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보도사진에 등장…수입국 덴마크·독일 상대 경위 파악
스위스제 '이글 Ⅰ' 장갑차 추정 전술차량이 등장하는 우크라이나 전황 보도 사진© 제공: 연합뉴스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담은 보도 사진에서 스위스제 장갑차로 추정되는 전술 차량의 모습이 발견되면서 스위스 당국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스위스는 중립국 원칙에 따라 자국산 무기가 분쟁 지역으로 반입되는 것을 불허하고 있는데, 사진 속 전술 차량이 자국산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자 사실 규명에 나선 것이다. 스위스 국가경제사무국(SECO) 파비안 마이엔피시 부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스위스산으로 추정되는 군수품이 일부 사진에 나오는 사안을 놓고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당국이 조사에 착수한 계기가 된 사진은 AFP 통신이 지난 18일 발행한 것으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내 아우디우카시(市)에서 폐허가 된 건물 옆을 우크라이나군의 전술 차량이 지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 사진에 나오는 차량은 스위스 군수업체 모바그사(社)의 정찰 장갑차인 '이글 Ⅰ'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한 스페인 전쟁 사진작가가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 인근 마을에서 찍은 사진에도 모바그사의 장갑차로 보이는 전술 차량이 등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엔피시 부대변인은 "우리가 조사에 착수했다는 것은 사진 속 차량이 스위스산 군수품일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모든 것은 사실 확인을 거쳐야 하며 이를 위해 독일 및 덴마크 측과 연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위스 당국이 독일·덴마크와 접촉하는 건 '이글 Ⅰ' 장갑차의 유통 경로를 고려한 것이다. SECO 등에 따르면 덴마크는 1990년 이 장갑차 36대를 수입했고, 2012년에는 '이글 Ⅰ' 27대를 독일 업체에 재수출하겠다는 허가를 요청해 이듬해 스위스의 승인을 받았다. 스위스는 자국산 군수품을 구매한 나라가 다른 국가로 이를 재수출하려면 SECO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특히 스위스 전쟁물자법은 자국의 중립성 원칙을 지키기 위해 국가 간 무력 분쟁이 일어나는 지역으로 군수품이 재수출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덴마크가 '이글 Ⅰ'을 수입·재수출할 때는 이런 스위스 규정을 준수하겠다는 약속을 할 수밖에 없다.
스위스 당국은 사진 속 전술 차량이 자국산이라고 볼 근거 등을 따져보는 한편 '이글 Ⅰ'의 유통 경로를 면밀하게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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