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삼천포
수많은 미식가들이 통영의 봄을 찾는 이유는 명확하다. 통영은 한반도에서(제주도를 제외한) 완도와 더불어 가장 먼저 봄 소식을 알리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남해에서 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겨우내 주린 배를 움켜쥐고 있던 물고기들은 산란기를 앞두고 무섭게 먹이를 찾아 살을 찌우기 시작한다. 바로 이 시점, 통영의 물고기는 일 년 중 가장 차진 살집과 부드러움으로 왕성한 생명의 맛을 자랑한다. 이러한 생명의 맛은 통영 앞바다 192개의 섬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통영의 섬은 대부분 돌로 이뤄진 돌섬이다. 섬과 섬 사이의 조류도 거세고 먹이 또한 넉넉하지 못하다. 이러한 환경에서 자란 물고기들은 자연스럽게 옹골찬 몸집으로 성장한다. 어디 물고기뿐이랴, 세찬 바닷바람과 돌섬 바위틈을 뚫고 자란 야생의 봄나물은 해산물의 맛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최고의 도우미다.
1. 한국의 나폴리로 불리는 통영. 높은 건물이 없어 도시 전체가 밝다. 햇살 좋은 날 옥빛으로 변하는 통영 운하는 통영이 자랑하는 풍경이다.
2. 3~5월 통영은 뽈락 천국이 된다. 통영 앞바다에서 낚시를 이용해 잡은 형형색색의 자연산 뽈락에서 생명의 맛이 느껴진다.
통영에는 두 개의 시장이 있다. 현지인을 상대로 새벽부터 거래가 시작되는 서호시장과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중앙시장이다. 두 시장에서 거래되는 해산물은 좋고 나쁨이 없다. 다만 서호시장에서 거래되는 해산물들이 좀 더 토속적이다. 다른 지역에서 거래되지 않는 해산물이 많다는 얘기다. 봄철에는 도다리가 유명하지만 요즘에는 수온이 상승하면서 제주도 앞바다에서 잡혔던 뽈락과 옥돔이 통영까지 올라와 시장의 메뉴를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도다리며, 옥돔이며, 어른 손바닥만 한 크기의 뽈락이 모두 자연산이라는 점이다. 시장 아주머니들은 살아서 펄떡이는 이 자연산 해산물을 빨간 다라이(바구니)에 가득 담아놓고 장사를 하는데 다른 지역보다 저렴하게 거래가 된다. 시장을 돌며 횟감을 가지고 아주머니들과 흥정을 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흥정의 요령은 싸게 사려고 하지 말고 즐겁게 하는 것이다. 통영의 상인 아주머니 중에는 기분파가 많아 대범하게 흥정하는 관광객에게 물 좋은 상급 해산물을 내주거나 덤을 올려주기도 한다.
3. 봄이 되면 통영에는 뽈락김치가 등장한다. 인기가 대단해 통영 시장의 반찬가게에서도 만들기가 무섭게 팔려 나간다.
4. 풍을 예방한다고 하여 이름도 방풍이다. 통영 사람들은 봄이 되면 이 방풍으로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 먹는다.
멸치회
미식가들은 삼천포와 남해도 사이에서 잡히는 멸치를 최고로 쳐준다. 사천과 남해도 사이 물살이 센 만에서 성장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의 멸치보다 살집이 두툼하고 육질에 탄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맘때는 통영과 삼천포 포구의 어느 식당을 들어가더라도 멸치 요리가 올라온다. 그중에서도 삼천포의 향원식당(055-832-8810)은 삼천포 어시장의 상인들 사이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밥집이다. 멸치찌개 백반을 주문하면 제철 해산물을 재료로 한 반찬들이 한 상 가득 나오는데, 제철을 맞은 멸치로 만든 회무침과 멸치찌개는 입 안을 즐겁게 한다.
hidden note 삼천포에서 수확한 멸치를 봄바람에 말려 사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말린 멸치는 상급으로 구분된다. 주로 육수를 내는 데 사용하는데 이렇게 만든 육수는 감칠맛이 난다.
