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조트에서 무료로 하는 요가는
다낭리조트에서 해봤는데 일어나자마자 그냥 나가서 요가하고 조식당으로 향하면 되니 부담 없고 좋았었다
특별히 화장을 할 필요도 없고 가벼운 복장으로 나가면 되니 더 좋다(볼 사람 없어요)
이번엔
아름다운 요가원을 찾아가는 색다른 경험을 하자고 짠딸이 시간예약을 했다
숙소에서 도보로 5분 정도 떨어진 곳이다
이번엔 엄마가 길 찾을게
구글맵 켜고 씩씩하게 좌회전 우회전 하다보니 요가원 '루메리아'로 들어서는 골목이 나온다
그러면서 구글맵은 더이상 친절을 베풀지 않는다
여기서는 알아서 가 하듯 0킬로미터만 화면에 뜨고 냉정하게 끊어버리네
골목 안으로 깊숙이 가보지 뭐
복잡한 도로 옆 골목인데 이렇게 한적하고 예쁘다
오토바이 소리도 차 엔진 소리도 들리지 않는 평화로움이 햇살과 함께 쏟아진다
구글맵이 안 가르쳐줘도 걷다 보면 나오겠지 하는 배짱으로 예쁘다를 연발하며 걷는다
포장도로에 예쁘게 꽃문양을 넣어 걷는 길이 행복하다
어!
짠딸이 걸음을 멈추며 외마디소리를 낸다
나, 여기 알아
응?
여기 전에 내가 살던(묵었던) 곳이야
저 논뷰가 있는 수영장에서 우리 매일 수영했었는데
초록초록한 벼들이 있었다면 그때 분위기 났을 테지만 지금은 밑동만 있는 논에서 상상으로 그려보기
그런데 왜 그땐 이 요가원을 몰랐을까?
분명 수영장 옆엔 아무것도 없었는데
검색하니
딸들 여행 후에 생긴 요가원이란다
요가원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숙소가 있었다고 하니 그때 이 멋진 요가원이 보였다면 기억에 남았었겠지
드디어 루메리아 리셉션에 도착했다
예약을 확인하고 이런저런 안내를 해 준다
시간이 남아 요가원을 산책해 보기로 한다
신기하게도 요가원 자체에도 수영장이 있다
그것도 너무 예쁜 수영장이다
숲 속의 요정들만 와야 할 것만 같은 수영장
요가를 마치고 이곳에서 수영하면 정말 좋겠다
그렇지만 우린 준비도 안 해왔고 또 우리 집(?)에 수영장이 있으니 눈으로만 즐기기
같은 장소에서 짠딸은 이렇게 포즈를 취하는데
나는 기꺼이 또 이런 포즈를 취하고 만다
아마 짠딸이 시켰을 것이다
시키면 그 어떤 포즈도 다 취해주는 참 말 잘 듣는 모델
옆으로 누운 자세로 다리를 쭉 펴주는 자세가 쉽지 않다는 걸 터득했음
이 요가원에서 몇 년의 수련을 거쳐야만 할 수 있는 포즈라는 걸 알려주는 듯함
와,
계곡 밑에는 물이 흐르는데 이렇게 폭신하게 올라와 누울 수 있는 거대한 해먹베드(내가 그냥 붙인 이름)가 있다
완전 그물만으로 되어있는 베드다
올라갈 때 조심조심,
출렁출렁 균형 잡기 어려워 얼른 누워야 해
누우면 세상 편안하다
밑에서는 물소리까지 들리니 이런 호사가 있을까
요가매트가 합성수지가 아닌 천연소재라서 보송보송하니 감촉이 좋다
꽃송이로 장식한 내 자리 차지하고 천천히 따라 하기
나직한 강사의 말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
다 느껴가며 동작을 따라 한다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초보급 요가라고 했지만 몸이 굳어있는 나에겐 낑낑 소리를 낼 만한 동작이 꽤 있다
의상까지 갖춰 입고 카리스마 있게 자세 취하는 수강생도 있었지만
나보다 더 낑낑대는 남자 수강생도 있으니 덜 창피하다
내 몸이 할 수 있는 데까지만 하라고 누차 강조했으니 거기까지만 하자
그런데도 땀이 줄줄.....
내가 가장 좋아한 동작은 마지막 부분의
가만히 몸을 쭉 펴고 누워있는 동작(꼭 쉬워서 그런 건 아님)
누워있는 동안
내 몸을 스쳤던 바람, 고요함 속의 새소리와 물소리, 이 모든 것들로 머릿속의 실타래가 술술 풀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내 몸 전체가 조용히 흐르는 물처럼 느껴졌었다
이 느낌을 오래 갖고 싶어 어디엔가 담아가고 싶을 만큼 좋은 시간이었다
요가를 끝내고 이 자쿠지에 발 담그고 걸터앉아 이 시간을 더 즐기면 좋을 것 같다
이 해먹베드에 누워 고요히 잠을 자도 좋을 것 같고...
뭘 화장실까지 사진을 찍었어하실지 모르겠지만
화장실 건물로 들어서는 입구가 이렇게 아름답다
나무문 위의 조각도 예쁘지만 색감 또한 신비스런 느낌을 준다
화장실이 원래 신비스런 곳이긴 하지
이러니 안 찍을 수가 있나
참 나, 요가 전에 볼 일 보러 간 사람이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는 모습이라니
아무도 안 봤기 망정이지
어제부터 짠딸은 다 먹을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
요가 후엔 이 투키스라는 코코넛 전문점에서 코코넛아이스크림을 먹겠다고....
이 투키스 점은 우붓시내를 돌아다닐 때도 있는 걸 보면 일종의 프랜차이즈 아닐까
벽장식도 코코넛이다
그놈 참 실하게 생겼네
과육을 숟가락을 떠내면 한 그릇 나오겠는걸
저 코코넛 워터도 마시고 싶었는데 다른 사람 해 주는 걸 보니
냉장고에 시원하게 보관된 것이 아닌 저 코코넛을 그대로 잘라주는 걸 보고 패스
차갑지 않으면 너무나 밍밍한 맛에 실망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캄보디아 길거리에서 사 먹은 코코넛워터가 너무 밍밍하여 다시는 안 먹고 싶었었는데
나중에 시원한 것을 먹어보고
어, 이맛이었어? 하고 놀랐다
반으로 자른 코코넛 열매에 아이스크림을 담고 코코넛칩과 견과류 등으로 토핑을 했다
땀 흘리고 요가를 한 터라 시원하게 먹었다
나중에 과육까지 야무지제 긁어먹으니 오묘한 맛이다
코코넛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는 맛과 비주얼이다
루메리아에서의 요가는 요가원 자체로 충분히 우릴 힐링시켜 준 곳이기에 만족스러웠다
이 요가원을 제대로 즐기려면 시간을 충분히 갖고 가는 게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