쪼개지는 모르겠지만 여길 기점으로 다시 내려갔다.)
(다시 내려가는 길. 길은 의외로 편했다.)
다시 올라가는 길에도 버섯을 많이 발견했는데 보는 것마다 다 찢었다. 아마 그렇게 희생된 버섯만 6개 정도는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무에 붙어있는 건 그럴 수 없어서 그냥 사진만 찍어서 나중에 알아보기로 했다.
(상당히 예쁜 모양의 버섯. 나중에 알아보니 그 전설의 운지버섯(구름버섯)이라고 한다.)
운지를 지나서 얼마 더 가니 넓은 공터가 하나 보였다. 그리고 옆에는 굴이 하나 있었다. '굴바위'라 하여 맘만 먹으면 서너 명은 누워서 잘 크기였다. 손승락 선생님께서는 가출하면 여기로 오면 되겠다고 하신다. 진짜로 아늑하기는 아늑했다. 앞에는 누가 만들어놓은 돌탑과 제단이 있었다.
(굴바위. 지도에 명시되어 있기에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는데 상당히 크다.)
(굴바위 내부. 손승락 선생님께서 들어가셨는데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돌탑과 제단. 저번 칠불암 돌탑군 이후로 가장 멋있는 돌탑 같다.)
굴바위를 지나면서 조금씩 선생님들과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아예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떨어졌다. 중간에 헷갈리는 갈림길이 나왔는데 다행히 진원이가 전화해서 길을 알 수 있었다. 요 때부터 조금씩 산행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점점 멀어지는 선생님. 왜 산행은 자주 하는데 체력은 늘지 않는 걸까?)
길을 따라가다가 전망 좋은 바위를 발견했다. 거기서 올려다보니 명활산 일대의 평야가 모두 내려다보였다. 그리고 그 어디에서보다 부석이 가장 잘 보이는 장소였다. 땅보다 하늘에 가까운 바위, 부석.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어느 전망 좋은 바위. 저번 오봉산 답사 때 마당바위와 왠지 닮았다.)
(바위에서 바라본 남산 일대.)
(어느 바위에서 내려다본 전경. 정말 경치가 끝내준다.)
(낭떠러지. 떨어지면 그대로...)
(남산 부석. 지금 당장 하늘에 올라가도 안 이상할 듯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다.)
(바둑바위. 바둑판처럼 넓직하다.)
(부석 착시현상 놀이. 부석에 초점이 맞아버린 탓에 손이 흐릿한게 조금 거슬린다.)
경치 좋은 바위에서 조금 더 가자 드디어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부석에 도착했다. 멀리서 봤을 때는 몰랐는데 정말 크기가 컸다. 높이는 적게 잡아도 5m는 될 것 같다. '부석(浮石)'은 한자 그대로 '떠 있는 돌'이다. 저번 2012 하계 국토순례에서 갔던 부석사 부석은 전설과 연관되어 부석이라 한다면 남산 부석은 바위 자체가 정말로 떠있는 것처럼 보여서 부석이라 부른다. 이 부석 밑으로 명주실을 넣으면 그대로 통과한다고 한다. 그래서 경주 삼기팔괴 중 하나이다. 또 마치 버선을 거꾸로 해놓은 것 같다 하여 버선바위라고도 부른다. 절벽 끝에 몇백 톤은 되어 보이는 돌이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으니 정말 신기하다. 진짜로 누군가가 올려놓은 것 같다.
(조금 위쪽에서 바라본 부석. 웅대한 모습을 자랑한다.)
(가까이에서 바라본 부석. 정말 크기가 장난 아니다.)
(부석 끝자락에서 바라본 주변 경치. 정말 바로 떨어져 버릴 것만 같다.)
사진 찍는다고 또 일행과 떨어졌다. 길이 정말로 뒤죽박죽이어서 많이 헷갈렸다. 그러던 중에 불상 하나도 발견했는데 선간판 하나 없이 쓸쓸히 방치되어 있었다. 보통 이런 불상을 '근세불' 또는 '민불'이라 부른다. 보통 만들어진 시기가 100년 안팎이고 주로 전문가가 아닌 서민들이 계획 없이 조성한 불상이다. 조각 솜씨가 많이 떨어지지만 투박하고 소박한 민중의 염원이 담겨있는 엄연한 남산의 소중한 불상이다.
