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이 카메라 캐논 ‘파워샷N’
강산이 변하는 데는 10년이 걸린단다. IT 산업은 어떨까. 1년, 아니 하루에도 새로운 기술이 수도 없이 쏟아진다. 디지털카메라(디카)가 처음으로 등장했을 때를 생각해 보자. 19세기 말부터 시작된 현대 필름카메라의 역사가 한순간에 무너질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그랬던 디카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디카에 변화의 메스를 들이댄 쪽은 '폰카'다.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폰에는 1천만 화소를 웃도는 고화질 이미지 센서가 적용되는 추세다. 800만 화소 이미지 센서는 기본이다. 사진 품질도 저렴한 디카와 견줄 수 있을 정도다. 그러니 디카가 잘 팔릴 리 없다. 소형 디카 시장은 울상이다. 성능 좋은 폰카가 있는데, 누가 굳이 콤팩트 디카를 또 산단 말인가.
어디 콤팩트 디카뿐일까. 스마트폰에서 카메라와 맞물려 쓸 수 있는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앱)은 또 어떤가. 다리를 늘리거나 배경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사진에 다양한 효과를 간편하게 넣을 수 있다. 스마트폰 폰카의 이 같은 편리함은 보급형 디지털 일안반사식(DSLR) 카메라나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도 영향을 끼친다. 사진 품질은 조금 뒤처질 지 몰라도 편리함과 재미가 스마트폰 폰카의 무기다.
IT 환경에서 제품은 변해야 산다. 디카도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스마트폰 폰카와 직접 경쟁하기 위해 몸집은 줄이고, 가격은 낮추고, 쓰기 쉽게 개발되는 제품도 있다. 그 반대도 있다. 스마트폰과 어깨동무를 하기로 작정한 제품들 말이다. 가격을 낮춰 경쟁하기보다는 폰카의 장점에 디카만이 갖출 수 있는 능력을 더해 매력을 높인 제품이다. 이들에게도 영혼이 있다면, 단언컨대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스마트폰 폰카, 피할 수 없다면 손 잡아라."
디카, 스마트폰과 와이파이로 연결하라
와이파이 기능을 집어넣은 제품은 디카가 스마트폰과 손잡기로 결정했을 때 가장 먼저 시도된 도전이었다. 디카의 와이파이는 주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옮기는 데 쓰인다. 디카가 와이파이 신호를 쏘면, 스마트폰이 이 와이파이 신호를 잡아 사진을 가져가는 식이다. 디카가 마치 와이파이 기지국이 되고, 스마트폰은 지하철 와이파이에 연결하는 것처럼 디카와 통신할 수 있다.
캐논 콤팩트 카메라의 대표 브랜드 '익서스(IXUS)' 시리즈는 꽤 오래전부터 '와이파이 잘 되는' 카메라를 만들어 팔고 있다. '익서스 510 HS'나 '익서스 240 HS' 등이 대표적이다. 정사각형 모양의 작은 크기로 출시된 ‘파워샷N’도 와이파이 기능을 탑재했다. 아이폰 사용자나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스마트폰과 연결해 쓸 수 있다. 스마트폰에서는 캐논이 만든 와이파이 디카 전용 앱을 설치해야 한다.
삼성전자의 'WB30F'나 후지필름이 만든 '파인픽스 F800EXR', 소니 'HX50V' 등도 스마트폰과 와이파이로 연결할 수 있다. 물론, 스마트폰과 디카가 통신하기 위한 스마트폰용 앱을 내려받아야 한다는 점은 똑같다.
후지 ‘X-M1’
콤팩트 카메라뿐만이 아니다. 미러리스 카메라 사이에서도 와이파이 '붐'은 특별하다. 후지필름의 'X-M1'이 와이파이를 탑재한 미러리스 카메라다. X-M1으로 사진을 찍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로 보내 입맛대로 편집해 페이스북에 올릴 수 있다. 올림푸스 'E-P5'도 아이폰, 아이패드, 구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와이파이로 연결해 사진을 보낼 수 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사진을 올리고 싶긴 한데, 폰카로 찍은 것보다 더 멋진 사진을 찍고 싶은 이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기능 아닐까. 디카와 스마트폰을 와이파이로 연결하면, 스마트폰 화면으로 디카를 조작할 수 도 있다. 스마트폰이 디카의 리모컨이 되는 셈이다.
니콘의 무선 모바일 어댑터 ‘WU-1a’
DSLR도 빠질 수 없다. 캐논이 지난 2012년 가을 국내 출시한 보급형 풀프레임 DSLR '6D'가 와이파이 기능을 내장한 대표적인 제품이다. 스마트폰과 연결해 사진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와이파이를 지원하는 프린터와 연결해 무선으로 사진을 인쇄할 수도 있도록 했다.
