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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소파와 테이블만으로 간소하게 꾸민 거실. 모서리가 둥글둥글한 가구에서 아이를 배려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붉은 색감이 강렬한 그림 두 점이 포인트를 준다.
“우리집 인테리어요? 아휴, 볼 것 하~나도 없어요. 둘째 무진이가 온 벽을 스케치북으로 아는지 벽지를 뜯어놓고 그림을 그려놨지 뭐예요. 한두 번 뭐라 하다가 ‘요즘 창작열에 불타나 보다’ 싶어 그냥 두고 보고 있지요. 이럴 줄 알았으면 도배라도 할걸 그랬네요.”
와서 실망이나 하지 말라는 최명길(41)의 엄포(?)를 뒤로한 채 그의 집 초인종을 눌렀다. 현관문 너머로 ‘우당탕탕~’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리자 고개를 내민 아이는 아빠를 쏙 빼박은 무진이(4). 낯을 가리지도 않고 생글거리는 폼이 참으로 애교덩어리다.
“얘가 이래요. 강아지가 따로 없다니까요. 남편이 아무리 꼭두새벽에 일어나도 옆에 착 달라붙어서 졸졸 따라다니죠. 밥 먹을 때도 까치발을 하고 옆에 서서는 자기를 한번 봐달라는 듯 쳐다보고 있지요. 어진이(7)는 이제 커서 그런지 애교부리는 것은 졸업했는데 얘는 말도 못해요. 어떨 때는 아빠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 샘도 나요.”
그의 집에는 가구가 거의 없다. 사내아이 둘을 키우다 보니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통에 다치는 일이 많아 꼭 필요한 것 빼고는 다 없애버렸다고. 대신 아이들 손이 닿지 않는 벽에 색감이 강한 그림을 걸어 포인트를 주고 곳곳에 가족사진을 걸어 따스한 분위기가 나도록 했다.
이 집 부부가 무엇보다도 신경 쓰는 것이 아이들의 교육. 큰 아들인 어진이와 대화를 할 때면 꼭 존댓말을 쓰는데 이는 아이가 원했기 때문이라고. 아이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요구하지 않고 자율성을 존중하면서 잘못을 했을 때만 야단치는 스타일인데, ‘저는 이제 아기가 아니니 존댓말을 써주셨으면 좋겠다’는 아들의 당찬(?) 요구가 무리한 것이 아니다 싶어 따라주는 중이라고 한다.
1 소파 반대쪽 장식장에는 가족사진을 올려두었다. 요모조모 뜯어보면 네 식구가 닮은 구석이 많아 볼 때마다 웃음이 난다고.
2 무진이의 첫번째 생일을 기념해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두 아이와 남편은 그에게 가장 큰 활력소가 된다.
(계속) |
첫댓글 거실이 아늑하게 느껴지네요