이 민불 옆에는 보우사라고 적힌 글귀가 보인다(그러나 보우사란 절을 보지는 못했다.). 불상을 지나서 숲을 해치다가 진원이와 다시 만났고 선생님 목소리에 의지해 험난한 길을 빠져나왔다. 전짜 절벽부터 시작해서 아찔한 순간이 많았다. 정말 여기가 길이 맞는지 의문이 들기까지 했다.
(국사골 민불(근세불). 투박한 서민의 정서가 잘 표현된 남산의 숨겨진 보물이다.)
(내려가는 길. 험난하기 그지없다.)
다행히도 그 길 이후로는 상당히 평탄한 길이 이어졌다. 그리고 헷갈려서 선생님과 연락을 했던 갈림길도 다시 만났다. 그리고 우리가 계속 올라왔던 길로 다시 내려갔다. 중간에 권종훈 선생님에 의해 찢어진 버섯이 보였다. 그동안 행해진 버섯 찢기의 첫 번재 희생자는 그렇게 하산이 얼마 안 남았음을 알렸다. 손승락 선생님께서 이번에는 진짜 식용버섯을 주셨다. 자줏빛몽둥이버섯인가? 어쨌든 그렇게 말씀하셨다. 이 버섯의 정확한 이름은 민자주방망이버섯(가지버섯). 가지처럼 자주색이라 가지버섯이라 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딴 것은 아주 약하게 자줏빛이 나타났다. 권종훈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정말 식용인지 닭고기처럼 쭉 찢어졌다. 선생님께서는 집에 돌아가서 가족들과 다같이(?) 나누어 먹으라고 하셨다.(결국, 이버섯은 두 개로 찢어져 잡채에 넣어졌다. 지금까지도 살아있는 걸 보니 식용버섯은 확실한 듯. 맛은 아주 지극히 평범한 버섯 맛이었다.)
(내려가는 길. 다행히 험한 길 이후로는 편한 길이 이어졌다.)
(민자주방망이버섯(가지버섯). 우리 것은 희미하게 자줏빛이 감돌았다.)
드디어 처음 방송 때문에 놀랐던 산 입구로 돌아왔다. 초반에 다시 올라가는 길에 올려 두었던 50원짜리 두 개는 고스란히 그대로 놓여있었다. 우리는 처음에 올려놓았던 것만 가지고 원래 있었던 하나는 그대로 놔두었다. 언젠가는 누가 가져가지 않을까?
내려오니 서출지가 다시 우리를 반긴다. 저 멀리 또다시 부석이 보인다. 오늘 종일 답사 동안 이 부석은 우리 눈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가까이 갔을 땐 그렇게 커 보였는데 이제는 또다시 콩알만 해 보인다.
(하산 후 다시 올려다본 부석. 오른편에 콩알만 하게 보인다.)
(다시 찾은 서출지. 정말 반갑다.)
점심은 유명한 어묵집에서 먹었다. 처음으로 어묵전골이 따로 상에 나오는 것을 보았다. 되게 맛있었다. 그리고 그 식당에서 그토록 찾아 헤맸던 희근이형을 약 7초간 다시 만났다. 희근이형은 따로 답사했다고 한다.
이번 답사는 아주 힘들지는 않았다. 내려오는 길이 물론 힘들기는 했다. 또 답사보다는 아름답고 신기한 말 그대로 기암괴석들을 잔뜩 보았다. 바위답사라고나 할까. 문화재 위주가 아닌 자연 위주의 답사였다. 그리고 푸른 가을 하늘 역시 이번 답사에서 가장 인상 깊게 남은 부분이었다. 역시 가을은 답사의 계절이다.
부석! 천년만년 하늘에 떠서 남산을 상징하는 바위로 남았으면 좋겠다.
-여정- (2012. 9. 22. 土)
통일전 앞 주차장→ 서출지→ 남산리 마을→ 등산 입구→ (다시 남산리 마을→ 서출지→ 통일전 앞 주차장→ 서출지→ 남산리 마을 → 등산 입구)→ 어느 전망 좋은 바위→ 남산 부석→ 이름 모를 불상→ 등산 입구→ 남산리 마을→ 서출지→ 어묵집
새롭게 펼쳐라!
羅新
첫댓글 산행도 하고 유적도 답사를 하면 더욱 좋겠지.
하여튼 맑고 청명한 가을 하늘을 바라보면서 함께 즐겁게 산행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단다.
수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