니콘은 DSLR에 장착해 스마트폰과 와이파이로 연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DSLR 전용 액세서리를 내놓았다. 니콘의 DSLR 'D5200'이나 'D3200'에 끼워 쓸 수 있다. DSLR에 굳이 와이파이 기능까지 내장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용자에게는 필요 없는 기능에 돈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니 좋다.
니콘 ‘쿨픽스 S800c’
와이파이는 기본, OS까지 탑재
스마트폰과 어깨동무하는 것도 모자라 마치 스마트폰인 양 행세하는 디카도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 OS를 품은 디카다. 니콘이 제일 먼저 만들었다. 이름은 '쿨픽스 S800c'. 안드로이드 OS 2.3.3(진저브레드)으로 동작한다. 안드로이드가 얼마나 다양한 분야에서 이용될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쿨픽스 S800c’는 사양만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디카와 다름없다. 하지만 스마트폰 폰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디카만의 장점을 충실히 갖춘 제품이다. 그 어떤 스마트폰 폰카가 광학 10배 줌 기능을 지원할 수 있을까. 스마트폰 폰카와 안드로이드 디카의 경계선을 명확히 하는 특징 중 하나다.
삼성전자 ‘갤럭시 카메라’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디카를 2개나 출시했다. 지난 2012년 내놓은 콤팩트 디카 '갤럭시 카메라'와 2013년 8월 소개한 미러리스 카메라 '갤럭시NX'다.
갤럭시 카메라를 움직이는 심장은 안드로이드 진저브레드다. 4.7인치 액정에서 젤리빈의 모든 기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갤럭시NX는 최근 나온 제품답게 최신 4.2.2(젤리빈) 버전 안드로이드가 탑재됐다. 갤럭시 카메라와 갤럭시NX는 이동통신업체의 LTE에 바로 연결할 수 있는 통신서비스 결합형 제품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디카는 G메일이나 구글지도 등 구글의 기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재미 요소다. 구글의 앱 장터 구글플레이에 접속해 입맛에 맞는 앱을 골라 내려받을 수도 있다. 전화 기능만 빠져 있을 뿐이다. 스마트폰도 아닌 것이 어정쩡하게 스마트폰 흉내를 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안드로이드와 디카를 결합해 재미있는 경험을 줄 수 있는 제품이 바로 안드로이드 디카다.
카메라 몸 버리고, 스마트폰 몸 빌리는 디카
독일 현지시각으로 지난 9월6일 문을 연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 2013'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디카는 무엇일까. 소니가 소개한 ‘QX10’과 ‘QX100’이 아닐까. QX10과 QX100은 렌즈형 디카다. 소니는 이 두 제품을 '스마트 렌즈'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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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소니 ‘QX10’을 스마트폰에 연결한 모습. 기계적인 결합이 아니라 거치하는 것일 뿐이다. |
제품 겉모습만 보면 DSLR이나 미러리스 카메라에 달아 쓰는 렌즈를 닮았다. 렌즈라면 응당 카메라 본체가 필요하다. 하지만 소니 QX10, QX100은 디카 몸체가 필요 없다. 스마트폰에 무선으로 연결해 쓰는 디카이기 때문이다. 렌즈 그 자체가 곧 디카요, 렌즈라는 얘기다.
QX10, QX100은 스마트폰과 와이파이나 근거리무선통신(NFC)을 이용해 연결할 수 있다. 물론 사진을 렌즈에 직접 저장할 수 있도록 별도의 마이크로SD카드 메모리도 지원한다.
네트워크에 붙은 디지털카메라, 그 미래는?
폰카의 영향으로 디카 시장은 예전 같지 않다. 하지만 디카에도 폰카가 가질 수 없는 분명한 차별점은 있다. 스마트폰에 넣을 수 있는 렌즈에는 한계가 있고, 이 문제는 당분간 해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니 디카는 어떤 형태로던 간에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변신은 필요하다. 이미 살펴본 것처럼 스마트폰을 먹어 치우던, 반대로 딸랑 렌즈만 남더라도 말이다.
어떤 형태로 변신하던간에 디카가 생존하려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무선 네트워크, 꼬집어 말하면 와이파이다. 폰카가 가진 장점 중 하나는 항상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이제 디카도 와이파이 등을 통해 네트워크에 붙어 있을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와이파이 디지털 카메라가 얼마나 멋진 사용자 경험을 안겨 줄지, 디카 자체는 어떻게 변신할지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