도다리쑥국
통영 사람들은 미역국에 도다리를 넣어 먹는 것을 별미로 친다. 하지만 이른봄, 2월에서 4월 사이에는 미역 대신 쑥을 넣어 새로운 별미를 만든다. 양식이 불가능한 도다리는 쑥이 나는 시기에 맞춰 살집이 통통하게 오르고 고소한 맛이 최고조에 이른다. 이 두 가지는 궁합이 좋아 입 안에 한 숟가락 퍼 넣으면 향긋한 쑥내가 코끝을 간질이고 새하얀 도다리 살이 입 안에서 아이스크림처럼 녹아 내린다. 통영회식당(055-641-3500)이 잘 알려져 있다.
hidden note 현지 시장 상인들 사이에서는 등에 오돌토돌한 돌기가 돋아 있는 담배 도다리와 욕지도에서 수확한 야생 쑥으로 만든 도다리쑥국이 가장 맛있다고 한다. 담배 도다리는 일반 도다리에 비해 살집이 두 배 이상 두툼하다.
시락국
시락국은 ‘시래깃국’을 이르는 통영 지역 사투리다. 서호시장에서 거래되고 남은 붕장어의 부속물인 장어 머리와 뼈를 모아다가 시래기와 함께 푹 고아낸 것이 명물로 자리를 잡았다. 시락국은 원래 시장 사람들이 장사를 하다가 허기질 때 한 그릇 먹는 통영 고유의 시장 음식이었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시장 아낙네들의 알뜰 메뉴이자 전날 숙취로 고생하는 시장 아저씨들의 해장 메뉴로 서민의 구수한 맛이 그대로 담겨 있다. 서호시장 안에 있는 원조시락국집(055-646-5973)이 맛있다.
hidden note 시장에서 헐값으로 거래되는 장어의 머리와 뼈를 푹 고아 육수를 만든 다음 다양한 해산물 요리에 응용해 보자. 장어 육수는 통영의 오래된 토속 요리법이다.
졸복국
졸복은 원래 미륵도를 비롯한 통영의 섬사람들이 즐겨 먹던 물고기이다. 산란기 전인 4~5월에 많이 잡혔는데 팔지는 않고 주로 집에서 말려 국으로 끓여 먹던 재료였다. 다른 지역으로 판매를 하지 않고 온전히 통영에서만 소화를 하기 때문에 거래량이 적고, 자연스럽게 제철에만 맛볼 수 있는 별미가 되었다. 서호시장 안에 졸복국을 내는 식당이 몇 있는데 분소식당(055-644-1495), 금미식당(055-643-2987)과 만성복집(055-645-2140)이 유명하다.
hidden note 뽈락김치와 굴식해도 통영의 숨은 별미다. 뽈락을 무와 함께 담그면 뽈락의 뼈가 모두 삭아 쫄깃한 살만 남게 되는데 그 식감이 마치 스페인의 고급 하몽(돼지다리 햄)과 같다. 굴식해는 숙취 해소용으로 그만이다. 한산도 반찬집(055-646-2889)에서 판매한다.
통영 다찌집
다찌집은 통영에만 있는 독특한 술집 형태다. 애주가들 사이에서는 환상의 술집으로 알려져 있다. 다찌집의 독특한 시스템 때문이다. 다찌집의 시스템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한 상(4인 기준)에 3만~4만원의 가격을 지불하면 약 스무 가지의 해산물 안주가 소주 세 병(혹은 맥주 다섯 병)과 함께 기본으로 나온다. 다음부터 추가되는 소주의 가격은 1만원(맥주는 6000원)이다. 술 가격이 왜 이렇게 비싸냐고 놀라는 사람도 있겠지만 여기에는 상당한 재미가 숨어 있다. 소주를 한 병 추가할 때마다 한 상 가득 차려진 해산물 사이로 근사한 일품 안주가 함께 제공되는 것. 그리고 한 병 더 추가할 때마다 안주도 점점 귀한 것이 나온다. 이 놀랍고도 신묘한 시스템은 해산물이 풍성하고 뱃사람의 배포가 넉넉한 통영에서만 가능할 게다. 관광객들 사이에서 유명한 울산다찌(055-645-1450), 무전동 일대를 주름잡는 호두나무(055-646-2773)가 유명하다.
첫댓글 홍보용으로 가져감니다~^^
넵!!....... 욕지도님도 소식 좀 전해 주세요~~ 운영자 렛잇비님도 궁금 하다는 글을 달았던데 저두 욕지도가 궁금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